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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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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BY 꽃단이 2007-08-19

1.

  

  \" 오늘은 집에 가나요? \" 라는 그녀의 말에 내가 \"아니요. \"라고 말했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내가 말도 못하는...

아주 많이 다친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느날 오후에 그녀의 전화통화가 들려왔다.

귀 기울인것은 아니였고, 그냥 한 병실에 있자니 들렸다.

\" 한사람 같이 있는데, 남편이 아주 자상해...

  음...호박죽을 사왔으면 해. \" 하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호박죽, 생각만으로도 침이 꼴까닥 넘어 갔다.

 전하통화를 듣자니 먹거리들이 비눗방울 터지듯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다.

호박죽이 제일 먼저 부풀어 오르다가, 점점 기름지게 반짝이는 음식들이

펑펑 부풀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바삭바삭한 치킨을 씹듯 입이 움찔거리기까지 했다.

  그녀의 친구는 정말 호박죽과 치킨을 사 왔다.

분홍색 프라스틱 쟁반에 덜그렁 미음 한그릇과 멀건된장국, 내 저녁식사.

나는 일부러 수저로 미음 한숫가락을 떠서, 또르륵 따르는 소리를 냈다.

\'또르륵,또르륵...\' 미음이 그릇으로 떨어지는 소리는,

 물소리처럼 맑기까지 했다.

작은딸이 사탕이 먹고 싶다면서,시리릭 웃듯이 내가 웃고 있었다.

\" 먹을래요?\" 햐면서, 그녀가 치킨 한조각을 또각거리며 흔들었다.

나는 대답대신, 웃으며 빠져버린 이를 보였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내게 마실것만 권했다.   쥬스,커피,우유...

나도 그녀에게 주었다.  내가 못 먹는 것들을,  비스킷,자두...

그리고, 치과 치료를 받고 힘없이 누워있는 날엔 음악을 들려 주었다.

그녀가 떠난후 맘이 무거운 날엔 음악이, 듣고 싶었지만  못 들었다.

 

  어느날, 그녀의 남자친구가 왔는데 단지 친구일 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결혼을 왜? 하지 않냐고 묻는게 젤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누구든 처음보면 몇살이냐? 왜? 결혼 안 했냐? 하고 물었단다.

\" 아버지는 내게 사십이 다 되어가는데, 결혼을 안한다면

  평생 혼자 살거라고 했어.

  하지만, 어머니는 내게 결혼을 강요하지 않아. 

  좋은사람을 만나 살아야 한다고만 하지.

  아마도, 아버지에게 다른여자가 생겨서, 이혼했기 때문일거야. \"

그러고보니, 우린 동갑내기였다.

\" 난, 말야 남편과 세달만에 결혼했거든? 이해 못하겠지?

내가 세달만에 결혼하겠다고 했을때도, 사람들은 말이 많았어.

나 역시 힘들었어.  엄마는 수시로 남자를 만나보라고 하고...

노처녀 된다고 야단였어.  아무튼 결혼을 했지만...그래도, 늙더라? 히히...

봐바.  너보다 내가 더 늙어 보이지?  결혼해도 늙고, 안 해도 늙고...

시간을, 인생을 즐겁게 사는게 중요해.  안 그래? 결혼해도 문제가 많고... \"  가만히 듣던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 친구중에 정말 한국남자다운 사람과 결혼한 애가 있는데,

요가도 억지로 시키며 허리를 팍팍 누른다네? 가족간의 문제도 힘들다고...

난, 내 멋대로라서, 못 참을 거야.  하하하... \"

그러고보니, 우린 동갑내기 같지 않았다.

내가 언니처럼 보였다.  눈가의 주름하며...

눈빛의 밝기도, 그렇게 보였다. 

나도 내 멋대로 멋지게 버텨볼걸 그랬나?  결혼 안 하고...  하하하.

  그날 내가 그녀와 그런 얘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우린 언어가 달랐는데...

그녀는 와블와블하는 영어를, 나는 떠듬두리뭉실 이상한 말을 했다.

영어와 몸이 함께 말하는 말. 

어찌됐건, 그녀는 내말을 알아 들었고, 나도 그녀의 말을 알아 들었으니 된거다.

그럼... 뭐.  된거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언어가 따로 있나보다.

영어, 프랑스어,독일,중국,일본...아프리카부시맨과도 소통이 가능한

사람사이의 언어가 있나보다. 

사람에게 가는 길을 만들고 싶어질땐, 마음이 말하는대로 들려주면 될까?

마음이 통한다는게 그런건가?  비슷한 몸짓으로 마음의 길을 내는것?

  병원에서 있자하니, 나도 모를 몽롱한 생각이 들고, 그러면 몽글몽글하게

밀려오는 잠으로 시간을 흘려 보내야 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고든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갔다.

 어느날, 와인색 웃옷을 입은 그녀가 다시 왔는데 환자목을 입던 때와는

다르게 눈동자가 더욱 푸르게 보였다.  

푸른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내 감나무껍질 색의 눈동자는 땡감처럼 뜰부개 세상을 보기도 하고,

홍시처럼 달곰하게 세상을 보기도 하니까.

그녀도 세상이 바다처럼 푸르게 보이기도 할테고...

푸른곰팡이처럼 보이기도 할테지...

히... 짜그라드는 링거팩처럼 웃어 본다.   팔이 편하게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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