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배기 위에 건물하나가 있습니다.
관공서라기엔 너무 작고 가정집이라기엔
조금크고 울타리엔 개나리꽃이 피고
마당?어쩌면 교정에는 흰 백목련 한그루가
있습니다.
따뜻한 날씨탓에 성급하게 피어버린 개나리꽃
위로 하얀눈이 내리고 축축 생기를 잃은 개나리
울타리위에 참새떼들이 날아들어 호르륵 거립니다.
하얀 목련꽃이 피기까지 회색빛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쓴 봉오리들이 긴 겨울을나고 작은 천사같은 흰 꽃들을
하늘을향해 일제히 피워올립니다.
천사 날개같은 꽃잎은 그렇게 뚝뚝 교정에 지고
슬픈발길에 밟혔습니다.
아마 지금쯤 그 목련꽃 아래 화단에는 작은 봉숭아를
비롯해 작은 꽃들이 피고 모 은행 출장 소장님이자
그 학교 한문 선생님께서 한손에 담배를 피워물고
잡초를 뽑고 계실겁니다.
한켠에 울타리를 타고 남색 나팔꽃들이 무리지어
작은 건물 옥상위로 키재기를 하며 오르고 있을겁니다.
열평도 안 되는 작은 마당?어쩌면 운동장엔 먼저 오신
선생님들이 운전이 서툰 학생들을 위하여 자리를 비워두고
위험한 언덕배기 길가에 차를 세우는 모습을 창문을 통해
바라보고 있으면 뜨거운 무엇이 가슴속에 흐르는 것을
느끼곤 했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불이 켜지는 그 곳엔 천사들이 세상 사람을
모두 돌볼수없어 손을 빌린 천사를 대신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을위해 봉사하는 사람들 아무런 이득없이 가진것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 저는 그 분들을 천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 작은 건물안에는 눈물이 있고 웃음이 있고 희망이 있고
사시사철 타오르는 모닥불이 있고 애틋한 가슴들이 있습니다.
같은 설움들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위하고 아끼고
나누는 마음이 애틋합니다.
20여년을 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맞고 보내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봉사하며 살아오신 선생님들은 그렇게 호들갑
스럽지도 않고 별나지도 않게 그 곳에 계십니다.
언제 찾아뵈도 옷차림마져 바뀌지 않은 모습은 사철푸른
소나무처럼 쉼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어쩌면 하나의 풍경
인듯합니다.
늦깎이 학생들을 위하여 한권의 책을끝내고 책걸이라며
떡을 사 주시고 초복날 손수 끓여주시든 삼계탕은 가슴에
감동의 물결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공부하느라 딸기도 못먹었다는 농담에 붉고 윤기흐르던
딸기를 몇상자씩 사 오시고 그 옛날 가난했던 야학 학생들을
가르치시든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배고프시죠?\"하시며 내
밀던 빵과 우유가 담긴 비닐봉투 배우는 기쁨만도 큰데
늘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억쑤같이 비가 쏟아지든날 학교에 와보니 학생은 하나도
안나왔더란 그 말씀이...
학생이 하나만 있어도 수업을 할수있을텐데...하고 칠판에
써놓고 빈 교실을 지키신 선생님이 계셨다는말에...
\"제자라니요.?친구입니다.\"하셨던 말씀이..
\"제가 하는일 중에 가장 보람있습니다.\"하셨던 말씀이..
\"저희가 여러분들께 많이 배웁니다.\"하셨던 말씀이...
그렇게 30~40년을 얼어붙은 가슴들을 녹여 따뜻한
강물이 흐르게 했습니다.
중학반 한 학급 고등반 한 학급
그렇게 두 반뿐인학급 옆반에서 들려오는 선생님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시험을 앞둔 날들에 어려운 과목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고 토요일 일요일에 예약 쟁탈전 시험 당일에
줄줄이 따라오셔서 손수 차려주시던 점심, 시간시간들어와
음료수를 나눠주시며 해 주시든 격려 세월이 흐르고
흐를 수록 그렇게 감사했던 마음들이 가슴속에 선명한
풍경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관공서 그 속에 가슴이
따뜻한 그 선생님들이 계시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들려
보고픈 정겨운곳이 되었습니다.
분필가루가 하얗게 날리는 그 교실에 지금도 풍경처럼
서 계실 선생님들 변함없이 푸르른 소나무처럼 쉼없이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정겨운 풍경으로 정진야간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을 그렇게 곱게 세겨봅니다.
늘 그 분들이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서 서러운 가슴을가진
많은 사람들이 움추린 가슴을펴고 세상속에서 밝은 웃음을
웃고 더불어살고 언젠가 우리도 선생님들처럼 다른사람에게
베풀며 살수있는 사람이 될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선생님들의 행복을 기원해 봅니다.
세월 흘러도 가슴 따뜻한 고운 풍경으로 그렇게 제 마음에
남아서 세상을 살아내는 큰 힘이 될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