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한달 매출이 오십만 원도 안 되는데
이십만 원을 내고 낮에 카페를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다.
재료비도 내가 사고, 꽃도 내가 기르고, 청소도 내가 해야 하는데…….
일주일동안 생각 끝에 친구를 불러 앞에 앉혀놓고 말을 했다.
“꽃도 시들면 내가 사서 기르고, 청소도 다 할 게,
술 설거지도 네가 미처 못 하면 내가 해 줄 게. 그 대신 그냥 장사할게.
차비와 점심 값만 나오는 카페를 월세를 내라느니 전기세가 나오니 할 게어디 있니?
나 혼자 있음 에어컨 안 켤 게. 꽃기르고 청소하는 사람 공짜로 쓰기 힘들다.
네가 손해 볼 게 없지 않니? “
“전기료 나오잖아. 왜 손해가 없어.”
이 친구 이렇게 까진 안 봤는데 야박한 친구였구나.
“재료는 내가 다 살 거니까 밤에 커피 손님 있음 팔아. 네 수입이잖아. 친구들과 차도 마시게 될 것이고…….내가 돈을 벌려고 카페를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두 달 동안 정성을 들인 꽃밭이 아까워서 그래. 가을이면 코스모스 꽃이 만발할거야 그때까지 꽃기르는 재미로 나오겠다는 거야. 낮에 카페 문 열면 카페 홍보가 되어서 밤 장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친구는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긍정도 부정도 안하고
남자친구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일 이야기를 하는데 남자타령은 맨날, 으이그…….
“네가 나보다는 낫잖아. 집도 있고 생활비도 있고,
네가 나보다 못하다면 도와줄 수도 있는데......”
그래, 나는 작지만 내 집이 있고, 빚도 없고, 생활비도 최소한 한도 내에서 쓰기는 하지.
옷도 안 사입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아이들 학원도 내 형편대로 보내고,
그런데, 너는 옷도 잘 사 입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 외식하고,
학원도 형편에 지나치게 보내고 있잖아.
낮 장사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자꾸 옮겨간다.
결론을 내렸다.
꽃피는 가을동안 공짜로 낮에 장사를 하기로 했다.
가을동안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내 스스로 그만 두기로 했다.
인건비가 안나오는 카페 문을 계속 열 수는 없는 거니까.
6월8일, 두 번째 월급을 받고, 그 다음날부터 낮엔 내가 사장님이다.
장사가 안돼 곤충들만 드나들어도 사장이라는 명칭이 나쁠 건 없다.
괜히 신바람이 나서 몸이고 마음이 흥청거려진다.
사장이 된 금요일은 꽃을 사러 화원에 다녀오느라
내 편리한대로 카페 문을 열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니 편했다.
토요일은 파마를 하느라고 문에다 ‘요, 옆, 까까머리 미장원 갑니다.\' 종이에다 써 놓았고,
작은 아버지 환갑이라서 일찍 문을 닫고 퇴근을 해도 친구에게 허락을 안 받아도 돼서
내가 사장이구나 실감이 났다.
오늘, 월요일부터는 제 시간에 문을 열고 제 시간에 퇴근을 할 것이다.
몇 년 전에 장사했던 때는 시간은 철저히 지켰고, 하루도 빼지 않고 장사를 했었다.
지방에 결혼식이 있어도, 외삼촌 환갑때도 가지 않았고, 친정 엄마 편에 안부만 전했다.
그때는 돈 벌이가 됐으니까 그랬지만
카페일은 돈 벌이가 되지 않아 행사가 있음 다닐 계획이다.
사람이 세상을 잘 살려면 돈 벌 때를 알아야 하고, 장사를 때려칠 때를 알아야 하고,
친구를 만날 때가 있고, 사랑을 할 때가 있고, 돌아다녀야 할 때가 있고, 공부할 때가 있고,
침묵할 때가 있고, 할말은 해야 할 때가 있고,
돈을 쓸 때가 있고, 돈을 안 써야 할 때를 잘 알아야 한다.
그 때를 잘 알았다면 내가 이러고 살지 않았겠지만. 이론만 새벽까지 꿰고 있는 나.
장사를 시작하면서 특별한 계획은 없다.
주변 사람들은 라면을 끓여라, 커피를 공짜로 시식 시켜라, 전통차를 해 봐라,
돈가스를 튀겨라, 팔 빙수를 팔아봐라, 케이크를 갔다 놔 봐라. 계획들이 많다.
나는 계획이 없다.
꽃만 열심히 기를 계획, 손님에게 친절하고 서비스를 잘 하는 계획,
커피 저렴하게 팔면서 다과를 고급스러운 걸로 넉넉하게 줄 계획,
꽃이야기를 복사해서 한 장씩 줄 계획,
아이들이 꽃을 기웃거리면 꽃설명을 할 계획,
어른들에게도 꽃기르는 방법을 알려줄 계획.
이것이 나의 특별난 계획이면서 돈 벌이하고는 관계없는
편하게 장사하면서 즐기자 계획이다.
난 오늘부터 꽃과 재미나게 놀려고 카페 문을 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