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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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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달3


BY 라헬 2006-08-31

엇그제 서초동 잠실에 위치한 어느 고시텔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여덟명인가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마음한켠이 쿵 하고 내려앉았어.사회저소득층이나 가난한 대학생들이 기거하는 건물이었으며 한두평남짓한 방들이 가득했다지.딸아이가 서울로 올라가면서 내 신경은 온통 더듬이가 되어 서울하늘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말야.

순희가 끓여내온 짬뽕라면으로 속을 얼추 달래고 큰애와의 시간에  맞추어 부동산사무실로 내려갔어.물론 순희를 대동하고 말이야.마치 순희는 무슨 거사라도 치루는듯 나를 향해 전의를 불태우며 이렇게 말했지.언니.내가 복덩방아저씨랑 복비 치를때 언니랑 민지는 나가있어.알았지? 나는 시큰둥히 그저 알았다고 했는데.나중에서야 대충 시큰둥히 대답한 내 처사가 너무 무성의했다는 것을 알았어.순희가 단호하게 복덕방아저씨랑 대치되는 상황에서는 그 황당한 민망함에 몸둘바를 몰랐으며 결국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스토리에 의해 이 시점에서 민지랑 나랑 밖으로 나가야했어.

밖으로 쫓기듯 나온 민지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그 엄마의 그딸 아니랄까봐서 물건을 깎는다던지.모질지 못하여 뒷심약해 물러터져 왠만하면 손해를 보더라도 원만한것을 택하는 것 등등.속내를 바꾸어 산다해도 전혀 불편할것 없는 민지와 나였지만 서울살이에 능숙한 우리의 장한 순희는 무슨 똥배짱인지 말귀도 못알아듣는 혁이를 옆에두고 흰봉투를 던지고 받고를 몇번했다지 그 부동산 아저씨하고.


우리가 나올때의 그 험악한 상황이라니.울고싶은 심정이랄까?나는 순희를 눈짓으로 나무래며 그냥 원하는 복비를 주고자 했으나 이런 내 눈치를 알아챘는지 괜히 신경질적으로 언니랑 민지랑 나가!그러는 거였지.걷는듯 마는듯 그렇게 둘이는 골목길을 휘적휘적 걸어가는데 잠시후 순희가 나왔어.개선장군처럼 활짝 웃으며 아주 씩씩하고 당당하게 나왔지.오만원.맞아 오만원이 어디야.


오만원을 단숨에 깎은 순희가 너무 부러워서 하마트면 소리지를뻔했어.그 심정은 민지도 같았지.너무 멋지다!를 연발하며 우리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다음 목적지인 민지가 거처할 원룸으로 향했어.이제 방세를 지불하고 열쇠를 받았으니 앞으로 일년만큼은 내 딸아이의 집이 되는 셈이었어.보증금 얼마는 그렇다치더라도 내심 다달이 내야하는 월세는 그야말로 부담이었으며 압박이었어.좀더 내려서 알아보라고 했지만 그 이하로는 도무지 얻어 살만한 방이 없었다기에 열달이면 거금 오백만이 훌쩍 넘는 월세를 내 피같이 아까워 하면서도 결국 얻어야 했지.


낡은침대.텅빈 책장과 컴퓨터책상과 옷장.그리고 소방법인가 뭔가때문에 가스렌지가 설치되지 않은 작은 싱크대위에는 핫플레이트만이 올려져 있었어.화장실은 비교적 넓은 편이었으나.불이 없는 주방이라는 현실에 아무생각이 나지 않았어.에어컨은 있었으나 실내에서 쓰는 모든 수돗물과 전기는 월세와 고정 관리비 이외에 추가로 내야한다는 말에.감히 리모컨 들어 에어컨을 켜기가 두려웠지.20세기형에 가까운 앉은뱅이 선풍기가 침대아래 오두마니 있었는데 괜히 속상했어.삐그덕삐그덕.날씬하니 망정이니 조금만 뚱뚱했더라도 침대가 무너져 내렸을것 같았지.


한사람이든 열사람이든 사람이 살림을 한다는 것은 똑같았어.있어야할것은 있어야 되지.그렇게 방을 둘러보고 우리는 다시 순희집으로 돌아왔어.순희와 멀지 않은곳에 방을 얻어서인지 그나마 마음이 놓이기도 했으며 낯선 서울생활에 외로울 딸도 막내이모가 곁에 있어서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 그거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싶은 하루였지.


이튿날 쇼핑을 하며 딸애가 불편하지 않도록 대충 정리를 해주면서도 마음 한켠에 무겁게 자리한 월세의 부담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어.전세라면 나중에 되받으면 되지만 달마다 사라지는 아까운 돈때문에 비교적 물질관에 취약한 나로서도 의연해 질수는 없었어.


나는 찜질방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야. 어쩌다 한번 다녀오면 얼굴이 호빵만하게 커지는 통에 더더욱 찜질방을 기피했어.딸아이와 첫날밤을 자면서 정말정말 잠이 오지를 않았지.그애도 뒤척이고 나도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어.저녁에 순희가 민지에게 좋은꿈꾸라고 했는데 내가 얼핏 꿈을 꾼것도 같아.민지는 꿈을 꾸지 않았다고 했어.얼마나 잠이 들려고 애썼는지.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내 얼굴이 밤열두시 넘어 라면을 먹은 여편네처럼 퉁퉁 부어터졌는데 눈을 뜰수 없을만큼이었어.


어? 엄마 얼굴 정말 부었네?


비가 그야말로 억수로 내리는데.시장으로 향했어.깻잎과 마른반찬을 사서 소꿉살림처럼 아주 작은 전기냄비에 소스를 끓였어.유리병에 깻잎을 담고 끓는 소스를 부었지.이틀뒤부터는 맛있을거야.우리애가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지.시골 모텔에나 있을법한 조잡한 냉장고는 손큰 내가 채울수 있는 것이란 처음부터 없었어.깻잎을 얌전히 눌러놓고 우산을 쓰고 순희에게로 갔어.


서울땅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있을라고.퉁퉁부은 얼굴로 그렇게 시장을 다녀와 반찬 두개를 해놓고 순희한테 갔더니 순희 역시 언니 얼굴이 왜 그렇게 부었냐며 킬킬 거렸어.그래 얼굴이 부었다고 배가 안고플리 없지.아직 점심먹기에 이른 시간이지만 빗속을 뚫고 맛있다는 칼국수집으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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