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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나 무시하니?


BY 도가도 2006-09-19

\"차상위 2종은 의원에서 소견서를 떼와야 합니다.\"

접수창에 있는 종합병원 직원의 말이다.

흥, 돈 없는 것들은 함부로 종합병원도 오지 말라는 소리군.

\"떼주지 않던데요.\"

\"아닌데요. 써달라 하면 써주는데요.\"

아구..다시 차로 30분 거리의 우리동네 의원으로 가서 떼달라 하기도 번거롭고,

돈없다 무시하는 대한민국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의 역류로 차갑게 말했다.

\"일반으로 해주세요.\"

이글거리는 내눈빛에 관심없다는 듯, 직원은 냉정하게 일반으로 접수했다.

\'차상위\'는 저소득 편모 또는 편부 가족을 지칭하는 말이다.

감기로 동네의원에 가면 약값까지 1,500원밖에 들지 않아 수치스럽지만,

한편으로 고맙게 잘 사용하고 있다.

 

 

두달 가까이 첫째가 코막힘과 재채기증상으로 동네의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고 약을 먹는데도

차도가 있지 않아 결국 큰 맘 먹고 진주종합병원으로 왔었다.

단순한 감기인줄 알았는데, 부비동염, 그러니까 축농증이란다.

그 병은 무조건 수술을 해야하는 줄 알고 덜컥 겁을 먹었는데,

4주에서 6주정도 약을 먹음 나을수 있다 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계산창구에 갔다.

진찰비 17,000원, 엑스레이 12,000원..

삼만원이네..

분노로 치밀어올랐던 자존심이 슬슬 본전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일반이 아닌 차상위로 접수했음 얼마나 비용이 들을까?

계산창구로 다시 돌아가서 물어보았다.

4,300원정도 된단다. 소견서를 떼어오려면 오늘까지 가져와야 유효하단다.

시게를 보았다. 1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그날은 토요일이라 종합병원이 3시까지 근무한단다.

그래도 오고 갈일이 귀찮고 그거 아낀다고 차기름값 드는 것도 생각해보니..

좀 손해이긴 하지만..엇비슷일 거 같아 그냥 포기할까 하는 맘으로 약국엘 갔다.

 

 

\"얼마입니까?\"

\"15,000원입니다.\"

\"엉! 일주일약값이 그렇게나 비싸요? 그럼, 차상위로 하면 얼마입니까?\"

\"차상위2종은 기간이 얼마가 됐든 한번 타는데 오백원입니다.\"

이런, 아뿔싸!

난 곧장 우리 동네 의원으로 달렸다.

오가는데 1시간 잡고 의원에서 소견서 받는데도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고..

3시안에 제출할 듯 싶었다.

 

\"제 애가 여길 두달 가까이 다녀도 낫지 않아 진주 종합 병원에 갔더니, 축농증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소견서를 써오라고 해서요.\"

의사선생님께 죄송했다.

본인이 갖고 있는 의료기술로 고칠수 없어서 자기의지로 소견서를 쓰는 것은

내가 별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지만, 본인이 감기로 잘못 처방한 댓가가

환자고객과 다른 병원의 요청에 의해 억지로 써야 되니...

평소 부탁을 전혀 못하는 내가 너무도 미안했고 그 의사도 불쾌한 표정을 참는 눈치였다.

꼬부랑 글씨로 몇자 적은 종이한장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오늘 내 모습에 잠깐 실소를 지으면서

나는 또 냅다 진주로 달렸다. 3시가 임박해 오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라 시내가 차가 밀리고 있었다.

병원건물이 눈앞에 보이는데, 주차하기까지 실제시간은 너무도 지체된다.

동동동 발이 굴려지고, 액셀레이터가 붕붕붕 소리만 거창하다..

맘이 급해 씩씩거리는 나와 차의 모습에 주변 차들이 성질 더럽다 했을지도 모른다.

주차를 하고 나니,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100미터 육상선수 못지 않게 괴력을 다해 달렸다.

내려지고 있는 셔터문을 간신히 통과했다.

그리고 소견서를 제출했다.

창구직원이 3시가 넘었으니 안된다고 투덜거리지 않고 상냥하게 받아들여 주었다.

삼만원중 25,000원을 돌려받았다.

약국에 갔다. 만오천원중 14,500을 돌려 받았다.

그리고 6주동안 매번 진찰비,약값을 오천원을 넘기지 않았으니...

자존심이 밥먹여 주나?

차상위 덕에 6주동안 이십만원이상의 비용을 아꼈으니, 앞으로는 소견서를 떠받들 생각이다.

 

우히히히히!!

돈 벌어서 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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