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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5일째...


BY 일상 속에서 2007-07-06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얼마나 힘이 들던지

눈꺼풀이 어찌나 무겁던지...

핸드폰의 모닝콜 소리를 무시하고 싶었다.


기말고사 시험기간인 아빈이가 학원에서 몇 시에 왔는지

맞아주지도 못하고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7시가 되어 아이들을 깨우니 짜증내는 아영이와 달리

역시 큰 아들답게 아빈이가 눈도 뜨지 못한 채,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많이 좀 주무셨지요?” 라며 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몇 시에 들어왔니? 엄마가 요즘 엉망이네 아들도 챙기지 못하고...”

“보충수업이 늦게 끝나서 12시가 다 되어 들어왔어요.”


그러고 보니 잠결에 남편이,

“애가 들어오는 것도 보지 않고 잠만 자?...”라는 말에,

“애들에게 당분간 엄마가 요령이 생기고 익숙해지기 전까지 평소보다 덜 챙겨주더라도

이해해주라고 말했어.“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그래도 대화를 주고받은 것을 기억하니 이건 좀 다행이다.

며칠 전에도 보충수업이 늦게 끝난 아빈이가 자고 있는 나에게,

“엄마, 저 이제 왔어요. 좀 늦었어요.” 라고 했더니

“그래, 피곤할텐데 얼른 씻고 자.” 라고 했다나?...나는 기억에도 없구만...

특별한 기술을 지닌 내가 아닐 수 없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직장생활 때문에 힘겹지만

어제보다 낫은 오늘이기에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동사무소에서 근무한지 벌써 5일째가 되었다.

아직도 헤매는 상태이지만,

조금이나 배운 것이 있다면,

주민등록 등 초본, 타읍 동 주민 등록 일관 등 초본, 전입세대 열람,

세대별 주민등록열람의 화면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정도...

뭔 놈의 전산목록이 그리도 많은지.

첫날 전산망을 접했을 때의 기분이란

시골에서 살던 내가 어릴 때 외 삼춘 댁에 들르느라고 처음 상경했던

서울의 비슷한 미로 같은 골목길을 접했을 때의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지금의 내 상태는...미로 같은 골목의 확실한 장소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골목쯤인지

어림짐작하는 정도라고 표현하고 싶다.


본인이 왔을 때는 <행정기관>을 비롯한 주민번호만 작성하면 되지만

가족이나 본인이 아닐시, 일은 복잡해진다.

위임장을 보고 작성해야 하는데

위임장을 대신하는 다른 서류도 있지만 봤는데도 불구하구

내 머리는 아직 그 서류들을 인지하지 못했다.

기관이나 법인에서 타인의 세대열람을 바랄 때의 절차는 참으로

복잡하지 않을 수 없다.

전산 출력 시, 작성자 이름이 내 것으로 적혀있다면 실수를 해도 내 실수가

될 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성을 내가 하는데도 작성자의

이름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곧, 내가 한 실수가 등 초본 원담당자의 실수로 명시되기 때문에

나로 썬,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TV 광고를 점령하다시피한 대 부업 광고들,

언제가 뉴스를 통해서 사채 쓰는 많은 사람들의 실태에

대해서 접한 적이 있었지만 실감하지를 못했는데

이곳에 있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묵직한 서류 봉투를 들고 와서

내미는 은행의 자산관리팀이나 사채업자들의 출입이

보통 민원인들의 등 초본 떼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륜 대도 다양하게 적게는 20대에서 많게는 70대까지...

20대에 젊은 사람이 뭣에 쓰려고 사채에 손을

댔을까?

오지랖 넓은 나...남의 일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드라마의 영향력일까...

선입견 때문일까,

서류뭉치를 들고 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왠지

차갑게 느껴졌다.

냉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쩐에 전쟁>의 금나라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공>을 담보로

거금을 빌려주는 인간미 넘치는 사채업자가 등장하거나,

사채를 소재로 인간미 넘치고 정감 있는 연예인을 모델로 광고를 다루는 것이며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사채란 무서운 덧이 너무도 우리들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아서

두렵기까지 했다.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그 놈의 돈...

민원인들이 등 초본 떼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밀려드는 자산관리 팀들의 발길이 뜸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5일 만에 크게 느낀 나의 출근기이다.


오늘은 정신이 좀 몽롱한 것이 알고 있던 것까지 헷갈릴 정도다.

곁에 있는 32살에 2아이의 엄마인 ‘주임’도 피곤하고 힘겨워서

오늘은 인감등록을 떼러 온 사람들의 사진 확인도 쉽지 않단다.

내일이 쉴 수 있는 날이라는 것이 다행이다.

쉴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오후이기는 하지만 약속도 있고 아이들을 챙겨야 할 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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