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안에서 수상가옥을 구경하며
여행객들이 팔뚝만한 메기들에게
식빵조각을 뚝뚝 떼어주는데
순간 속이 메스꺼웠다....
3년전 내가 이곳에서
저 식빵을 맛있게 먹었드랬지....
아....잊고 싶은 슬픈 메기의 추억..ㅜㅜ;
버스안의 인원수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17명...
우리 일행 중 어린 남매와
연세 드신 어머님을 모시고 온 젊은 엄마가 있었다.
우리의 양여사..
그 할머니에게 동질감을 느꼈는지
슬며시 다가가 그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대유?... 저는 대전에서 왔는디~^^”
“예~ 청주에서 왔어유~”
“며느리랑 같이 왔슈?”
며느리랑 왔냐는 양여사의 질문에
순간 입이 대빨 나온 할머니.
“시엄니가 뭐가 이쁘다고 며느리가 같이 오겄슈!! 딸이랑 왔어유~”
“그..그래유..나이가 어찌 되신대유~”
“79살이구먼유~ 거기는 나이가 어찌 된대유?”
“70살 되가유~”
“아고 그럼 새댁이네~ 난 그 나이 땐 내가 늙은 줄도 몰랐슈~”
헉! 순간.. 우리 세 여자들.
옆에서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언니..엄마가.. 새댁이래~”
“엄마가 새댁이면 우린 새나라의 어린이?“
“크큭 ~70 나이 때 늙은 줄도 몰랐다잖여~”
“그러게...우린 50 안 되도 늙은 거 다 알겠던데...ㅋㅋ”
“우리 너무 조숙한 거 아녀?^^*”
그 후로 우리 양여사 새댁되다!
“새댁엄마!”
“아이구 늙은 망구 보통 논네가 아닌 거 같어~
한 성격 하것드라~ 쳇~아니 누구랑 왔냐고 물으면
그냥 딸이랑 왔다고 하믄 되지 대뜸
시엄니 뭐가 이뻐서 여행 시켜주겠냐고
없는 며느리 욕할게 뭐 있다냐~
하여간 보통 대가 센 논네가 아녀~
성격 보아하니 며느리가 싫어 할만도 하겠드라~“
“칫~그러는 엄만 성격 좋구??”
“야 내가 뭐 어때서 그려~”
“근데 사실 내가 여행 다녀봐도
친정엄마하고 온 딸은 종종 봤어도
시어머니 모시고 온 며느리는 못 본 것 같아~“
“에이휴~허긴~ 시엄니가 뭐가 그리 좋겄냐~~”
“그러게 말여~근데 엄마~
우리 이 여행 언니가 다 계획한 거 알지?”
“그려~ 영희가 여기 오느라 애 많이 썼지~ 가방두 사 주구~”
그눔의 가방..
아무래도 우리의 양여사
바퀴달린 가방에 감동 대빵 먹었나 보다..
“어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 제부에~
시누들하고 같이 여행 가려고 하겠어~
엄만 정말 며느리 하나는 끝내주게 얻은 줄이나 알어~”
“구람!!~우리 영희 같은 며느리는 흔치 않지!!”
양여사 갑자기 의기양양하다.
역시 여행은 나이를 불구하고
배움의 장터임에는 확실하다.
간혹 내 엄마를 봐도 주변을 봐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자식들에게 관심 받으려는
억지 행동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들딸들이 잘해주면 잘해줄 수록 더욱 더...
우리의 양여사?..캬~ 역시 만만찮다.
“그러니깐 영희언니한테 잘 해..”
다 뼈가 있는 얘기건만
엄마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가 언젠 못 해줬냐?”
“어쨌든!! 더 잘 해 주라고오!!”
새댁인 양여사 그 뒤론 그 할머니와는
친구삼아 같이 말동무도 하면 좋겠구만
노인네끼리도 코드가 안 맞는지
일정거리를 두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다니신다.
