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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44

그래도 사랑한다.노란 잠수함.


BY 오월 2007-03-06

울만한 이유가 있다면 울어도 체통이 서는 이유가

있다면 울고 싶다.

마지막 인사인지 심통인지 쨍한 칼바람이 불어도

따스한 햇살아래 노란 산수유가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촉촉이 젖은 봄새의 지저귐은 맑기만 한데.

허전하고 맥빠지는 마음을 추스리질 못 하겠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딸아이.

대학교 1년을 혼자서 씩씩하게 보내고 여름 방학때는

한 학기 등록금을 아르바이트로 거뜬히 벌어 오더니

올 겨울 방학때는 모처럼 엄마곁에 와서 면허증을

따고 요가를 배우고 엄마가 미처 손대지 못한 곳들을

정리하며 두 달 여를 집에 머물다 훌쩍 떠나 버리니

 

마음이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딸아이 좋아하는 냉이 초무침을 하다 손끝에 힘이

빠진다.

아직 철도 나지 않았는데 그래도 부모라고 하는 자책에

홀로 쓴웃음을 흘려본다.

너무나 작은 몸으로 세상에 나온아이 그래서 참 안쓰럽던 아이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자라 고마웠던 아이.

어느새 세상속에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개학하는 새 학기.

준비가 만만치 않다.

한 학기 등록금.

일년 방세.

한 학기를 살아갈 생활비.

월급 받아 아이들 대학공부 시키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아이들 공부 시키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겠다.

가끔 글을 읽다보면 혼자 아이들 공부 시키는 분들도 있던데

새삼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한 학기 생활비라며 백 만원을 통장에 넣어줬다.

두 달여 집을 비웠으니 공과금도 밀려있을 것이고 공용비,

책값,인터넷,난방비,등등 아이의 걱정이 태산이다.

엄마가 준 돈이 순식간에 없어지면 어떡하느냐고 ...

그래도 절대 이유없는 초과 생활비는 없을거란 다짐을

두어 등을 떠밀고 나니 마음이 이렇게 짠하고 아프지만

그래도 여물게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우쨌던

아껴써라 하는 꼬리표를 한 번 더 달아 보냈다.

혼자 살아도 한 살림인걸 돈 헤퍼 쓸거 없는걸 20년 넘게

살림해온 엄마가 왜 모를까.

그 작은 가슴에 근심을 가득안고 떠난 딸아이.

 

출근하여 열어보는 메일함속에 낮선 닉네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노란 잠수함\'

2월의 가계부를 적어 보냅니다.

책값000

식료품000

공과금000

영어 학원비000

학교 식당000

친구가 놀러와서 밥값000

헉 올라간지 4일만에 30만원 지출이라~~~~~

 

노란 잠수함 보시게!!

엄마가  가계부를 분석해 보니 이제 보름후면 우리딸 거지

되겠구나.하지만 노란 잠수함 거지가 되는 딸이라도

엄마는 널 사랑한다.

꼬물꼬물 부드러운 땅을 헤집고 나오는 어린 싹이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 때 그때 땅은 그 어린 싹을 지금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바라볼까.모르겠다.하지만 엄마는 널 생각하면 가슴속이 이렇게

사랑스러움으로 꼬물거린다.

닉네임 너무 예쁘다 사랑한다.노란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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