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온지 6년이 되어가네요(캐나다)
이 곳에서 터를 잡으면서 생기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남기고 싶네요
저의 얘기가 맛갈스럽지는 않지만
그냥 옆집아줌마 얘기처럼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민을 오니 나에게 귀찮은 것이 하나 생겼다
매일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는 것이다
중3인 아들은 한국음식을 싸주면 기겁을 하고
먹고 오지도 않는다
어느날 점심으로 김밥을 가져갔었다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어떤 아이가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단다
그러더니 옆의 아이는 윽 하면서 코를 잡드란다
김밥 특유의 냄새가 이상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대답도 못하고 뚜꼉을 닫고는
점심시간 내내 쫄쫄 굶었단다
아이가 내 차에 타자마자 김밥을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했다
\"야 너는 사람이 어찌 그러냐
그러던지 말던지 먹으면 될 것을 뭐가 챙피하다고 점심도 못먹냐
그럴때는 코리안 음식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
설명을 하고 알려줘야지\"
\"싫어\"
집에서는 한시간이 멀다하고 먹을 것을 찾는 아이가
점심을 내내 굶고 있엇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
불고기도 싸줘보고
만두도 싸줘보고
밥에다 계란 입힌 쏘세지를 싸줘보기도 하지만
김밥 사건 이 후로는 이 곳 음식이 아니면 먹지를 않는다
한번은 한국음식을 싸준날
웬일로 도시락이 깨끗이 비워있었다
너무 기뻐서
\"우리 아들 점심 다 먹었네\"하니
아침을 안 먹고 학교를 가니
너무 배가 고팠단다
그런데 점심을 먹으려니 한국음식이었고
배는 고프고
도시락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변기통 위에 앉아서 먹었단다
그말을 듣는 순간 할말을 잊었다
이제 부터는 절대 한국음식을 싸주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다
그런데 무엇을 싸줘야 하는지
고민이 태산이다
불고기를 맛있게 해서 불고기 샌드위치를 싸주었더니
샌드위치에서 마늘냄새가 나서 싫단다
여기서 파는 햄을 사서 햄 샌드위치를 해 주었더니
햄에서 이상한 냄새(여기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나서 싫단다
스파게티를 해주었더니 그건 좋아했다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
햄 앤 치즈 샌드위치
이런 것들은 또 느끼하단다
아이고........
우쪄까나....
느끼하다니 마요네즈나 버터를 빵에다 바르는 대신에
그럼 고추장을 발라주었다
하교길에 데리러갔더니
차에 타자마자 하는말
\"엄마 오늘 샌드위치 맛있었어\"
\"정말 잘됐네\"
그래서 나의 점심메뉴는 자리를 잡게 되었다
월요일 스파게티
화요일 햄 앤 치즈 고추장 샌드위치
수요일 beef roast 고추장 샌드위치
목요일 감자 샐러드 고추장 샌드위치
금요일 green 샐러드 앤 이탈리안 드레싱
이 메뉴로 한 몇주를 하니
남편이 또 못살겠단다
느끼해서....
밥 밥이 먹고 싶단다
지금은 아들과 딸 점심은 샌드위치로
남편 도시락은 한식으로
나의 아침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아 그리워라
한국의 급식 시스템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