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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한 여름밤의 꿈


BY 물고기 2006-09-03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내라는 이름으로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딸이라는 이름으로

난 원래 김정진인데... 너무 이름이 많은 나......


꿈....아직도 꿈을 꾼다.

아마도 난 허리를 필 수 없어

지팡이에 의지할 때까지도 꿈을 꿀거다.

이제껏 살아오니 어쩌면 그다지도

많은 꿈을 꾸며 살았던가 싶다.

꿈은 계속 변한다.

매일 밤 꾸는 꿈이 모두 다른 것처럼.....


어릴 적 꿈은 발레리나였다. 그래서 열심히 춤을 추었고

발레를 하며 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러나 나의 꿈을 실현시키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그 넓은 무대위에 서기란....

그래서 한 걸음 전진을 위한 두 걸음 후퇴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우연히 기회로

10년간의 무용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는

사내방송 아나운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을 그다지 오래 걷지 못하고

사랑하던 이와 하나 된 둥지를 틀며

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가정을 꿈꾸며...


그러나 꿈 꾸었던 나의 그 가정은 아름답지 않았다.

말할 수 없이 무너져 버린 시댁,

그저 샐러리맨의 월급으로 시댁까지 도와드리며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해도

늘 구멍 난 독에 물을 붓고 있는 듯...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열심히 쉴 새없이 살려고 했다.


소파없이 살다가 너무 소파가 필요해서 고민할 때

때마침 경비실 옆에 버려진 소파...

내 눈을 지나칠 리 없던 그 소파,

지난 4년간 우리집 마루의 한자리 하고 있고,

컴퓨터 책상이 없어 상 하나를 컴퓨터 책상으로

사용하며 허리 아픔을 감수하던 그 때

또 버려진 컴퓨터 책상이 내 눈에 콕 박혔다.

그리고 너무나 멋들어지게 컴퓨터를 받들며 한 자리 하고 있고,

우리 딸 은지 초등학교 들어가며 사줘야 하나....고민하던 책상,

이웃집 언니가 버리는 거라며 가져다주시고,

이런 것에 너무나 흡족해하며

열심히 살려고 하는 내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식탁도 놓을 수 없이 작아서 테이블도 없는 나의 작은 주방,

10년도 넘어 못을 다시 박으며 골칫거리가 된 싱트대 서랍,

더 이상 그릇이 넣을 수 없어

휘어지는 그릇 수반대,

이런 나의 주방을 보며

지난 몇 개월간을 고민하며 교체를 해야 할 지

그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머리를 이리도 저리도

굴리며, 우울해지는 기분을 어찌할 수 없었다.

주방은 주어올 수 없기에 서글펐다.

그런데

주방만 보면 늘어지는 내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도착한 메일 한통..

“우리집 주방을 확~바꿔보세요.”...........................


그동안 꾸어왔던 나의 꿈.......

아직도 발레공연을 보며 발레리나로

뉴스를 시청하며 아나운서로

내 품에서 잠드는 은지를 보며 엄마로서

작지만 한 여름밤에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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