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몹시 춥다.
은행에 볼 일이 있어 성당가기전에 보고 갈려구 일찍 나섰다.
번호표를 뽑을 필요도 없다.
첫번이다.
창구 앞에 무심히 서 있는 내코앞에 갑자기 모락 모락 김이 나는 녹차컵이...
아무 생각없이 서 있던 터라 흠칫 놀라며 쳐다 보니,
깨끗하고 단정하게 무스 발라 정돈된 머리와 말없는 미소가,
이른 아침 세수하고 바르는 아들아이의 스킨로션처럼 신선한 공익근무요원이었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의자에 앉아 마실새도 없이미소지으며 인사말을 하고
컵을 든채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버스를 기다리며 장갑낀 손으로 녹차컵을 가만히 싸안았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젊은이의 따듯한 마음이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듯 하다.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안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걸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이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짜르르 소리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라는
노고지리의 \"찻잔\"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버스가 얼른 오지 않아도 추운줄도 모르겠다.
오늘,
나도 저 아름다운 청년처럼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해 줄수 있기를 희망하며
길가에 선채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차를 마신다.
행복감과 감사함에 흐뭇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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