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갈이를 먼저 헐까...
아니면 해갈이만 혀?
평생 그러니까 한 이십오년이나 육년 된 결혼 생활끝에
그 보다 연륜 짧은 어리버리한 사춘 동생 나에게 자문을 해온 거다.
도무지 살면서 밥 한 번 할 줄 모르고.
마누라 교통 사고 나서 죽네 사네 중환자실에 누어 있는 데도
아침은 누가 하냐고 딸내미한테 전화하는 데
막내 아들이 그때 중 2때 그러더란다.
\" 아빠! 지금 밥이 문제여?\"
겨우 살만 해지면 도로 무슨 일 내서 돈 까먹는 거는 왜그리 쉽게 하는지.
아이들 대학 보낼때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그건 그 때가서 걱정하지 뭐 벌써부터 걱정하냐고 빈축 주더란다.
그 말 듣던 막내 아들이 조용히 말하더란다.
\" 아빠. 나 그럴 줄 알고 지금 일식집에서 시간당 4000원알바 하고 있어요\"
다행히 아들은 아빠를 안닮았단다.
허구헌 날 나보고 놀러오란다. 내가 백수가 되서 혹여 니 남편이 구박할 줄 모르니 갈 데없으면 놀 데 없으면 언니네 식당으로 후딱오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또 다른 속사정이 있었다.
장사가 시원찮게 되고 알바생을 구해야 하는데 아들은 다른 집으로 알바가고.
딸들은 또 다른데로 일 다니고. 있는 남편 잘 부려 인건비 줄일려니 나의 형부는 그게 잘 통하지 않았다. 되레 있으면 걸리적 거리고, 없으면 언니는 나를 앉혀놓고 주야장창 이십년전부터 니 형부가 뭐 어쨋네 저쨋네 소릴 들어야 하니 이것도 곤역이었다.
괜히 잘나가는 회사 때려 치웠나 보다 했다. 시간이 많은 동생귀는 먹통이 된 것처럼 형부 흉은 들어가기만 하지 도통 입 열 기미를 못 보니 언니는 마음 놓고 나에게 퍼부어 대었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뒤틀린 언니의 심사를 달래 주면 되겠지 했는데.
\" 야! 니 남편은 어떻게 했길래 니 돈 안벌어도 뭐라고 안 하냐?\" 하기도 하고
어쩌면 그렇게 밥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니는 복도 많지. 니가 쌀 걱정을 하냐? 세금 낼 날짜가 지나간 건지. 공과금 신경 안써도 니 서방이 알아서 다 해주니 니 팔자가 늦복이 터진 거다. 뭔 방법이 따로 있냐? 무슨 비결을 묻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남편도 초반에는 어지간히 철딱서니가 없었는데.
곰퉁이처럼 살림을 잘 못해서 어지간히 나를 면박주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런 일도 뜸하긴 햇다. 무슨 비결이 따로 있다면 그저 그냥 내버려 둬라...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울 언니 가만히 보니 형부에겐 어떤 기회가 와도 먼저 후다닥 다 해치우고 얼른 끝내버리는 성질 급한 다혈질이다. 그러니 기브스도 아직 안풀었는데 그 발로 냅다 운전하고 다니고 애들 시험본 다고 날짜 챙겨주는 바람에 형부는 가만히 있는 역활이 된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울 언니는 니 형부는 탱자 탱자 집에서 노는 것이 일이냐? 누가 그 잘생긴 얼굴 보고 쫒아 와도 내 얼른 가져가라고 빌 거다... 히유.
결혼기념일은 둘째치고 마누라 생일은 십년에 한 번 기억할까 마다 하고
자식들 치닥거리가 전부 언니 차지인 듯이 몰아대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줄기차게 나에게 한 이년 형부 흉 보다가 이젠 지쳤는지 전화도 안한다.
그래서 난 잊은 줄 알았는데.
