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에 콩닢이 새벽이슬 맞고 나폴나폴 손짓한다
\'날 보려 와요~♪\'
새벽기도 다녀온 가방을 마루에 던져놓고 콩밭에 들어가
콩닢을 따면서 엄마생각,,
첨에 이사와서 밭을 만들어 콩을 심었는데
콩알을 너무 많이 뿌려 촘촘하고 무성해
많이 뽑아 버려야했다
어린콩닢이 아까워 똑똑 따서 풀국을 만들어 부어
콩닢김치를 담았는데 맛있게 먹었다
외삼촌도 주고 엄마도 주고 서울서 내려온 사촌에게 들려보내
혈액암으로 고통받는 외숙모가 콩닢김치 때문에
밥한그릇 뚝딱했다며 잘 먹었다고 인사도 들었다
콩닢이 얼만큼 자랐을때
큰소쿠리 한가득 따서 우물에 퍼질러 앉아 살랑살랑 씻어
엄마한테 갖다 주면서 \'엄마 이거 경아언니 좋아하는데
만들어 보내소~ \' 싱거운짓을 했다
둘이 앉아 한닢한닢 개켜 끈으로 꽁꽁묶어
엄마식대로 찹쌀풀국을 만들어 코추넣고 양파넣고
된장도 조금 풀어넣고 콩닢을 담으니 냄새가 죽여
내가 담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냄새가 나더라. 후훗
그거 몽땅 큰통에 담아 날보고 택배 보내달라해서
우리집에 가져와서 택배 보냈다.
다음날 엄마는 또 콩닢 따오란다. 자기는 먹을게 없다고..
나는 또 콩닢을 한소쿠리 따서 씻어서 엄마갖다 줬다.
그 다음날 서울서 셋째가 내려와 지난번에 보내준거
너무 맛있다며 새로 담은거 또 몽땅 보내달라해
엄마는 또 부랴부랴 나를 불러재낀다
택배 꾸려 싸보내라고.. (자기가 보내지 내가 택배냐?)
투덜투덜하며 또 병들고 통들고 엄마네 가서
택배 짐 꾸려 우리집에 와서 보냈다.
세번째.. 또 콩닢 따오란다. 또 자기 먹을것이 없어~
이번엔 안씻어도 된다고 그냥 따다만 주란다.
\'엄마, 나도 일해야지 언제까지 콩닢만 따다 주나~\'
짜증을 부렸다. 울엄마 삐졌다. 아흐~ >.<
된장,간장이 팔렸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여기저기 싸이트에 글보고
글소문만 듣고 목포에서 된장간장을 주문하니
아우~ 신나, 자랑할라고 엄마한테 전화걸었다
\'엄니 뭐하~노?\' \"와~ 니 바뿌다며!\" 전화를 툭! 끊는다
나는 또 콩밭에 들어가 콩닢을 따 씻어 엄마한테 올라갔다
\'엄마~ 이거 하는데 따야지 씻어야지 들고 올라와야지..
택배 가질려 또 와야지.. 차에 기름은 누가 그양주나?\'
울엄마 섭섭해 ~!@#$%
막내가 서울간다며 엄마한테 들어오니 짱아치 박은 콩닢을
서너개피 담아들고 서울가면 이거 큰딸네 갖다 주란다.
\"엄마 이거.. 갖다는 주지만 이거 하느라 농사짖고 따고 씻고~
일하는넘 따로있고 묵는넘 따로있나? 이런짓좀 하지마소~
따따따따\"
아이고.. 울엄마 왕 삐졌다. 한달은 가겠다. 후다닥/
이럴땐 줄행랑, 도망 가는게 상책이다.
오늘 아침, 나폴거리는 콩닢을 한소쿠리 따서 씻어놓고
엄마생각,
엄마는 운전도 못하지 컴퓨터도 못하지
노인정에 가서 노인네들이랑 이야기하고 노는거 질색하지
고스톱도 칠줄 모르지..
오뉴월 긴긴해가 얼마나 지루하겠노,
엄마한테는 콩닢이 컴퓨터고 고스톱인 것을..
이거, 씻어놓은 콩닢소쿠리 엄마네 들고가? 말어?
엊그제 화가 덜풀려 소쿠리를 엎어버리면..
아까워서 어쩌노?
내가 참아야지.. 열번만 콩닢 따다주면 한여름 다 갈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