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마당에 뽕나무 한그루가 싹을 틔워 한해 두해를 살더니
올해엔 오디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신기하고 옛 추억도 생각나 손에 오디 한 주먹을따서 입에 넣고 씹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맛이있습니다.
장난끼가 발동해 까만혀를 남편앞에서 내 놓고 메롱~~거리니
남편도 하하거리고 크게 웃어줍니다.
수돗가 앵두나무에는 앵두가 너무많이 열려서 걱정입니다.
작년에 아까운마음에 모두 따서 담가둔 붉은앵두술도 그냥있는데
천성적으로 버리는걸 못하는 저는 푸른잎사귀 뒤적여 통통하게
살오른 앵두를 찾아먹을만큼만 열리면 좋겠는데,가지가 찢어지게
열렸습니다.
이뻐라.이뻐라.아이고 이뻐라.
\"엄마,콜~~~\"
딸아이 문자가 들어와 있습니다.
\"와이 찾으시는고~~\"
조립식 건물로 지어진 사무실 지붕위로 토로롱 거리는 빗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창문을통해 하염없이 바라보는 마당위에 수없이 동그라미를 만들고
낮은곳으로 도랑을 이뤄 흘러가는 빗물도 보기 좋습니다.
이제 대학교 1학년.
처음부모곁을떠나 혼자 객지생활을하는 딸아이.
촉촉히 젖은 음성이 들려옵니다.
엄마,아빠 이번에 힘든일 겪어내느라 마음고생 많이 했다고 대학간다고
친척들이 주신용돈 입학 장학금 모두아껴 꽁쳐둔 돈으로 청주 공항에서 비행기표
제주도 숙박 렌트카를 빌리는것이 구경하기에 편리하다며 모두 알아서
해줄테니 아빠엄마는 다녀만 오면된다고~~~
그 돈은 유럽 배낭여행갈 돈이라며 그 토록 애지중지하더니 방학하고
두달동안 알바를 해서 좀더 좋은곳으로 여행을 보내준답니다.
아직도 장대비가 내리는데,내 가슴에 고운빛 무지개가 떠오릅니다.
아직 제주도 여행도 못해봤네요.
설악산,강릉 부산 경주 내 나라 이름난곳 한곳도 못가봤네요.
가난하냐고요?
ㅎㅎ 모르겠습니다.
무지 가난한듯도 하고 아닌것도 같고....
가끔씩 해외여행을 같이 가자는 제안이 있을때면 여러핑계를 대면서도
아직 대한민국도 못 다녀 봤다는 말은 못했습니다.
행복,불행 무엇이 행복이고 불행인지 기준이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저 아직 담장위에 붉은장미와 눈 맞추고 싱그럽고 푸르른 유월의 숲 속에서
맑은 공기마시고 노란차에서 내린 아이들의 해 맑은미소 머금고
손 들고 길건너는 모습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벅차게 행복합니다.
노란 꼬들배기 꽃들이 길 양쪽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내 차를향해 흔들리는
모습에도 너무행복합니다.
2.7키로 작은몸으로 세상에 태어나 그토록커다란 행복을주던 딸아이가 벌써
자라 엄마 아빠 좋은곳에 여행한번 가지못한것이 가슴아파 아끼고아낀 돈으로
여행을 보내주려하는 마음에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딸아,네가 생각하는것처럼 엄마는 불쌍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단다.
너는 너의 꿈을꾸거라.\"
제가 아직도 늙지않고 철없는 아짐으로 세상을살고 어쩜,나이를 거꾸로 먹느냐
는 겉치레용 인사를 당연한듯 받는것은 아직도 할일이 너무많기 때문입니다.
보고싶은곳 해야할일 꿈꾸는 일들이 너무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고등학교를 마쳤는걸요.
사십 중반에......
남겨둔 것들 가고싶은곳들 팍팍하지 않은 저의 노후를 위해 남편의 노후를
위해 남겨둔 부분이라고 꿈이많아 행복하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늘도 우거지는 유월의 녹음처럼 저도 푸른꿈을꿉니다.
가슴에 고운빛 무지개를 띄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