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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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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눈맞춤


BY 동해바다 2007-03-15


  
  
     툴툴 털어 낸 미세한 먼지를 바람이 잡아 먹는다. 
     딸마저 떠나고 공허해진 집안을 확 뒤집어 놓았다. 사방팔방 열어놓은 창 밖에서
     이 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봄 햇살 스며들어 따뜻해진 실내를 바람도
     잠시 꽃샘추위 피해 가고 싶었나 보다. 
     번데기처럼 몸만 쏘옥 빠져나가 제 방엔 허물만 여기저기  남기던 딸아이,  허리 휘는 
     줄 모르고 헤헤거리며 대학생활하는 딸의 해맑은 미소가 보고 싶다.

     \'엄마~~ 다음 주 금요일 못갈것 같아. MT도 있고 신입생환영회도 있고...\'
     \'안와도 되네여...오며가며 차비만 많이 드는데 오지마...\'
     \'나 보고 싶어 할까봐~~~~ㅎㅎ\'
     그래 물론 보고싶지. 겨우 며칠 떨어져 있었다구...
     몇 달 동안 못본 적도 있었는데 참으로 이상하다.
     안주한 삶은 그리움을 더욱 보채는갑다

     건반 두드려 본 지 언제인지 모를 피아노 위엔 허접스런 인형들과 저금통,
     입다 벗어놓은 티셔츠 등 쌓아놓은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오전 내내 버릴 것과
     보관할 것을 나누고 나니 딸 없는 방이 너무 표시나도록 공허해 보였다.
     그래도 말끔하니 깨끗해 보여 간만에 마음에 드는 방 분위기다.

  

     쉬어가던 바람이 요동을 친다. 와장창창~~
     노란 심비디움이 활짝 피어 눈높이를 맞추려 올려 놓았더니만
     바람에 그만 베란다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에그그그~~
     달려가 얼른 일으켜 세우니 다행히 화분은 깨지지 않았다. 
     난 잎도 하나 꺾어지지 않고 꽃잎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휴 다행...

     비어 있었던 몇 개월간 죽어나간 생명이 참 많았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 이름을 심심할 때 적어놓았던 적이 있다.
     시나브로 늘어난 화초들이 무려 120가지, 사알짝 세들어 살던 개망초꽃도 달개비꽃도 
     모두 포함시켜 내 식구로 받아들이니 당연 종류는 많을 수 밖에....
     작년여름 마당을 바라보며 그 흐뭇함에 내 삶의 무게를 조금씩 다이어트 시키고 
     있었다. 꽃으로 그득했던 마당에 푸르른 싱그러움과 날아와 푸드득거리는 새들의 재잭거
     림이 나를 늘 기쁘게 했건만, 나의 공백에 힘없는 화초들이 몇몇 스러져 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살아있는 의외의 질긴 생명에 반가움과 안도감을 내품으며 다시 올 한해 작년 
     못지않게 화초들과 내가 다부지게 일어서기 할 판이다.

   

     봄이 찾아 들면서,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새 생명이 움트는 정원을 기웃기웃, 
     만지면 부서질정도로 바싹 말라 비틀어진 잎들을 떼어주고 또 한 번의 눈맞춤을 
     한다. 하루에도 몇번일까. 수십번...
     나와 눈을 맞추고 대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 생명들은 쑥쑥 자라고픈 용기를 얻나보다.

     요즘은 봄볕이 들어오는 베란다가 오히려 거실보다 따뜻하다.
     밖을 보니 장미에도 새 순이 돋고 영춘화는 이미 봄맞이를 끝내고 새 잎에게 자리를 
     내어주려 한다. 누가 주인인지도 모를 자그마한 흙밭엔 원추리 싹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고 있다. 생명력 강한 노지화초들은 강추위와 눈보라에도 끄떡없이 잘 이겨내고 
     다시 시작하려 한다. 
     봄봄 봄이 왔다고 그들은 소리친다.

     오늘도 마주한 긴 눈맞춤으로 활기를 불어 넣어줄 푸르름이 내게 곧 희망이다.

  

     ***** 

     군자란 방울철쭉(기리시마) 심비디움은 요즈음 
     작은정원 사랑초 노란매발톱 
     기생초 붉은인동 제라늄 
     달개비 한련화 목마가렛은 작년에 찍어둔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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