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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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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이 필 무렵이면.


BY 정자 2006-06-28

뭣이 어째고 어째?

그려! 니가 봤냐? 내가 훔치는 걸 봤냐구? 눈구녕이 뚫렸다고  못 본거 공연히

분란을 일으키냐구? 빨리 말혀 봐 봐?

 

 두 여자가 또 우리집 앞 골목길에서 아침부터 붙었다.

난  밥먹다 말고 힐끔 창문으로 내다보니 떠벌이 아줌마하고 멀대같이 키만 크다고

멀대 아줌마가 서로 삿대질을 해가며 싸우고 있었다.

 

 하도 이런 싸움이 주중 행사이다보니 옛날엔 놀라서 뛰쳐 나갔지만 이젠 면역이 되서 밥도 먹고 빨래도 널고 그래도 싸움을 하느라 목소리 작지 않으니 내용 줄거리는 대충 들어도 알게 된다.

 

 이년이 주둥이 하나 있다고 니가 나한테 가르칠려고 덤벼? 어디 니 오늘 죽는 것 따놓았으니께,  이러더니 악악 소리가 나고 턱턱하는 맞는 소리가 나서 부리나케 뛰어 나갔더니 멀대 아줌마 벌써 길거리에 나뒹굴고 떠벌이 아줌마는 씩씩 대며 숨고르기를 하는데. 복날 개패듯이 때린 떠벌이 아줌마는 아직도 분이 안풀렸나 또 발길질을 할려고 하는데. 그제야 큰엄마 막자언니가 막아섰다.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걸 알기때문에 우리는 멀대아줌마를 얼른 우리집에 데리고 들어오고 그렇게 싸움은 정리되고 맞아서 억울한 멀대아줌마의 신세 한탄이 또 짠소금처럼 한 됫박 풀어진다.

 

 내가 갈 데 없어서 여그 사는 줄 알어..지는  천하의 갈보년이었어. 내가 봤다니께..그러면서 날 패면 그런거 모른다고 내가 눈 감아 줄 주 알어. 내 이빨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니년 전에 뭣해먹고 살았는지 내 다 불고 다닐겨.. 어이구 내가 미친년이라고 그럼 지는 뭔디....

 

 맞은 눈이 퉁퉁 붓기 시작하고 그래서 더욱 이픈가 끙끙 대며 연신 창문에 머리를 밖으로 디밀고 그려 오늘 날 죽여서 니는 감옥이나 가라! 이 뒈질년아...

 

 얼마전 까지 시끌 벅쩍하던  사거리 골목길은 내내 잠잠하다. 혼자우는 여자의 울음소리는 귀신이 들어도 도망 갈 것 같이 음산하다. 나도 어디 멀리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떠벌이 아줌마도 방안에 혼자 구텡이에 몸 박아 놓고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거다.  언젠가 나에게 그랬다. 그려도 닌 너 좋아한다고 이혼 못하겄다고 있는 서방이 있으니께 나보다 나은 거고, 니 자식 니가 데불고 키우니께 더 좋은 거고,언제든지 여그를 떠날 수 있으니께 걸리적 거릴 게 없잖어... 난 말여...옛날에 나보고 공순이라고 했는디..지금은  얘들 버린 죄값을 받고 있는 중이제. 니이미..좃같은 놈이 내 인생사 다 그르쳐 부렀다. 배운게 없으니께 몸으로 살아야 되는디. 이게 다아 뭣같고 똥같고  별 씰데 없더라.

 

 그 골목길 끝트머리엔 옛날 부터 있었던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나무문짝에 흰분필로 낙서금지며, 누구는 누구네하고 붙어 먹었다는 등, 벼라별 글들이 삐뚤 빼뚤 새겨진 문이며 벽이 그대로 있었는데, 거기에 나보고 떠벌이 아줌마가 뭐 좀 대신 쓰라고 한다. 뭘 쓰냐고 물으니

\" 읽고 말하면 죽어 \" 그런데 난 할 수없이 그렇게 크게 써줄 수 밖에 없었다. 떠벌이 아줌마는

글을 몰랐다. 그래서 더욱 목소리를 키우고 어디서 격투기를 몰래 배웠나 힘도 무지 쎘다. 안 써주면 죽을 것 같아 더욱 크게 확실히 썼다. 공중화장실 담 벼락이었다.

 

 죽을 려고 몇 번이나 약도 먹었지만, 본인말로는 제초제 뒤집어 쓴 풀 닮은 거모냥 또 살았다고 징하게 질긴 게 년 목숨이라고 한 숨 털면 그제야 막자언니가 그랬다.

 

\" 니는 나보다 더 오래살아야 할 팔자여 ...나보다 더 젊응 께..\"

 

떠벌이 아줌마가 좋아하는 꽃은 접시꽃이다. 한 번은 나보고 분홍접시꽃을 자세히 보라고 한다. 푸른기둥을 세우면서 하늘로 치솟는 줄기에 대롱 대롱 매달리며 피우는 꽃을 자세히 보란다. 보긴 뭘 봐..그냥 꽃이구먼, 했더니 아녀라..저게 꼭 여자같어.. 니 보지처럼 생겼을 지도 몰러..뭐? 우짜면 내 것일 수도 있구... 어이구 ,,,내 ,,,참! 그렇게 난 힐끗 힐끗 또 보고 또보곤 했는데 진짜 여자의 자궁에서부터 줄기를 뻗어 푸르게 붉게 펼쳐져 있는 게 천연이다.

 

이런 접시꽃이 떠벌이 아줌마네 집에 가면 대문부터 들어가는 입구까지 양쪽에 해바라기 키우듯이 죽 일렬 횡대를 하고 피워대니 내가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더구나 그런 꽃 말을 듣고 부턴 난 내 심장이 두근두근 뛰곤 했는데.

 

 그렇게 세월이 널뛰기하는 것처럼 너무 멀어지니 이젠 그 골목사거리에서 뒹굴던 멀대아줌마나. 떠벌이 아줌마들이 모두 접시꽃처럼 읽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