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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23

양여사5


BY 올리비아 2006-10-24

 

배안에서 수상가옥을 구경하며

여행객들이 팔뚝만한 메기들에게


식빵조각을 뚝뚝 떼어주는데

순간 속이 메스꺼웠다....


3년전 내가 이곳에서

저 식빵을 맛있게 먹었드랬지....

 

아....잊고 싶은 슬픈 메기의 추억..ㅜㅜ;


버스안의 인원수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17명...


우리 일행 중 어린 남매와

연세 드신 어머님을 모시고 온 젊은 엄마가 있었다.


우리의 양여사..

그 할머니에게 동질감을 느꼈는지

슬며시 다가가 그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대유?... 저는 대전에서 왔는디~^^”

“예~ 청주에서 왔어유~”

 

“며느리랑 같이 왔슈?”


며느리랑 왔냐는 양여사의 질문에

순간 입이 대빨 나온 할머니.

 

“시엄니가 뭐가 이쁘다고 며느리가 같이 오겄슈!! 딸이랑 왔어유~”

“그..그래유..나이가 어찌 되신대유~”

 

“79살이구먼유~ 거기는 나이가 어찌 된대유?”

“70살 되가유~”

 

“아고 그럼 새댁이네~ 난 그 나이 땐 내가 늙은 줄도 몰랐슈~”


헉! 순간.. 우리 세 여자들.

옆에서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언니..엄마가.. 새댁이래~”

“엄마가 새댁이면 우린 새나라의 어린이?“

 

“크큭 ~70 나이 때 늙은 줄도 몰랐다잖여~”

“그러게...우린 50 안 되도 늙은 거 다 알겠던데...ㅋㅋ”

“우리 너무 조숙한 거 아녀?^^*”


그 후로 우리 양여사 새댁되다!


“새댁엄마!”


“아이구 늙은 망구 보통 논네가 아닌 거 같어~

한 성격 하것드라~ 쳇~아니  누구랑 왔냐고 물으면

그냥 딸이랑 왔다고 하믄 되지 대뜸

시엄니 뭐가 이뻐서 여행 시켜주겠냐고

없는 며느리 욕할게 뭐 있다냐~

하여간 보통 대가 센 논네가 아녀~

성격 보아하니 며느리가 싫어 할만도 하겠드라~“


“칫~그러는 엄만 성격 좋구??”

“야 내가 뭐 어때서 그려~”


“근데 사실 내가 여행 다녀봐도

친정엄마하고 온 딸은 종종 봤어도

시어머니 모시고 온 며느리는 못 본 것 같아~“


“에이휴~허긴~ 시엄니가 뭐가 그리 좋겄냐~~”


“그러게 말여~근데 엄마~

우리 이 여행 언니가 다 계획한 거 알지?”


“그려~ 영희가 여기 오느라 애 많이 썼지~ 가방두 사 주구~”


그눔의 가방..

아무래도 우리의 양여사

바퀴달린 가방에 감동 대빵 먹었나 보다..


“어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 제부에~

시누들하고 같이 여행 가려고 하겠어~

엄만 정말 며느리 하나는 끝내주게 얻은 줄이나 알어~”


“구람!!~우리 영희 같은 며느리는 흔치 않지!!”

 

양여사 갑자기 의기양양하다.

역시 여행은 나이를 불구하고

배움의 장터임에는 확실하다.


간혹 내 엄마를 봐도 주변을 봐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자식들에게 관심 받으려는

억지 행동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들딸들이 잘해주면 잘해줄 수록 더욱 더...

우리의 양여사?..캬~ 역시 만만찮다.


“그러니깐 영희언니한테 잘 해..”


다 뼈가 있는 얘기건만

엄마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가 언젠 못 해줬냐?”

“어쨌든!! 더 잘 해 주라고오!!”


새댁인 양여사 그 뒤론 그 할머니와는

친구삼아 같이 말동무도 하면 좋겠구만


노인네끼리도 코드가 안 맞는지

일정거리를 두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다니신다.


