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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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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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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리움이


BY 물안개 2006-06-03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새마을호 특실에 몸을 실었다 야간이라 조용 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열차 안은 두런거림으로 소란 하였다.


늦은 밤 여수에 도착해 남동생이 마중을 나오겠다는 걸 만류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셋째 여동생네서 여장을 풀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으므로 나누어야 할 수다가 많아 자정을 넘기고 나는 피로가 쌓여있으니 쉬어야 한다며  남동생 네 집으로 올라갔다 아직 미혼인 남동생은 누나하고 같은 아파트 위층에 살고 있었다.


다음날이 연휴 로 이어지고 오래만 에 형제들도 모였으니 결혼식 끝나 뒤 아버님 산소에 들렸다 고향 까지 가보자고 했다. 부산에서 오신 작은 아버님 내외분을 모시고 차 두 대 에 나누어 타고 출발 했다.


  고향이 가까운 얕으 막 한 산자락에 아버님은 까치들을 불러 모아 안주하고 계셨다 그동안 남동생들이 가꾸어서  묘지 주변엔 잔디가 고르게 자라 싱그러움을 더하고  사이사이 이름모를 풀 꽃 들도 피어 있었다.  군데군데   유실수도 심어 놓아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오면 따 먹을 수 있다며 남동생이 웃는다.


생전에 약주를 많이 하신 탓에 어머니는 힘들어 하셨는데   저렇듯 아버님 생각에 눈물이시다. 그 애틋한 부부에 정을 자식들이 어찌 알까...혼자 뒤돌아 엎드려 잡초를 뽑는 손길은 떨림으로 다가온다.


고향 까지 가려면 배를 타야 하기에  서둘러 떠나야 했다. 차에 올라 연육교를 건너 포구가 있는 어 판장에 도착해선 차를 두고 저녁에 먹기 위해 갓 잡아온 회거리와  찌게 거리를 사서 배에 오르니 해는 벌써  산 을 넘고 있다.


그동안 비워 둔 집은  대문은  한 쪽이 떨어져 저 혼자 열렸다 닫혔다 하고  시멘트 마당 갈라진 사이로 잡초 들은 키 재기를 한다. 아버님이 가꾸시던 화단에 꽃들은 주인이 찾아오니 웃으며 반겨준다 큰 화분에 분재들은 아직도  건재함을 자랑하는데 작은  분재들은 기다리다 지쳐  버렸다 뒤란의 늙은 감나무엔 올해도 열매를 맺으려는지 꽃을 매달고 장독 옆 귤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동생은 시댁으로 가고 부지런히 쓸고 닦아 저녁을 먹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거기 와서 저녁을 먹으란다. 연휴라 서울에서 다른 아들 내외와 딸이 내려와 사돈댁엔 우리 집 보다 먹을 게 풍부했다.


많이 먹어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 우리는  팔짱을 끼고 걸었다  담장 밖으로 삐죽이 고개를 내민  벌뚝 이라는 야생 열매가 먹음직스럽게 익어 서리해 먹어보지만  어릴 땐 맛이 있었는데 떨떠름하니 별맛이 없다.


  군데군데 가로등은  할일 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은빛 물결을 만들고  구름 사이로 반달이 우리를 엿보며 살짝 웃더니 얼굴을 감춘 다 깨끗하고 단아한 포구엔 작은 빈 배들 만 정박해 쓸쓸함을 더 하고  선창가엔 아직도 누군가 고기를 잡으러 가는지  그물이 널려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 들어서면 섬의 노래는 지천에서 붉게 피 어 난다 뒤를 이어 원추리와  해란들이 풍랑에 시달리며 바위틈에서 고운 미소를 담는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토해내는 한숨 속에 암울한 기억도 떠오른다.


  만선의 꿈 안고 떠난 이웃집 아들은  폭풍우 치던 밤 실족사 했다 그렇게 어미 가슴 찢기 운채 흔적이 없고 이제 집터엔 잡초만 무성하다. 비릿한 갯바람을 맞으며 돌담길을 돌아 애기 귀신이 나온다는 초분 골에 이르러서 무섭다며 서로 남동생 팔을 붙든다.


한집 건너 빈집 들 10 여 명 의 고령자들 만 거주하는 섬 마을에  나이 들어 번잡한 도회지를 떠나 안주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인다. 세월의 흔적 뒤에 오늘밤도 바다를 훨훨 날아다니는 꿈을 꾸려 나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바지락도 캐고 일본사람이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길을 만들어 놓았다는  당 뫼에 가 보아야지 마을을 지켜주는 당신이 산다는 그곳 은 부정한 사람이 가면 당 할아버지가 나온다고 했다 동백 숲이 울창 하여 낮에도 컴컴해 혼자선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그 토록 신성시 되던 곳 을 어찌 20년 동안 이나 임대를 주었는지 궁금하다 외지인들에게 개방을 해 얻어지는 소득보다 혹시라도 그곳이 부정이 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른 새벽 후두 둑 후두 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비는 점점 거세어 지고 바람 까지 가세해 바다는 출렁 이더니 흰 거품을 잔뜩 물어 버렸다. 이를 어째 폭풍 주의보가 내리지면 안되는데  내 타는 속마음은  아랑 곳 없이 배가 올 시간이 되어 가지만 오지 않고 폭풍 주의보가 내려져 뱃길이 끊겨 버렸다 한다.


오늘은 가게 때문에 서울로 가야 하는데 어쩌나 마음만 급하고  어제 밤 안주하고 싶다는 소망은 간곳없고 섬 마을의 척박함에 바다 만  바라보며 서 있으려니 동생이


“배가 오고 있다!”


  누군가 독선을 청했는지 폭풍우 속을 헤치며 배가 선창에 들어오고 있었다.

위험수당 까지 지불한다 해도 이런 날씨 속에 태우러 와주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


비바람에 우산은 오히려 방해가 되어 접어 버리고 남동생이 우리들 손을 잡아 겨우 배에 올랐다  속옷 까지 젖어 물에서 갓 올라온 모양새에 우리들은 서로 처다 보며 박장대소 한다.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이것도 추억이여 추억 휴지로 얼굴과 옷을 닦아 내다 보니 배는 어느새 건너 편 선창에 닿았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오늘 이 배가 아니면  올수 없었다.


제부는 차를 가지러 가고 우리는 비를 피해 어 판장 구석에 서서 또 웃음보다 차를 타면서 건너다 본 섬 마을  그 작은 섬은 삶에 지칠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