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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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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목걸이


BY 오월 2007-06-08

아주아주 오래전 나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깊은 산골 우리집 한 채만 달랑있는 외딴곳.

그곳에 5남 2녀 우리들은 가족도 되고 친구도 되고 때로는 적도 되고

어쩌면 늑대가 키웠던 그 소년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살았습니다.

봄,달걀색 감꽃이 똑똑 지기 시작하면 푸른 풀숲에 우리들이 있었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부터 우리들은 그 풀숲을 헤치며 주린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감꽃이 지고 자리잡지 못한 썩은 새끼감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걸 주워먹기 시작하여 한 겨울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만

보이든 감나무 끝에 얼어터진 감들이 떨어질때까지 늘 우리들은 그 감나무

아래 있었습니다.

 

지금 앵두가 화초처럼 따지않고 바라보듯 그때의 감들은 감이라기 보다

어쩌면 화초에 가까워 크기는 살구만 하고 씨를 빼고나면 먹을건 없고

그저 씨뱉기 바뿐 그런감이였지요. 하지만 가지가 휘도록 다닥거리며

열린 감들의 그 예쁜 풍경은 아직도 그립게 남아있는 잊혀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반면 그런것들 만이 주린배를 채우는 수단이였다는 생각을 하면 또 아픈

기억으로 잊고싶은 기억이 되기도 합니다.

벌거벗다시피 한 입성은 늘 흉하고 더러운 감물이 들어 늘어져 있었던 기억.

그렇게 감은 나에게 그리움이며 동시에 잊고싶은 기억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사는 이곳에 정착한지 15년 처음 이사올당시 이곳은 감나무가 없었습니다.

혹 있다해도 감은 열리지 않고 잎만 무성했지요.

 

하지만 기후가 점점 바뀌면서 하나씩 감이 열린다는 소문이 있어 시집인 충북

영동에서 감나무 다섯 그루를 급히 가져다 심었더니 세 그루는 죽고 두 그루가

살아 풍성하게 감꽃을 피웠습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키가큰 감나무를 신기해서

목이 빠져라 바라봅니다. 잠시 은행에 다녀오니 키큰 감나무밑 앵두나무아래

남편이 박박 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뭐하냐며 가까이 다가가보니

하얀 끈에 달걀색 감꽃을 끼워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어줍니다.

울컥 감성이라곤 개미 눈물만큼도 없는 사람.하지만 커피나눠 마시고 늘 대화한

덕분에 아내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 맞춰가며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어떤 보석 목걸이

보다 난 좋습니다. 혹시 감꽃도 그 흉한물이 옷에 배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도

목걸이를 걸고 남편과 세차를 하고 그러면서 풋풋하게 풍겨오는 감 냄새에

목걸이를 내려다 보며 웃음짓습니다.

 

그리고 차들이 수 없이 다니는 도로옆에 만들어 놓은 들꽃밭에 한참동안 물을

주다 갑자기 목에건 목걸이 생각이 났습니다. 여기저기서 얻어다 심고 캐다 심은

들꽃들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몸살을 앓고 있어 누가보면 미친꽃밭 이라고

할만큼 심난한데,ㅎㅎㅎ 감꽃 목걸이를 목에건 미치미치한 여자가 그 꽃밭에 물을

주는 풍경 그것도 간판밑에서 벌어진 일이니 혹시 어디어디 미친여자 살더라고

소문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됩니다.

그래도 달걀색 목걸이는 내 방 옷걸이에 소중하게 걸어두었더니 지금은 진한 밤색이

되어 정말 예쁜 목걸이가 되었네요.

그리워서 서럽고 서러워서 또 서러운 기억들 그래도 소중한 추억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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