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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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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어머니의 마지막 꿈


BY 정숙현 2006-09-06

방 네개에 넓은 거실이 있는 집을 지어 자식들이 맘껏 쉬며 놀다 가게 하고 싶었다는 어머니의 작은 소망은  귀 얇은 아버지의 옹고집으로 깨어진지 오래입니다.

남의 말은 귀를 크게 열어 다 들어 주고..

평생을 살아 온 아내의 말엔 귀를 닫은채 아녀자의 잔소리로 치부하던 아버진 집 장사의 꼬임에 빠져 이 백평 너른 땅을 내어주고 3층짜리 연립을 지었다가 전재산을 잃는 아픔을 당하시고 혼자 가슴앓이를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사람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것이 내 신조인기라,..\'

평생 어떤 사람을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아가게 하는 그런 잘 못을 저지르고도  아버지 생전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던 그 업자를 어머닌 지금도 용서하지 못하셨기에 가슴이 보랏빛으로 멍든 채 살아 가고 계십니다.

23평짜리 어머니 집 창가의 화분엔 온갖 꽃이 피어 있습니다.

해바라기. 분꽃. 봉숭아. 백일홍. 국화..

흐들어지게 핀 꽃들은 어머니의 꿈이요. 소망이기에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어머니의 마음을 대신해 좁은 공간 탓하지 않고 온몸으로 계절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미 닭이 병아리 품듯 그렇게 자식들 품고 살고 싶으셨다는 어머닌 딸 하나는 가슴에 묻고, 아들 둘은 멀리 타국에 보내고, 가까이 사는 자식들도 저 사느라 바빠 보고픈 마음을 속으로 달래며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계십니다.

자식 낳아 키우며 살 땐 가난해도 몸 부대끼며 사는 것이 그렇게 좋고 마음이 풍요로웠는데,

지금은 넉넉해도 자식들에게 무엇인가 해 줄 수 없어 늘 안타깝고 쓸쓸하다는 어머니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켠이 저려 옵니다.

올 봄부터 어머닌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밭에 매실나무를 심으셨습니다.

밭 가까이에  집을 지어 텃밭을 일구며 사는 것이 이 땅에서의 마지막 꿈이라고 하시면서 당신의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발 자국을 내디딘 것입니다.

때로 사람들은 바라던 것을 얻게 된 순간 그 동안 그렇게 열망하던 마음을 잊어 버린다고 하지만 우리 어머닌 새로운 꿈을 더하느라 열정이 넘치십니다.

\'나무만 심어 놓는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순도 잘라 주고 소독도 하고 거름도 주고 풀도 뽑아야 하고 농사짓는 것 보다 더 바쁘다. 그래도 밭에 가면 을매나 신나는지 아냐?\'

아파 누워계시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우리 어머니께 이 가을은 또 색다른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75세인 우리 어머닌..

80새를 내다 보고 사신답니다.

어머니께서 심은 매실 나무에 매실이 주렁주렁 달려 수확을 하는 기쁨을 누리고, 자식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어머니 품에서 단 며칠이라도 지낼 수 있도록 시간이 빨리 빨리 지났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네 삶이 날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이 별차이 없어 보이지만 그 하루 하루는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채워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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