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일줄 모르던 뙤약볕의 기세가 한풀 물러 나면서 아침저녁으론 제법 서늘함이 선 잠을 일깨우는 아침,, 그이는 전날의 숙취로 시원하게 고추가룰 푼, 콩나물국 한그릇이 절실한게다.. 한 사흘 마트엘 안갔으니..천상 다싯물에 감자, 호박넣고 고추장찌개나 끓여야겠다. 오래전에,, 우리집 웃방 한켠엔 지금의 간이 어항처럼 물이 찰랑거리는 자배기가 있었고, 물 위로 나무 다릴 걸터앉고 검정보자길 폭 씌운 콩나물 시루가 다소곳이 있었다. 어머니는 이른 새벽이면 먼저 웃방으로 가셔서 밤 사이 볼록하게 일어난 보재길 올리곤 양재기로 물을 몇번이고 흠뻑 주신후에야 한 양재기씩 콩나물을 뽑아선 부엌으로 나가셨다. 어머니는 콩나물로 얼큰하고 시원한 국도 끓이고, 내가 밥상에서 제일 좋아하던 콩나물무침도 만들어 주셨다. 종가집 대가족에 명절이다 제사다.. 사철 사람이 들끓었으니 어머니는 일년내내 시루에다 콩나물은 물론이고, 두부도 하고.떡도 쪄 대셨다... 뒤꼍 감나무 밑 장독대에는 시루가 크기별로 여러개씩 엎어져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행랑채에 양복입은 신사들이 왔다갔다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최씨네가 망했다고 동네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늙고 고지식한 아버지가 숙부의 말을 듣고 서울로 땅을 몽땅 팔아넘긴것이다. 그 후로.. 웃방의 보자기 씌운 시루는 여간해서 볼 수가 없었다.. 결혼하고..아이를 낳고보니 옛날의 고향집이 그리웠다. 친정에라도 가면 웅군한 웃방에 시루가 있고.. 당신께서 직접 기른 콩나물로 숙취한 사위에게 뜨끈하게 술 국도 끓여 대접해 주실법한 친정어머니가 그리웠다. 나는 매일아침 식탁을 차리면서 꿈을 꾼다. 이다음에 언젠가는 예전에 친정어머니가 그랬던것처럼 나무 다릴 깍아서 질그릇 자배기에 걸뜨려 놓고 그위에 보자기 씌운 시룰 얹고 매일아침 물을 주어 토종 콩나물을 길러낼 수 있으리라., 노란 대가리를 깨물기만 해도 고소함이 톡 터지던 고향의 콩나물을 내 장래의 며느리와 사위에게 먹여보리라. 이다음에 살 집이 시골이어도 좋고 도시의 아파트라도 좋다. 그것이 어디이든 상관없다.. 그져 언저리에 콩나물 시루를 넓직하게 놓을 수 있는 부엌이 있고.. 빙 들러안자 콩나물국에 밥 말아 따뜻한 아침을 먹을수 있는 그런 집에서, 한달에 한번이든 두달에 한번이든 며느리와 사위를 만날 수 있고.. 자식들이 돌아 갈 때 시루에서 콩나물을 한웅큼씩 뽑아서 신문지에 둘둘말아 트렁크에 실어 줄 수 있는 그러한.. 마음만은 풍요로운 어머니가 될 수 있기만을 간절하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