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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로 친언니 카페에서 매일 2만 원씩 점심값 결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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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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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될 수 있는 불륜은 없겠지만...


BY 그린플라워 2006-06-25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여 잠시라도 정신을 놓으면 돌아버릴 것같은 나날이 계속되었다.
우리 나이에 걱정할 정도의 체중은 아니지만 평소 체중보다 오킬로쯤 체중이 늘어나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먹는 것도 자제하고 했건만 몸무게의 변동은 거의 없었는데 불면증에 식욕저하까지 겹치자
순식간에 오킬로가 감량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만 빼라고 성화다.
이러다 돌지. 이러다 돌지. 하다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정신을 수습하기로 했다.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오랫만에 기차를 타기로 마음 먹었는데 딱히 갈 곳이 없다.
바쁘게 사는 친구에게 혹시나 하고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오란다.
그림자처럼 데리고 다니던 작은녀석도 떼어놓고 기차를 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부초밥을 넉넉히 만들어 아침밥을 먹이고 둘째녀석 감기약도 챙겨 먹이고 집을 나섰다.
명색이 여행이랍시고 하자니 마땅한 옷도 신발도 가방도 없었지만 대충 차려 입고 나섰다.
이럴 땐 왕년의 베스트드레서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막내동서가 선물해준 니나리찌 쉬폰스카프를 두르고 갔다.
실로 오랫만에 열차시각표도 샀다.
무궁화 1243열차........ 드디어 기차가 출발했다.
운 좋게도 전의 새마을열차가 무궁화열차로 바뀌었는지 기차 안은 분명히 새마을열차였다.
열차 내에 있는 마이더스 월간지도 읽어가면서 기분좋게 가고 있는데 무슨 무궁화열차가 아무곳도 정차를 하지 않고
바로 천안역에 도착하는 게 아닌가? 분명히 예정시간보다 이른 시각이었다.
이 기차 이러다 기다리던 사람들 다 놓치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가고 있는데 내려야할 신탄진역을 그냥 통과한다.
신탄진역이 또 있나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람. 이번 정차할 역은 대전역이라는 멘트가 나오고 나서야 기차를 잘못 탔음이 느껴졌다.
신탄진역에서 기다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구름다리를 건너 재빨리 상행선 무궁화열차에 올랐다.
후유~ 그리하여 약속시간보다 이십여분 늦게 친구와 만났다.
평소 뚱뚱하던 친구는 날씬해지고 더 예뻐져 있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줄만 알았었는데 사연이 있었다.
스물세살에 지금의 남편이 술이 취한 친구를 덮쳐서 임신을 시키는 바람에 얼결에 결혼한 후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와 구타, 욕설에 지쳐서 산 친구에게
애인이 생긴 것이었다. 오년 전부터는 남편과 한집에서 아예 남남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 그 친구에게 열살 연상의 고교교사가 다가왔다. 그 분도 지긋지긋한 결혼생활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던 차였다.
둘은 의기투합했지만 자신이 석녀인 줄만 알고 살았던 친구와 비아그라 없이는 발기조차 안 되는 조루증 환자의 만남인지라
서로 더 가까워지지도 못한 채 그리 몇년이 흘렀는데 어느날 친구가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고 하소연하러 그 남자분을 만난날 역사가 뒤바뀌고 말았단다.
비아그라도 없이 그 친구를 태어나 처음으로 무아지경에 빠뜨렸단다. 그 후 친구는 멈췄던 생리도 다시 하게 되고 남자분도 나이보다 훨씬 젊어지고
스트레스성 살들도 다 사라지게 되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중에 그 남자분이 신탄진으로 오고 있다고 했다. 내가 있음을 안 그 남자는 다시 서울로 되돌아가고 있는데 다시 오게 했다.
소년처럼 수줍어하면서 드디어 나타났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온다는 소리 듣고 그 길로 돌아왔을 테지만 그들을 이해하고 축하해주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함께 송어회로 점심식사를 하고 차 한잔을 마시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두사람 다 나를 붙잡았지만 오랫만에 만난 그들에게 자리를 피해주고 싶었다.
친구와의 해후가 너무 짧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친구가 새 삶을 살게 된 것이 기뻤다.
살면서 내가 어떤 위기에 처해 무슨 짓을 하게 될 지 모르므로 무조건 나와 다르다고 타인을 비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화되어야할 불륜은 없지만 친구의 경우에는 눈감아주고 싶다.
두사람 다 서로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재혼을 꿈꾸고 있다는데 잘 되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