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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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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악연.2)


BY 영영 2006-09-19


우리 동네엔 나와 동갑나기의 또래 아이들이  여일곱명정도가 있었다.
그중에 호적처리가 잘못 되어 일년 늦게 입학한 아이 둘 빼고 나머지 친구들은 
같은해에 초등학교에 나란히 입학을 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막 구구단 배울때였으니까 2.3학년쯤 되었나보다,
어느날 우리동네로 누가 새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그 이사 왔다는 집엔 나와 똑같은 동갑네기 딸이 한명 있다고 누가 그래서
우리가 태어난지 몇년째 늘 똑같은 일만 반복되는 조용한 마을에 
난생처음 새 친구가 이사왔다하니  
우리들은 은근한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고 어서빨리 그친구가 우리앞에
나타나 줄때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다음날이 되니 역시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이사왔다는 아이가 
우리들 앞에 짠 하고 나타났다.
빠글빠글 파마머리에 배가 불룩하게 부른 뚱뚱한 낮 설은 젊은 아줌마가 
키가 조금 작고 단발머리에 연 하늘색의 원피스를 입고 콧등엔 주근깨가 다닥다닥 
붙었는데  우리 시골아이들보다는 그래도 도시 냄새가 조금  나는 꽤 야무지게 
생긴 여자아이를 데리고오신거였다.

아줌마는 우리들 앞에 오시더니 너흰 몇살이냐? 하고 물으셔서  단체로 착하게 아홉살이요 하니  
자기 딸도 너희들하고 동갑인데 자기 딸은 벌써 집에서 밥도 하고 빨래도 다 할줄 아는데 
니들은 그런거 할 줄 아냐고 하시면서 얘는 8살때부터 김치도 할줄 알았다고 그러는거였다.
그게 그아줌마가 우리에게 자기딸을 소개하는 말이었는데 그아줌만 처음부터 
우리에게 자기딸이 너희보다 월등하다는것을 나타내려는듯 했고
딸에대한 과시에 상당한 마인드가 내포되어있는 꽤 이야기거리도 많고 
한눈에 흥미러움이 느껴지는 아줌마였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아줌마는 말도 느릿느릿 구수하게 하심에도 불구하고
어째 첨부터 마을 꼬마들간에 어떤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말투,
그리고 약간의 싸나운 표정과 투박한 말씨. 모두가 왠지 그동안은 누구에게도 
느껴보지 못했던 개성과 약간의 무서움을 들게 하는 이미지의 아줌마였다., 

만약에 그 아줌마 딸에게 누군가가 털끗만큼이라도 해꼬지를 하는날엔 누구든지 
그애 엄마에게 반 죽음은 당할것 같단 두려운도 들었다.
우리가 그아줌마에게 첨부터 겁 먹기에 충분했던 그아줌마의 말씨는 
또 이랬다.
\"니덜 얘 이사왔으니께 앞으로 똑바로덜 잘 하고 지냐?,, 만약 니덜중에 
 어떤놈이라도 얘 근다리기라도 해봐,,내가 가만 안둘테니께.,\" 
아줌마는 비록 웃는 얼굴로 느릿느릿 굼띤 말투였지만, 
첨부터 자기 자식을 동네애들에게서 단단히 단도리 쳐 놓으려는 듯한  
강한 어감이 왠지 어린 내가 보기에도 좀 무지막지 하단 느낌까지 들었다.
대게 엄마들은 처음보는 자기자식의  친구들 앞에선 온순하고
엄마같은 말투로 부드럽게 이야기들 하는데 말이다.

그당시에도 시골애들중에도 선척적으로 야무지고 눈치도 빠르고 어른 뺨칠 만큼 
성숙하게 말도 잘하는 친구들이 있긴했다.
그중에 나는 동네 엄마들이 지나가다가도 날 보면 \'쟨 누구 닮어서 저렇게 이쁘대유~\' 
해서 그 말에 내가 쳐다보면  넌 왜그렇게도 착하냐. 참 순하다 라는 
말을 동네 유행어처럼 들었을뿐 당체 야무지다거나 똑똑하단 소린 한번도 들어보질 못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순진하고 멍한 아이였어도 명랑하고 친구들을 좋아했으니 
아침에 눈만 뜨면 
밤새 누구네 소가 암송아지를 낳았다는둥 누구네 엄마가 어제밤에 애길 낳았는데 
이번에도 또 딸을 낳았다는둥 동네 돌아가는 소식통을 속속들이 얻어 들을수가 있었다.
필시 아침밥상 머리에서 자기 할아버지 할머니나 마실 온 이웃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들을 
귀동냥으로 듣고는 머리좋은 애들은 고대로 어른들의  말씨를 똑같이 
흉내내어 친구들 앞에서 조잘거려대곤 했던 것이었을게다.ㅋ