그건 바로

두 노인네의 기가 센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찌는 듯한 더위에 태국의 왕궁을 구경하고

파타야로 가는데 가이드가 피곤할테니


차에서 눈 좀 붙이시라고 하자 우리의 양여사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돈 아깝게 자긴 왜 자꾸 자라고 하는겨!구경 해야지~”

“엄마 구경해~누가 억지로 자래?~”


아기공룡 둘리처럼

요리보고 조리보고..


버스 안밖을 열심히 둘러보던...

호기심 많은 양여사..


“야 근디 말여~버스에서 왜 음악도 안틀어 준다냐?

저어기 앞에 테레비도 있는디 틀어주지도 않고 말여~~“


“가이드 얘기 들어야지.. 음악은 무슨..

그리고 버스에서 티브 틀면 걸린다잖아~”


“헤이휴~~조~용하니~~ 심심타!”


미쵸..ㅡ.ㅡ;


잠시 후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버스에 오르자

밥 맛있게 먹었냐는 친절한 가이드의 질문에

우리의 양여사 또 가만있지 않고 대답을 하는데...


“뭐...그냥....그런데로... 먹을만 했슈!!~”


헉!*,*

이게 뭔 소리라냥..


아무래도 안 되겠다.

다시 양여사 교육 들어간다.


“엄마!... 일루 와봐~”

“......왜..”ㅡ.-;

 

나의 심상찮은 말투에 긴장한 양여사.


“엄마....자꾸 가이드 말에 트집 잡을 거야?”

“야 내가 언제 트집 잡았다고 그러냐~”

 

“식사 잘드셨냐고 물으면 네 잘 먹었어요~ 그케 말해야지

그냥 먹을 만 했슈~라니... 무슨 대답이 그래?

못 먹었으면 차라리 아무 말이나 말던지

엄마 아까 보니 밥하고 반찬 무쟈게 먹더만~밥 두그릇 먹었지?

앞으론 가이드가 잘 잤냐고 물으면 잘 잤다고 하고

잘 먹었냐고 물으면 잘 먹었습니다 그래~ 알았어?

무슨 물건 사는 거 트집 잡듯이

자꾸 가이드 말에 트집만 잡을려고 하지 말고..

엄마 지금 자세 너무 불량 해~“


“알.았.다.”


약장사에 한동안 열심히 구경 다니더니만

교육을 잘 받아 묻는 말에 대답은 꼬박꼬박 잘 하는데

자세는 아~주 불량스럽다.


다음 날.. 여느 때와 같이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식사 잘했냐고 물으니

역시나 큰소리로 대답하는 우리의 양여사..


“네!! 잘 먹었어유!!~^^”


그려 그렇게 하는겨....

내가 기특하다는 듯 엄마를 바라보니

 

엄마도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우리 새댁 말도 잘 듣는다..훗~^^


해가 질 무렵 알카쟈쇼장에 도착했다.


우린 가이드가 건네 준 입장표를 받고

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데


무대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희들이 나와

춤과 노래를 부르니 옆에 앉은 울엄니..

......무.아.지.경... 그 자체다...


공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양여사..


공연장에서 춤추던 무희들이 길거리에서 돈을 받으며

여행객들과 함께 사진 찍는 모습 목을 쭉 빼고 구경하는데..


순간 한 무희의 목소리를 듣더니 깜짝 놀란다.


“오메~저네들 목소리가 왜 남자 목소린겨?”*,*

 

“아까 말했잖아~ 원래는 남자인데

여자로 수술 받은 사람들이라고~~“


“오메~아까 무대에서는 분명 여자 목소리로

노래 불렀는디?~“


”하하~ 그 노래는 쟤네들이 부르는 게 아니라

음악 틀어주고 입만 벙긋 거리면서 시늉만 내는 거야~

여자로 수술해도 목소리는 바뀌지 않거든~“

 

”오마나~~세상 참 별나다~~별나!!“


그렇게 우리 식구들은 여자보다 더 예쁜

무희들을 많은 사람들 틈에서 넋이 빠지게 구경 하고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걸어 가는데...


어라? 

 

좀 전까지만 해도 분명 옆에 있던

우리의 행동대장 길순이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닌가..


화장실 갔겠거니

5분 10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길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