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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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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들 다아 일루 와 ?


BY 정자 2006-06-21

엉 ! 어엉!

마루에 앉아서 따뜻한 오후가 이제 막 시작되는데

아직 이른 하교시간에 딸내미가 대성통곡을 하고 마당에 들어선다.

 

엄마! 나 이제 학교 안 갈거여?

왜?

얘들이 막 놀려..공부도 못하고 꼴찌한다고.

누가?

얘들이 전부 그려..인제 학교 싫어 할 거야?

선생님은 알고 계시냐?

물러..

 

속으로는 올 것이 왔다 싶었다.

간질로 오랜 약 복용을 한 탓에 아이 지능이 멈췄다.

거기에다 자꾸 살이 찐다.

한가지 병을 낫게 했지만 여러가지 병을 도로 걸렸으니

나도 부모이지만 본인은 오죽 답답하랴.

 

그런데 이젠 학교에서 얘들이 놀린다고 학교 싫다고  스쿨 버스도 안타고

걸어서 울고 집에 돌아 온 것이다.

생각 같아 선 당장 교장선생님이고  담임선생님이고 당장 전화걸어 이게 지금 무슨 일이냐고

항의를 한다면 얼마든지 하는데,

 

문제는 나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도 아니고, 놀리는 애들 입장도 고려 해 봐야 하고

이래 저래 딸내미 눈치만 살피는데

한 참을 울더니 밥 달란다.

 

뭐하고 줄까..

맛있는 거랑.

그려 잠깐 기다려 봐..

 

약 부작용으로 난 아이들한테 백퍼센트 자연식이 아니면 주지 않았다.

음료수 과자 아이스크림. 하다못해 가공식품들은 너에게 적이다. 맨날 주입을 시켰다.

맛있는 거는 엄마가 해주는 거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했는데.

딸내미는 맛있는 거 달란다.

 

남새밭에 붉은 적상추에 치커리 뜯고, 옆에 심지도 않았지만 제가 알아서 날아와 잘 크는 민들레 잎도 몇 장 올리고, 아빠가 잡아온 우렁을 된장에 지져 주니 밥 두그릇은 후딱 비운다.

급식하는 점심도 놓치고 그냥 가방 메고 나왔단다.

 

밥 먹으면서 누가 언제 나한테 살만 찐 돼지라고 그랬고

지 짝꿍은 공부를 잘하는데, 나보고 맨날 꼴등한다고 비웃는다고 하고

리코딩을 잘 하지 못한다고 놀리고 그런다고 나에게 소상하게 이른다.

 

난 들으면서 연신 우렁이 밥 숟가락에 올려주고 그려서 ..그랬구나... 대답 해주고 들어주고

딸내미기 내일 학교에 가서 몽땅 얘들 나오라고 해가지고 혼내주라고 한다.

 

어이구 이젠 학부모들 싸움 붙일 일인 것처럼 말한다.

난 물을 주면서 말을 했다.

 

니? 친구들한테 아픈 거 말 한 적 있나?

아니.. 창피해서 그런 걸 어떻게 애기해?

 

이구 이놈아 ..꼴등하는 거는 안 창피하고. 놀림 받는 거는 창피하고?

입장 바꿔 봐라..니 사정을 친구들한테 잘 알려주고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거고. 너희반에 너만 달랑 하나가?

 

그럼 친구들이 나 아픈거 말하면 더 놀릴 거 아냐?

그러는 건 그 후에 볼일이고. 니 친구들 혼내 달라며?

 

딸내미는 머리만 긁적 거린다.

나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말이 그렇지 자신의 지병을 드러 내놓는 다는 것이 나한테도 힘든 요구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제야 밝힐 수 밖에는 ..

 

그렇다고 딸아이 친구들을 따로 혼을 내준다는 것도 내 성미에 맞지가 않았다.

난 우선 담임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동안 학습이 부진 했던 이유부터. 지금도 치료를 하고 있으며. 결국 정신 지체장애인으로 판정이 되었다고. 알렸다.

 

 난  딸아이와 함께 등교를 했다.

딸은 애들을 불렀다.

너그들 다아 이루 와? 소리도 우렁차다. 하긴 엄마가 떡하니 나타났으니 힘이 백배나 날 것이다. 아이들이 쭈빗거리며 나에게 하나씩 왔다.

 

니가 영은이보고 살찐 돼지라고 했니?

남자애는 눈만 껌벅거린다.

너는 영은이보고 맨날 꼴등한다고 그랬니?

여자애는 손만 꼼지락 거리며 우물 쭈물이다.

 

사실은 나 너희에게 미안하다고 말할려고 왔어. 하긴 담임에게 일러서 너희들 벌도 세우라고 할 수 도 있고, 반성문 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영은이는 너희와 같은 정상은 아니라는 거.지금도 약을 복용하고, 지능이 많이 떨어져서 장애인이리는 거를 너희에게 말하지 않았던게 조금 미안한거야.

 

얘들이 놀란다.

진짜예요? 아줌마...

영은이 많이 아픈 거예요.?

모르고 그랬어요..

눈물을 찔끔거리는 여자애는 영은이를 와락 안는다.

 

난 그 이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