그 새로 이사온집의 내용도 알고봤더니  그애 아버지는 타동네 사람이 아니라
원래 우리동네가 고향인데 바로 양달말 방앗간집의 세째 시동생이란다. 
그러니까 방앗간집 딸 한순이의 작은아버지라는 거였다.
그는 총각때 나가서 직장에 다니다가 아까 그 빨글빠글 파마머리 아줌마에게 장가를 들었는데 
둘이 시내에다 방 얻어 살림을 차렸댄다.
그런데 뭐가 잘 안됐는지 얼마 안살고 바로 시부모님이 계시는 우리동네로들어와 살다가 
금새 또 시어머니와 대판 싸우곤 따로 빈집을 얻어서 나가 살다가  또 남편과 피터지게 
싸우고 시어머니와도 또 싸우고 보따릴 싸들고 친정으로 가서 사네안사네..
그러다 다시 들어오고 나가기를 수도없이 번복 했는데
결국엔 시내서 못 살고 시부모가 계시는 집으로 들어와 농사를 짓고 아주 살기로 했다는거였다.
그이네가 그렇게 사네못사네 동네서 몇년을 시끄럽게 들고날고 하던것을  
동네선 익히들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우리가  너무 어렸기때문에 지나간 일들은 기억을 못했을것이다.

하여간 그집이 이사오게 된 동기는 그렇고,,
첫대면 했을때 우려했던 대로 그아이는 똑똑하면서도 어찌나 싸나운지 동네애들 중에 누가 
손끝으로 삐끗만 해도 악~~ 하고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서 난  아차 저애를 건드린 쟤는 오늘 
죽었다 하고 잔뜩 겁을 먹고 있는데
벌써 어느틈에 그애 엄마는 딸아이 우는소리를 들었는지 길에서 굵다란 나뭇가지를 하나도 아니고 
두세개씩 꺽어선 그 뚱뚱한 손에 억세게 움켜 들곤 
양달말 꼭대기에서 우리들을 내려다보며 슬금슬금 걸어 내려 오는거였다.
아주 굼띤 걸음으로 천천이 오고는 있지만 얼굴엔 아주 싸나운 표정으로.,
그러니 모두들 겁을 먹고 죄다 도망을 가고 그아이는 여전히 고자리에 서서 
악악 하고 울고 섰고 
나하고 몇몇 여자애들만 남아서 그애 엄마가 하는걸 잔뜩 긴장한 얼굴로 쳐다 볼뿐이다.
\"어떤 새끼가 얘 울렸냐,, 응? 어떤 놈여,, 어떤 새끼던 지 걸리기만 
해보라 그랴..내 가만 두나 봐라..\" 
이런 일이 그아이가 이사 들어오고 난 뒤로는 평균 하루에 한번씩은 꼭 있는 일이였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걔가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부터 차츰 동네 아이들이 그애를 멀리하려 들었고
그러다 보니 그애 옆에 남아 있는 아이는 항상 아무생각이 없는 나하고 
그아이와의 사촌지간인 방앗간집 딸 한순이뿐이였다.
그러니 그애 엄마는 날 보면 \"ㅈ영아.. 네가 착하니께 ㅁ순이좀 잘 데리고 놀아?\" 하는거였다.

근데 그아줌만 이상하게도 남들앞에선 당신 자식을 지나치도록 옹호하고  지레부터 
두터운 단도릴 쳐 놓고도 막상 자기 집 내 에선 이제 아홉살 밖에 안된 진짜
체구도 작아서 똘똘 뭉쳐놓으면 어른 주머니에 쏙 들어갈만큼 작은 딸 에게
아침에 새벽밥부터 저녁 밥하는것까지 다 시키는건 몰론 고사리같은 그 쬐그만 손으로 날마둑 
시커면 자싯물에 손이 물마를 날이 없게 한다는 거였다.
그렇지 않으면 노상 빨래에다 어떤날은 그 아줌마 시아버지의  광목 바지저고리와 
지엄마 시뻘건 월경귀저기 까지 고무다라이에다 하나 그득 담가놓구는
그아이가 학교에 갔다와선 빤다는거였다.

