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게 보았던 아카시아, 삭막한 도시 살다보니 실제로 볼 일이 흔하지 않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위이잉~~~
휘엉청 달 밝은 밤에... 아니, 가로등 불빛 흐릿하니 방 안으로 들어오는 늦은 밤. 단잠을 깨는 소리가 내 귓가에서 맴돌았다.
단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어렵게 든 잠이었건만 이놈의 불청객이 겁 없이 나를 향해 덤벼들고 있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며칠사리(?) 모기 이판사판 도야지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내놓으라하는 성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심(佛心)을 깊이 새기는 중생으로써 웬만하면 살생(?)을 안이 하려했다. 발가락을 물고 팔다리를 간지럽혀도 이 한 몸 희생해서 누군가가 산다면 까지껏~ 하며 참았다.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다. 웬만큼 먹었으면 갈 것이지... 이놈의 모기란 놈 뱃보가 얼마나 큰지, 내 몸에 있는 피를 몽땅 다 뽑아 먹고 가려는지.
[지구촌 소식 - 세상에 이런 일이!!! 한국의 수도 서울의 한 복판에서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키 155cm에 몸무게 70kg에 임박하는 비만 아줌니가 하루밤새 바싹 마른 멸치의 몰골로 사망을 했다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소식은 그 집 방안, 한 쪽에서 1cm가량의 모기가 몸무게 70kg의 중량으로 벽에 붙어 있다가 제 무게에 못 이기고 떨어져서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다는... 한국, 그중 서울의 작은 건물 안에서 놀라운 이야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윙윙거리며 피를 뽑고 있는 모기에게 당하면서도 비현실적인 나의 뇌는 제 역할을 쉴 틈 없이 이행하고 있었다.
‘웬만큼, 먹었음, 가라. 존 말로 할 때 가아~’
참을 만큼 참아준 나. 혹여, 잠든 남편이 들을세라 모기에게만 들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 소리에 깼다면 모기와 대화하는 마누라 걱정 되서 다음날 언덕위에 하얀 집(정신병원)으로 보내 버릴지도 모르니.
하지만...이 놈, 여간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
윙윙윙~~~
벅벅벅~~ 윙윙 거리는 모기 소리가 날 때마다 곁에서 자는 남편과 아영이가 잠결에 몸을 극적 거리는 소리까지 화음으로 어우러져 나의 귀를 때렸다.
‘이 놈의 모기 새끼 한 마리가 아주 우리 가족 피를 완전 전멸하려고 드는 구나.’
내 몸 뜯기는 것도 참기 힘든데, 내 목숨 같은 식구들의 몸까지 건들다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형광등을 켰다.
헉... 내 눈에 들어 온 방안의 풍경.
침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모기장은 내버려두고 헌신적인 우리들은 모기에게 몸을 맡기고 잠이 들어있던 거다.
한 마리 인줄 알았건만... 어림잡아도 5~6마리는 되는 듯 했다. 얼마나 빨아 먹었는지 배들은 하나같이 검붉은 색을 띠고서 영원할 줄 알았던 피의 축제(?)가 끝난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내 식구들의 몸 위를 날아 다녔다.
“뭐야... 자는데 불을 켜고.”
남편이 짜증스럽다는 듯이 몸을 긁어대며 잠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기 좀 잡고. 징하다, 징해. 그렇게 긁어대면서도 잠이 와?”
남편의 무딘 몸을 탓하는 마음으로 나 역시 툴툴거렸다.
“이 사람이,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었어? 동네 모기 다 들어 왔나보다.”
“들어 온 줄 알았으면 좀 잡지.”
“피곤해 죽겠는데 모기까지 잡고 있냐?”
“장하셔. 피곤하신데 아주 푹 주무셔. 내가 잡을 터이니.”
