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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노인 기준 연령 높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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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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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웃음


BY 오월 2007-01-02

겨울 같지 않은 포근한 날씨에 익숙한 탓에 잠시 쨍한 추위에

게으름을 피운다.

하루 종일 이불속에서 뒹굴고 싶은 유혹을 떨치고 늦은 출근을

서두르며 현관문을 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문이 열리자 앞집 아줌마가 아이 하나를 안고 내린다.

얼마전 현관문을 열어놓고 하루종일 전을 붙이길래 무슨일이냐

했더니 아들이 장가를 든다고 했다.

앞집아들이 장가를 든다는데도 출근하는 사람이란 핑계를 대고

겨우 부주금만 전하고 말았는데,어느새 세월이 흘러 저런 떡두꺼비

손자를 보았는지....

늘씬한 새댁이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도 인사가 없길래 얼굴도

이쁜것이 인사도 잘 하면 더욱더 이쁠텐데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그런데,어느새 배부른 열달이 지나간걸까.

 

살기는 따로 살면서 출근길에 아이를 할머니께 맡기는 모양이다.

아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바쁜길에 만난 아이를 어르느라 시간을

지체하다 남편에게 싫은소릴 들은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속상한 날도 노란유치원 차에서 아이들이 졸졸 내리는걸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다 풀리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 진다.

그런데 앞집아이는 하얀 모자를 폭 눌러쓴 모습이 정말 이뻤다.

타야하는 엘리베이터를 그냥 보내고 아이의 함박웃음을 한번 보기위해

체신머리 없는 행동을 한참이나 하자.아이의 표정이 \'이 아줌마 왜 이래\'

하는 짜증섞인 표정이 되었다.

무참해진 마음에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갑자기 망령된

생각하나가 머리를 스쳤으니....

\'나도, 저런 손자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아들 딸 장가 시집 보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 아직도 이해 못하겠고

손자 빨리 보고싶어 안달하는 사람 아직도 이해 못하겠고 굳이 시집

안가겠다는 자식있으면 그냥 저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살라고 하려했고

혹시 자식낳아 나보고 키워달랠까봐 미리미리 몇 번씩 못 박아두곤했는데....

얼마전엔 나와 동갑내기 남자분이 며느리를 보길래 이제 할아버지 되는데

축하할 일이냐고 몇 번씩 묻곤했는데...

갑자기 이게 웬 망령 된 생각인지.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지며 옛 생각이 난다.

바람기 다분했던 남편만나 행여 우리가정 깨질까 노심초사 살았던 신혼시절

어느 날 갑자기 애인하나 없어보고 연애 한번 못 해 보고 시집온것이

억울해서 호시탐탐 노리며 언제든 걸리기만 해 봐라 나도 보란듯이 연애한번

해 보리라고 기회만 노렸더니 선수인 남편은 책 잡힐일을 한번도 안 하고

그냥 세월보내며 살아온것이 오늘이 되었네.

 

이제 이 나이에 이상형의 남자만나 키스한번 해 보면 복숭아 향기 날 수 있을까.

농익은 딸기향 폴폴 풍기는 그런 키스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랑 아닐바엔 연애도 싫다.

입안에 한번 들어간 음식은 씹어 삼킬때까지 보이지 않게 먹는다며 어른들께

칭찬도 많이 들었는데,어느때 부터인지 내가 음식을 먹고난 자리에 음식물이

흘려 있고 잇사이에 끼인 음식물들이 늘어갈때 마음은 청춘이여도 내 마음을

다시 한번 걸러야 할때임을 스스로 느낀다.

호시탐탐 내 안의 바람끼를 이제 걸러내고 아내 믿고 어깨에 힘주고 큰 소리

치는 남편기나 팍팍 살려주며 살아야 겠다.

행복이 무엇이냐 물으니 행복은 가슴이 뜨듯하게 꽉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라

했는데..그건 내가 옳은길을 갈때만 차오르는 감정임을 이제 알 것 같다.

오늘 퇴근길 농익은 딸기나 한 팩 사서 아이들 재워놓고 남편과 둘이 나눠먹어야겠다.

그러면 가슴이 뜨듯해져 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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