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이 엄맘가 한낮의 햇볕에고 더워라 더워라 난 갈란다 어디 한번 더워 바라 아무리 더워도 니가 영원히 덥겠냐 혼자 더위 짜증을 궁시렁으로 달래며 꺼먼 아스발트위를 털푸덕 털푸덕 치~턱 소리를 내며 꼬부라진 왼쪽 팔을 오른손으로 거머 쥐고 턱턱 받치는 더위속을 조막만한 얼굴에 눈은 쑥~들어간채로 누가 보아도 세상 다 산 그리고 삶의 고단함을 떼어내지 못한 그런 표정으로 석사동 길을 걷는다
몸집이 작아 어느 옷을 입어도 어깨는 항상 처지고 반신불수인 왼쪽 어깨는 더더욱 그렇다
왼발 신발은 산지 며칠 되지않아 앞이 다 떨어져 허느적 거린다
달랑달랑 들고 걸어야 신발이 골고루 떨어 지는데 옥이 엄마는 그 왼발을 질질끌고 다니니 앞이 성치 않아 신발앞이 떨어져 못신는다
장날 파는 나일론 섞인 옷을 그래도 꽃 무늬에 화려한 색으로 골라 5000 원 주고 사서는 급히 집으로 와 문을닫고 앉아서 입어 본다
남들이 말하는 엑스라지인지 아니면 55인지 66인지 모른다
그저 눈에 들어 대충 맞다 싶으면 그렇게 골라 사온다
옥이가 사준 여름에 시원한 흰색의 마 바지는 어디갈때 입는다 삶아서 풀을 먹여 다림질 해서 농에 걸어 놓고 올케가 사준 반짝이 셔츠는 며느리가사준거라 귀히 여겨 모임있을때만 입고 가신다
돈이 천원 있으면 그냥 걸어서 친구분댁이나 시장을 걸어 다니시고 아주 먼데는 미리 집을나와서 걸으신다
그러게 모아서 저금을 하시고 통장을 쌀통 밑이나 장판 밑에 감추어 둔다
옥이 아버지가 그걸 알면 다 찾아서 쓰고 장사를 안 하니 엄마가 그러는거다
젊어서 어디 오래 참고 견디지 못하고 여기서 2달 저기서 3달 이렇게 옮겨다니니 올바른 직장도 없고 아는분이나 친척들에게도 신용이 없는 아버지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없고 자식들에 대한 애정도 없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옥이는 낫으로 개나리 담도 치고 아버진 마루에 앉아 부채질 하고 엄마는 한 손으로 옥이친 개나리 가지를 쓸어 모은다
아버지가 밉다 싫다 이렇게 매일 생각하며 옥이는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중학교 못 보낸 부모님 가슴 아픈 맘을 옥이 아버진 없다
나 혼자 너희들 먹이고 입히고 어떻게 공부까지 시키냐고 되려 소리 지른다
여섯식구들이 내 눈만 바라 보고 있으니 나두 어깨가 무너지는것 같다 ..항상 아버지가 하는 소리다
그럴때면 옥이는 태어난 자채가 오히려 부담 스러워 밥도 못 먹고 슬그머니 뒤란으로 나가 혼자 굴뚝밑에 쭈그리고 앉아 운다
간간히 안방 뒷문으로 아버지 소리가 들린다
다른 식구들의 아무 소린 들리지도 않는다
언제부턴가 옥이와 동생들은 태어난게 미안스러워 졌고 밥먹는게 죄가 되었다 물 넘기는 소리도 날까 미안해 두 모금 마실걸 한 모금으로 그만둔다
\"요즘은 새끼들 많은것도 죄야 \"
\"누구네 집엔 딸들이 국민학교 졸업하고 다 서울로 가서 한달에 월급 다 가지고 내려오고 올때마다 두손에 지부모들 선물이 잔뜩 사들고 온다더라 자식 덕 보는 사람들은 따로 있어\"
이말에 맏이로 태어난 옥이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나갈수도 앉아 있을수도 없다
\"아구~애들한테 별 소리 다하네 그집들은 서울에 사춘이 있으니 데려 갓다 그럽디다 우리네야 서울에 누가 잇소?\"
엄마가 얼른 나서 눈을 흘깃 아버질 보며 화낼까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아`누가 머래 그렇단 거지 이건 맨날 내가 벌어야 먹고 사니...\"
옥이가 슬그머니 밤 하늘속으로 들어간다
저 별속에도 내가 있을까 .. 나두 돈 벌러 가야 겠다 어디로 가지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
\"언니~`울어? \"
\"아니 ㅎㅎ 안 울어 왜 나왔어? 그냥 언니하고 있을라구\"
\"그래 이리와 아버지 자니? 엄만 머해?\"
\'아버진 누어서 테레비 보고 엄만 그냥 앉아 잇어\"
옥이가 명숙이 손을 잡는다
\"명숙아 밥 많이 먹었어? 물에 말아서 남기면 못 먹는데 .. 다 먹었지?
\"응 짠지 해사 다 먹었어 ㅎㅎㅎ\"
\"언니 는 왜 안먹고 나갓어?\"
\"그냥\"
\"언니 돈 벌러 갈거야?언니 가지마 아버지가 화나서 그런거야 언니도 알지?\"
\"나두 어디 돈 벌대 있으면 갔으면 좋겠다 \"
\"아버지 언니 한테 한거 아냐 우리한테 한거야 우리가 밥을 많이 먹어서 언니 내가 밥 조금먹을게 가지 마라 언니 가면 엄마 어떻하냐 우리 학교 가고 나면 내가 졸업하면 언니 대신 돈 벌을께 \"
\"ㅎㅎㅎ 그럴까 ?명숙이 아버지 몰래 밥을 많이 줘야 겠네 얼른 커서 돈 벌게 ㅎㅎㅎ \"
\"ㅎㅎㅎㅎ 그래 언니 \"
\"들어와 자라 시간이 몇시인데 아직 밖에 있냐 그러니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
엄마 카랑한 소리가 옥이와 명숙이 속삭임에 투명하게 와 박힌다
\"들어가자 명숙아 혼 날라 너 여기서 한말 아무한테도 말 하지마 알았지?\"
\"응 언니 ㅎㅎ\"
날이 벌써 컴컴해져 둘의 얼굴이 달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두 손은 꼭 잡은채 뒤란을 돌아 방으로 향한다
뒤란의 샌디가 무끄러미 꼬리 흔들며 처다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