내 말에 남편은 얇은 이불을 끌어 올려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침대 위 천장에 매달려있는 모기가 보였다. - 참고로, 난 뿌리는 모기향의 냄새가 너무 독해서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그 독한 것을 뿌리고 문까지 닫고 있으면 질식하고 말 것 같아서. - 휴지 하나를 들고 침대 위로 사뿐히(?)이 올라갔다.
“침대가 쏠리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남편, 마누라의 아픈 정곡을 집고 넘어갔다. 그렇다고 내가 쇼크 받을 사람은 아니다.
이만큼 찌우기 위해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서쪽 새가 그렇게 울었던 것처럼 나 역시, 이곳저곳에서 얻어먹고 다니며 어렵게 찌운 살. 나와 평생 함께 할 소중한 나의 살들이다.
“-_-;;;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자. 흔들침대려니 하고~”
심사숙고해서 남편에게 일침을 가한 나의 말이었다.
“......”
턱!!!
모기들과 나. 5~6마리 대 1마리의 인간이 쫒고 쫒기는 피 터지는 사투가 시작되었다. 마리수를 보나, 아무 곳을 무식하게 바늘로 쑤셔대는 무자비한 녀석들의 특성으로 보나 확실히 모기 놈들이 우세했다.
바퀴벌레 한 마리도 맨손으로 때려잡지 못해서 주변에 손에 닿는 대로 무기를 삼아야하는 나의 여린(?)마음을 모기들이 알아버린 것일까... 분명 잘 겨냥한 휴지를 턱하니 가져다 대었는데 모기의 흔적이 없었다.
“잡았냐?”
이불 속에서 자는 줄 알았던 남편. 영, 내가 미덥지 않았던 듯,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놓친 모기와 다른 모기들을 찾아내느라 혈안(?)이 되어 남편의 물음에 성의 없는 대꾸를 했다.
발딱~!!!
남편이 드디어 이불을 걷어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여튼, 모기 하나도 못 잡고, 당신 잘하는 거 뭐냐? 소리 지르는 거지?”
짜증이 섞인 말투에는 조소가 담겨있었다. 그 소리에 발끈하면 내가 지는 것. 난 절대 어디서든 지고는 못 산다.
“응. 나 소리만 잘 질러. 일어 날 것이면 진작이 일어나서 잡지. 피 터지지 않게 잘 잡아. 군데군데 흔적 남기면 보기 안 좋아.”
일어선 남편에게 휴지를 넘기고 아빈이는 무사(?)한지 들어가 보았다. 다행이 아빈이는 긁적거리지 않고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모기 잡는 일을 충실히 시행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다음 용사에게 임무를 이행시키고 난 아영이 옆에 누웠다.
턱!!!
“잡았어?”
나 역시 누워서 남편의 행동을 주시하며 물었다.
“응. 터졌네.”
“헉... 조심하랬잖아.”
슥삭슥삭....
내 잔소리에 남편이 얼른 휴지에 침을 묻히더니 천장을 벽을 문질러 댔다. 그런다고 혈흔이 지워질까...
아무튼, 남편의 수고로 모기를 전멸시켰다. 새벽 2시 30분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불을 껐지만 이미 저만치 도망가 버린 잠.
우린 나란히 침대를 기대고 tv를 켰다.
오늘 아침, 밥상에 앉은 아빈이 녀석,
“엄마, 왜 눈이 벌게요? 글 쓰시느라고 잠 못 주무셨어요?” 한다.
자식이... 자꾸만 지 엄마 염장을 수시로 건드린다. 잠 못 자며 글 쓰던 때가 언제였단 말이지? 기억에도 없구만...
“글 같은 소리한다. 엄마 간밤에 모기와 좀 싸웠어. 오늘 밤은 조용히 자고 싶으니까, 창문이나 현관문 함부로 열고 있지 마.”
아침 일찍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아침 밥상이다 보니 아이들은 제 아빠를 보지 못했다. 엄마보다 더 뻘건 눈이 되어있었건만.
간밤에 모기 잡는 일 말고 또 뭔 일이 있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며느리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