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첫날부터 구월의 첫비가 내리고 있다
노인네들이 비오기전날 날씨가 꾸무리하면 신경통이 도지듯이
나는 비오기전날 이면 우울의 강가에서 정체모를 서글픔과 밀려오는 고독감을
주체못해 내 삶의 물음표를 던지고는 한다.
8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도 그랬다.
회색빛 하늘은 금방이라도 장대비라도 내릴듯 하다가
검은 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이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검은 구름들이 나의 우울의 세계를 압박을 해왔다.
우울감을 쇄신하려 문명의 세계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진
나의 밭에가서 어제 매다만 파밭을 매기로 하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전자키 잠기는 소리를 뒤로하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 왔다.
아파트 모퉁이를 돌자 8월의 마지막 바람속에서 엷은 가을향내가 난다
길고 지루한 여름을 보내면서 그토록 가을을 갈망 했는데
8월의 마지막 날에 가을향은..의외로
쓸쓸함이 반가움보다 앞서 전해져왔다
여전히 암회색 하늘은 다운된 내 감정선을 희롱하고
나는 희롱당하듯 괜시리 눈물이 핑글핑글 돌았다
차 시동을 걸자
아들녀석이 어제 듣고는 빼지 않은 시디에서
조덕배의 꿈에란 노래가 스폰지에 물 스며들듯이 내가슴에 스며들었다
꿈에서 만난 연인을 놓치기가 싫어서 눈을 뜨지못했다는 가사를
조덕배는 소프트하지만 강렬한 음색으로 꿈에..꿈에를 외치고 있었는데
평소 같으면 노래 따로 내 생각 따로 그냥 흘려들었던 노래가
어제 만큼은 빈 가슴에 틈새 틈새 스며들어 오늘 내릴 비를 예감했나보다.
8월의 마지막 날 회색빛 하늘을 보노라니 문득 국화향이 맡고 싶었다
아니다 국화꽃이 보고싶었다
아니.아니..국화향으로 내 빈가슴을 채우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국화꽃으로 잠시 흔들리는 내 시야를 가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화원에 들려 국화꽃을 화분채 세 개를 사서 농막에 심기로 하고 다시 차를 타니
여전히 조덕배가 꿈에서 깨어나 사랑하는 여인을 놓칠까봐
꿈에,,꿈에..를 연발하고 있었다.
하여 오늘은 건전한 농사이야기도..시시콜콜한 가정 이야길랑 제껴두고
8월 마지막날에 여름을 보내는 이별의 비도 오려고 하겠다
날씨탓인지 계절탓인지 기분까지 멜랑꼴랑 하니 오늘만큼은
달콤하고 설레이면서도 때론 가슴 저리고 애절할수도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가만히 유행가를 들어보라 가사 내용들이 사랑.사랑.사랑 타령이다
드라마나 영화..소설을 보아도 사랑 이야기가 없으면.
단무지 빠진 김밥을 먹은거 같고 김치없는 김치 볶음밥을 먹는것 같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사람들은 드라마나 소설속에서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나오면
대리만족을 하면서 마치 드라마속에 주인공에 나를 이입시켜서 드라마에 심취한다
몇 년전 조인성이 나온 드라마<발리에서 생긴일>에서
조인성이가 하지원을 향한 애절한 사랑에 많은 애청자들이 가슴 아파 했다
그 증거로 우리집 옆집 아저씨가 그랬다
정년을 몇 년 앞둔 우리 옆집 아저씨 ..
성실하고 반듯하고 손재주 있고 허툰소리 허튼 행동 안하시는
감성이 전혀 없을듯한 바른 생활 아저씨인데
발리에서..그드라마를 보면서 조인성이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표정을
보면 그렇게 가슴이 미어진다 했다.<물론 술한잔 드시고 한말씀이지만..>
우리 옆집 아저씨왈
잘 생긴 조인성의 애닮픈 표정이 화면에 클로즈업 되면서 <안되겠니~>
그 음악이 착 깔리면 가슴이 싸해지면서 밤고구마 먹고 가슴이 꽉 메이는
기분이 든다 하시면서 다시 젊음이 찾아온다면 머뭇대는 사랑이 아니라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열애를 하고 싶다 하셨다
나는 옆집 아저씨에 심경 고백?에 속으로 많이 놀라면서
평소에 딱딱한 로봇 같은 옆집 아저씨에게 훈훈한 인간미가 느껴 졌었다.
내게 다시 젊음의 노트가 주어진다면 나는 그 노트에다
어떤 추억을 만들고 어떤 스케치를 할까.
아마도 일도 .사랑도 .공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할것 같기도 한데
인생은 연습이 없고 막바로 실전이기에 지난 세월이 안타까울수밖에..
오늘 내가 우리 옆집 아저씨처럼 가슴이 싸한것 같기도 하고
고구마 먹은듯이 가슴이 괜시리 묵직한데 어인일인지 모르겠다
이유 없이 말이다..이유가 있다면 오늘은 8월의 마지막 날이고
내일은 구월 첫날이라것 뿐인데 말이다
나이듦이 애석해선인지 .
오늘 나는 밤 고구마 먹다가 가슴이 메인것처럼 답답함과
각 얼음을 실수로 넘겨서.. 가슴이 서늘서늘한것처럼 지독한 차가움이 순간 스쳐지나갔다
8월 마지막날 ..정체모를 번민에 휩싸여서
이렇게 살고있는게 맞는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여기서 조그만더 상황이 좋다면 만족할까.
다른이들은 ..제삶의 몇프로 만족을 하며 살고있을까.
남의 삶 내 삶의 물음표를 찍다보니 농막에 도착을 했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언제라도 비를 뿌릴 기세다
사온 국화꽃을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심어 놓고는
며칠 내린비로 덮어놓은 비니루를 벗겨주니 참깨의 숨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파밭을 매도 고독했고
내가 그토록 좋아는 분꽃이 그윽한 향으로 유혹해도 외면 했다
딸기밭에 잡초를 뽑고 며칠전 심은 당근과 비트에 싹이 올라와도
“니가 당근과 비트 싹이면 싹이지 왜 날 째려 보누 흥!”시쿤등 했다
끝물인 방울 토마토와 탄저병을 앓아 죽어가는 시들시들한 고추가 웬지
내 모습같아서 물끄러미 보는데 사람 소리가 들렸다
중년의 인생관이 같은 지인부부와 그 친구가 “도영씨~”하며 저만치서 걸어온다
마치 나의 고독과 나의 번민을 눈치라도 챈듯이.
나는 그러면 안그런척 안그러면 그런척 하는 묘함 단면이 있다
애써 밝은 척 ..
서둘러 수박을 따고 참외를 따서 흙묻은 칼로 숭덩숭덩 썰어 대접을 하고
나는 멀쩡하게 그들 앞에서 너스레를 떨었고 그들은 갔다
그들이 간 빈자리에...수박 겁데기와 나의 번민과 고독만이
다시 또 내리는 8월의 마지막 비를 묵묵히 맞고 있었다. 8월의 마지막 날에..
9월 1일에..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