그 애와 비교적 친하게 지냈던 난 그애가 안나와서 걔네 집에 가보면 그아줌만
방에서 그애 아래아래 동생 막둥일 젓물리고 누워 자고 있고
딸은 지 할아버가 밭에서 뽑아다 뜨랑에 던져 논 열무를 다듬어
부억바닥에 쭈그리고 안자서 김치를 담고 있는거였다.

그런데도 그집에서는 노상 그아줌마가 아이에게 \" 이눔의 지지배!! 내 오늘 죽여버릴테다\" 하면서
막 욕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애는 한대라도 덜 맞을려고 목이 터지라고 울면서 뛰어 도망다니곤
하는 소리가 가들렸다.
아줌마가 들이나 마실갔다 돌아왔을때까지 집안일중에 뭐가
잘 안되 있으면 몽둥이로 아이를 무섭게 때리는거였다.

그래놓고는 그아줌만 동네 이집저집으로 애를 끌고 다니면서 
\"우리는 벌써 얘가 밥도 다하고 한다고 딴집 아이들과 비교해서 자랑을 하고
다니거나
우리가 학교갔다 와서 동네 마당에서들 뛰어 놀고 있으면
\"우리 ㅁ순이는 학교갔다 와서 집에서 청소하고 김치담고 있느데 
너희 놀기만 하냐~~\"고 딱하다는듯이 우릴 비난하곤 하셨다.

그러다 보니 동네사람들은 일부 이사 온 그애가 신통하다고 칭찬들이
늘어지기도 하고 또 일부에서는 이제 젖도 안떨어진 어린애한데 그런일을
시키고 애민 이집저집으로 남의 흉이나 보고 수다나 떨러 다닌다고 
뒤에서 흉보는 어른들도 많았다.

그아이가 새로  이사온지 한달도 안되서 그애에겐 두개의 별명이 붙었다.
하나는 그애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살림을 잘한다 해서 살림꾼이라고 했고
또하난 
그애앞에선 누가 남의 이야기나 무슨말만 해도 즉시 누가 남의 이야기를 했던 당사자. 
즉 우리가 했던 말을, 들으면 몹시 화나게 되는 욕 먹은 사람 본인의 귀에까지
단 하루도 안걸리고 그대로 전달이 된다는거였다. 과장까지 해서..

그런고로 가끔 같은 연령때의 엄마들끼리 오해가 생겨 싸움도 나고 그런다 해서 
그런게 다 그집 딸과 엄마가 똑같이 입이싸서 그런거라고 붙인 별명이
\'입싸배기\'였다.

그래서 동네애들은 하나같이 걔만 나타나면  야 입싸배기 나온다 입싸배기 입싸배기..
그러는거였다.
지금 생각하면 요즘아이들 보다 외려 옛날의 꼬마들이 헐씬 노숙하고 비밀도 많았던 모양이다.

나는 워낙에 생각도 짦고 단순한데다 누구와 다툴줄을 모르는 순동이었으니 얘가 그러면 
그런가보다 저쪽에서 쟤가 그러면 또 쟤도 그런가보다 하고..동네 아이들이 뒤에서 
놀리는 소리만 들엇는데 
나중에는 동네 어른들 사이에서도 무슨 말만 하면 바로 그아이의 엄마가  떠벌리고 다닌다고
유난히 입이 싸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그러나,
그 아줌마가 뭐 조금만 억울해도 막 와서  싸납게 굴거나 
조근조근 말도 잘하고 챙피한것도 모르고 사람들 있는데서고 어디서고 와서 
말로 덮어 씌어가며 따지는걸 좋아하니
아무도 그아줌마에게 대 놓고 그런말 하는 이는 없었던것 같았다...


그로부터 먼 훗날...

그 아이가 바로 내 시집의 조카뻘이 되고 파마머리 빠글빠글 했던 그 애 엄마는 
바로 시집오기 하루전날 어머니께 장작으로 머릴 맞아 피를 철철 흘리고 시집왔다는 
나의  맏시누형님이자
나의 친정어머니의 가슴에 수년간 못 질을 하고 끝내는 심장병을 얻어
돌아가시게 된 원인의 큰 제공자가 될 줄이야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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