그건 바로
두 노인네의 기가 센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찌는 듯한 더위에 태국의 왕궁을 구경하고
파타야로 가는데 가이드가 피곤할테니
차에서 눈 좀 붙이시라고 하자 우리의 양여사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돈 아깝게 자긴 왜 자꾸 자라고 하는겨!구경 해야지~”
“엄마 구경해~누가 억지로 자래?~”
아기공룡 둘리처럼
요리보고 조리보고..
버스 안밖을 열심히 둘러보던...
호기심 많은 양여사..
“야 근디 말여~버스에서 왜 음악도 안틀어 준다냐?
저어기 앞에 테레비도 있는디 틀어주지도 않고 말여~~“
“가이드 얘기 들어야지.. 음악은 무슨..
그리고 버스에서 티브 틀면 걸린다잖아~”
“헤이휴~~조~용하니~~ 심심타!”
미쵸..ㅡ.ㅡ;
잠시 후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버스에 오르자
밥 맛있게 먹었냐는 친절한 가이드의 질문에
우리의 양여사 또 가만있지 않고 대답을 하는데...
“뭐...그냥....그런데로... 먹을만 했슈!!~”
헉!*,*
이게 뭔 소리라냥..
아무래도 안 되겠다.
다시 양여사 교육 들어간다.
“엄마!... 일루 와봐~”
“......왜..”ㅡ.-;
나의 심상찮은 말투에 긴장한 양여사.
“엄마....자꾸 가이드 말에 트집 잡을 거야?”
“야 내가 언제 트집 잡았다고 그러냐~”
“식사 잘드셨냐고 물으면 네 잘 먹었어요~ 그케 말해야지
그냥 먹을 만 했슈~라니... 무슨 대답이 그래?
못 먹었으면 차라리 아무 말이나 말던지
엄마 아까 보니 밥하고 반찬 무쟈게 먹더만~밥 두그릇 먹었지?
앞으론 가이드가 잘 잤냐고 물으면 잘 잤다고 하고
잘 먹었냐고 물으면 잘 먹었습니다 그래~ 알았어?
무슨 물건 사는 거 트집 잡듯이
자꾸 가이드 말에 트집만 잡을려고 하지 말고..
엄마 지금 자세 너무 불량 해~“
“알.았.다.”
약장사에 한동안 열심히 구경 다니더니만
교육을 잘 받아 묻는 말에 대답은 꼬박꼬박 잘 하는데
자세는 아~주 불량스럽다.
다음 날.. 여느 때와 같이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식사 잘했냐고 물으니
역시나 큰소리로 대답하는 우리의 양여사..
“네!! 잘 먹었어유!!~^^”
그려 그렇게 하는겨....
내가 기특하다는 듯 엄마를 바라보니
엄마도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우리 새댁 말도 잘 듣는다..훗~^^
해가 질 무렵 알카쟈쇼장에 도착했다.
우린 가이드가 건네 준 입장표를 받고
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데
무대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희들이 나와
춤과 노래를 부르니 옆에 앉은 울엄니..
......무.아.지.경... 그 자체다...
공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양여사..
공연장에서 춤추던 무희들이 길거리에서 돈을 받으며
여행객들과 함께 사진 찍는 모습 목을 쭉 빼고 구경하는데..
순간 한 무희의 목소리를 듣더니 깜짝 놀란다.
“오메~저네들 목소리가 왜 남자 목소린겨?”*,*
“아까 말했잖아~ 원래는 남자인데
여자로 수술 받은 사람들이라고~~“
“오메~아까 무대에서는 분명 여자 목소리로
노래 불렀는디?~“
”하하~ 그 노래는 쟤네들이 부르는 게 아니라
음악 틀어주고 입만 벙긋 거리면서 시늉만 내는 거야~
여자로 수술해도 목소리는 바뀌지 않거든~“
”오마나~~세상 참 별나다~~별나!!“
그렇게 우리 식구들은 여자보다 더 예쁜
무희들을 많은 사람들 틈에서 넋이 빠지게 구경 하고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걸어 가는데...
어라?
좀 전까지만 해도 분명 옆에 있던
우리의 행동대장 길순이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닌가..
화장실 갔겠거니
5분 10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길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