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8

대화가 어려운 사람들


BY 미국이모 2006-11-14

 

내가 아는 엄마들 중에 15세 즈음에 이민 온 엄마가 있다.

이름하여 1.5세대 이민자.

(1.5본인들은 두가지 다 완벽하지 못하다고 아쉬워한다)

1.5세대의 특징은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능숙하게 구사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어권과 대화 할 때는 존댓말까지 갖춰

별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을 한다.

물론 자기 아이들에게는 대부분 영어로 하지만......

 

이 엄마도 한국어에 별 불편이 없는데다

네다섯살은 어린 나에게도 깍듯이 존대를 하는 까닭에

가끔 주제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된다.

영어 액센트가 가미된 말투에 가끔은 영어를 섞어 쓰니

나도 어떤 때는 이 언니가 귀엽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느 날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낸다.

내용인즉 한국에서 온 엄마들과는 도무지 대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자기 둘째 아들이  첼로를 배우는데

선생님이 좀 유명한 사람이다 보니 당연히 한국 아이들이 여럿 있단다.

렛슨가서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나 정기적인 발표회가 있는 날을 통해

자연스레 한국 엄마들과 알게 되었는데

이 엄마들은 서로 인사가 오고 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줄곧 자기 아이들 이야기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연습을 어떻게 하고, 선생님이 어떻게 이뻐해 주고,

첼로 말고 다른 악기를 배우고 있고, 한국에서는 어땠고.....

거기까지는 참을 만 한데 가끔 질문을 한단다.

\'댁에 아이는 어떻신가요?\'

그래서 \'우리 아이는 첼로를 참 좋아해요\'하고 말문을 열면

바로 다시 \'우리 아이도 좋아해요\'

아님 \'우리 아이는 않좋아하는데 억지로 시켜요\' 하면서

다시 자기 아이 이야기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엄마는 그런식의 일방적인 대화가 불쾌해서

자리를 피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같은 한국 사람끼리 불편해 하는 모습을

서양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참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 묻기를

한국에서는 엄마들이 자기 아이 이야기만 늘어 놓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냐고 물어 보는 것이 아닌가.

 

대답하기가 참 민망했다.

사실 나도 한국에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적지 않게 엄마들의 그런 태도에 실망했었고

이민 와서 가끔 한국 엄마들을 만나면 깜짝 놀라곤 했었다.

이민 생활에 주고 받을 정보도 많고 위로 할 일도 많은데

왜 그렇게 아이들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건지.......

이민 생활 하다보니 말이 고파서,

혹은 가족끼리 떨어져 살면서까지 유학 뒷바라지를 하다보니

자식 하나 잘 되는게 유일한 걱정이라서 하고 이해 하려 해도

한번 두번이 넘어가면 불편해지기 일수이다.

게다가 혹시 한 두다리 건너 누굴 소개 하면서

중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학부모 면담에 통역을 해달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의 대화소통 방법의 문제점을 커버하면서

양쪽 다 만족 할 만한 분위기로 이끌어 가며

통역하는 것이 얼마나 고역인지 여러번 경험 해 보았기 때문이다.

착한 마음이 아닌 줄은 알지만 .......

그리고 한국 엄마들이 다 그렇지 않다는 것도 잘 알지만.....

 

이 곳에 서양 엄마들도 물론 자기 아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하지만 함께 대화를 해 보면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아이에게도 관심을 보이면서

그 나이 또래들에 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대화를 해 나간다.

서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질문은 삼가하면서 말이다.

 

한번은 아이들이 중학교 때 이민 온 가족과

다른 1.5세대 가족을 집에 초대 한 일이 있다.

서로 얼굴만 알고 지내던 사이들인데

연결되면 좋을 만한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사이인지라

그냥 자연스레 이야기가 오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양쪽을 조금씩 아는 우리가 식사자리를 마련한 거였다.

중학교 때 이민 온 그 딸이 대학진학을  한 직후였으니

대화는 자연히 거기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세시간 정도 식사 나누고 대화하는데

족히 두시간은 그 이야기와 그  집 아이들 이야기로 채워졌다.

호스티스 입장에서 나는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었다.

그 집 부부는 신이 나서 떠들고!!!!

우리는 계속 들어야 하고????

 

그런데 이 1.5세대 부인이 어찌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지

인격에 감동을 받을 지경이었다.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고, 추임새를 넣어주고.....

어디서 듣기 훈련이라도 받고 온 사람 같았다.

지금도 가끔 그 부인과 만날 때가 있는데  말은 또 얼마나 적절하게 하는지...

 

에세이 방에 들어오면 감동스런 삶의 이야기들도 많이 있지만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마음을 헤아려주고, 격려 해 주고, 칭찬하고 , 축하하는 \"답글\"에서

감동받고 눈시울 적시는 순간들이 많이 있다.

우리 나라 엄마들도 마음과 눈을 넓혀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으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대화 하기를 바라면서

비난 받을 소지가 있는 글을 올려 본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