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만일까
내가 다시 그를 만난 것은
오래전에 함께 공부했던 \"날으는 돈가스\"님을 만나 시험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낯선 골목을 돌아갈 즈음,
저 멀리 골목에서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길을 느꼈다.
너무 떨려서 차마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볼 용기조차 나질 안했다.
나의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있었다.
하필 그 순간이란 말인가
밤새 공부하느라 푸석한 얼굴,, 가을 낙엽처럼 부스스한 내 머리카락들...
그것도 낯선 동네에서,
그 많은 시간들 중에서,
시험날 아침 가장 긴장되고 중요한 날 아침에 그를 만났단 말인가?
이제는 서로에게 의미없는 존재로 잊혀졌다고 믿었는데-
왜 다시 운명처럼 만나야 했는가 말이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곁에 서 있던\"날으는 돈가스\"님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혼자만의 아픔이니까.
내마음의 혼란으로 인해 그녀의 시험에 망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미혼아닌가!
블랙커피의 쓴 맛으로 내 심장을 달래주었다.
그의 최근 근황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듣고 있었는데.. 실제로 다시 만나다니..
그는 변함 없었다.
20여년전에 그 모습 그대로...
바.바.리.를 입고서
그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시험보는 내내 뒤숭숭하게 생각났다.
바바리맨이여
제발 때와 장소를 가려주는 정도의 센스!!
그러나 나의 놀라운 집중력은 시험을 합격으로 이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