엊그제 우연히 시장에서 두부 사는데
누가 내 어깨를 탁 친다. 돌아보니 울 언니와 형부다.
형부는 양쪽 손에 장본 것을 주렁주렁 들고 있고 언니의 얼굴이 환하다.
야! 이것아 한 번도 안오고 전화도 안 되고 나 니 보고 싶어서 환장 하는 줄 알았다.
나는 또 속으로 또 나 앉혀놓고 형부 흉 볼려고 그러나 싶어 다른 핑계를 대어 어떻게 자리를 피할까 했는데.
나를 구텅이로 몰아 형부하고 거리가 멀게 하더니
야! 니 형부 싹 바뀌었다. 니 남편처럼 밥하고 빨래도 기차게 잘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어서 나는 언니 따라서 줄래줄래 같이 집을 향하고 형부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서
울 언니 하는 말씀이
\" 박 기사! 운 전해주세요~~~\"
나도 이게 어떻게 된 거여? 묻고 싶은 데
언니는 나보고 이따가 집에가서 다아 애기해 준단다.
집에 오자마자 주방으로 달려가는 형부를 보고 나는 놀랐다.
다 차려진 식탁에서 식사하시라고 불러도 대답도 오지도 않았던 옛날 형부엿는데.
음식타박도 무지 심했었다.
언니가 식당을 하는 베테랑급 요리사인데도 뭐가 덜 들어갔네. 너무 많네 트집 잡아 밥상머리에서 기절 할려고 했던 울 언니는 거실 소파에 옛날 형부처럼 앉아서 리모콘으로 틱틱 누르며 그런다.
\" 밥 다되었으면 불러요...\"
언니를 나는 안방으로 밀었다.
언니야..
무슨 천지개벽이 있었어? 형부 왜 저래?
야! 니가 한 말 기억 안나냐?
뭔 말?
이년동안 언니가 형부 흉을 보니까 내가 그러더란다.
마누라가 죽었습니다하고 그냥 내버려 두라고...
까짓거 나도 이렇거나 저렇거나 기대도 안하니까 지덜이 알아서 지지고 볶고 그러다 서로
맟춰지더라나.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 한데
그 말 들은 언니 바로 실행에 옮겼단다.
애들이 시험을 보거나 말거나
지덜 운명이지 내 운명이냐?
밥도 스무살 넘은 것들이 지 밥도 못해먹으면 그것도 내 탓이니까
니덜이 알아서 해라.
청소도 지저분하면 치우고 안하면 그대로 살고
니덜이 할 수있음 하던가...
학교를 늦게가는지 마는지 지 탓이고
집안 대소사 나만 빠지면 잘 돌아갈 거다! 라고 했다나.
그렇게 삼 사개월을 지냇는데.
죽어도 주방에 안들어 가겠다던 울 형부가 새벽에 몰래 라면 끓여먹다가 언니에게 들켰단다.
누가 몰래 라면을 끓여 먹으래?
자는 마누라랑 같이 먹으면 어디 덧나남?
그렇게 한 팀이 되어 밤에 야식을 해주고
그러다 언니가 밥을 안차려주니 자식들 식사를 형부가 챙겨주더란다.
하나가 바뀌니 전부 다 뒤집어졌단다.
그래서 내가 더욱 생각났다나...
조만간에 결혼 이십칠 주년이 되는데
이젠 언니가 한 턱 낸단다.
언제는 형부에게 맨날 까먹는 통에 케잌 한 번 훤하게 불 밝혀보는 게 소원이라더니.
지나고 보니 형부만 뭐라고 할 게 아니라나.
이십칠년짜리 여편네가 당당히 제과접에 가서
특별한 케잌주문을 한단다.
뭔 케잌이 특별 한거여?
형부 이름을 새긴 케잌으로 이단짜리 주문할 예정이니 니도 틀림없이 와야 한다.
또 날짜 까먹지 말고!
단단히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다.
그날은 잊어먹지말고 꼭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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