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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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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글벨


BY 그대향기 2007-12-02

아니 벌써~~~

휴가후 첫 나들이에 부산 남포동에를 갔더니 거리에서 케롤송이 막 흘러 나오는게 아닌가!

달랑 한장 남은 달력이 무섭게 나를 막 째려 보는 것 같다.

년초에 세웠던 이루지 못했던 이런저런 계획들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

더 많이 사랑하기

더 많이 베풀며 살기

더 조용조용하게 말하기

1주일에 최소한 한권 이상의 책 읽기

아이들을 더 많이 안아주기

시부모님댁에 경제적인 도움을 더 많이 해 드리기

친정에 더 자주 가서 엄마 외롭게 안하기

동서들과 더 친근하게 지내기

조카들한테 자주 연락하며 지내기

할머님들한테 더 자상하게 대해드리기

.......

그중에서 단 하나도 실천이 된게 없었다.

부끄럽게도.

거창한 계획들은 하나도 없건만 자신과의 약속에서도 지고야 말았다.

무에그리 바빠서 이러한 일상의 자잘한 약속들도 지키지 못하면서 살았을까?

적당히 편리하게, 적당히 자신과의 타협점을 스스로 만들면서 쉽게 쉽게 지나온 시간들이

돌이킬 수 없기에 안타깝고 자신이 미련스럽게만 여겨진다.

지난 시간이지만 고 3 엄마로써 아이를 위해서 충분한 기도도 못했었고 아이가 기숙사에

있다는 핑계로 나는 참 편한 엄마였었다.

간식도 준비하지 않았고 아이를 위해서 날마다 밥상을 신경 써서 차리지 않았던

적당히 괜찮은 고 3 엄마를 보냈었다.

고 3 병은 아예 모르고 살았고 수험생 엄마의 절실함도 미미한 체로 지낸 것 같아 미안했다.

눈에서 보이지 않던 시간들은 나를 너무나 평범한 그냥 아줌마로 지나게 했다.

미안하다, 둘째야!

 

해마다 년초에 세우던 수 없이 많았던 계획들이 다 이루어졌다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은 영웅이 되었거나 나라의 대통령보다 더 훌륭한 인물들이 되었지

않았을까?

계획한데로 다 이룰 수 없기에 해마다 다시 세우고 다짐하고 벽에다 떡 하니 붙여두기까지....

이러면서 나는 또 스스로에게 후한 평가를 한다.

남들도 다 실패하는거야.

뜻한 바 데로 다 이루면 신이지 어디 사람이냐?

못다 이룬 꿈들은 실패가 아니고 현재 진행형인거야.ㅎㅎㅎㅎ

남에게 들키지 않은 자신과의 약속들은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고 묵살된다.

 누가 봤어야 알지?

누가 알았어야 시시비비 간섭을하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마음속에 혼자만의 지우개를 두고(질 좋은 것으로)이렇게 지우고 저렇게 쓱싹쓱싹.....

흔적도 남기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묵사발을 만들고야 안심한다.

이래도 되는거냐고 따질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마음 밭은 언제나 경작되어지다만

무수한 작황물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다.

추수할 때는 지났건만 알곡과 쭉정이도 가려지지 않은 체 바람에 나부끼고

비바람에 쓰러진 그대로....

 

일어나자!

마지막 남은 한장의 달력이 아직 나에게 희망을 주지 않느냐.

11개월이 과정이었다면 마지막 1개월은 결과를 남기자.

얼마가 되든 알곡을 내 곳간에 모아 들이고

쭉정이는 과감하게 날려보내자.

또 다른 새 날들에게 다 하지 못했던 사랑과 용기를 아낌없이 쏟아붓자.

최선을 다 하고 얻어진 결과에 감사하자.

평생을 살 것처럼 배우고 오늘이 생의 마지막처럼 살라고 하던  현자의 말에서

나는 뜨거움과 치열함을 배우지만 현실은?

그래도 그래도.....

다하지는 못했지만 시도는 해 봤지 아마?

매년 이맘 때 느끼는 허전함과 다하지 못한 부끄러움에 조금씩 자신에게 미안하다.

내년에도 또 어리석은 선택을 할지라도 자신에게 조금 덜 미안한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내년에는 더 많이 웃는 사람이 되어 주위를 밝게 만드는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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