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아파트단지는 6개동이다.
가끔 심심할때면 난 여기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수를 세어보기를 즐긴다.
한동에 120가구. 6동이면 720가구. 그러면 몇명의 인간이 산단 말인가?
그리고 그 많은 인간들은 쉼없이 어디론가 살기위해 이사가고 또, 이사온다.
마트에 가거나 산책을 갈때면 늘 한두대의 이삿짐 차들을 만난다. 매일.
요즘은 포장이사 회사에서 사다리차와 인부들이 다 나온다.
그들은 모두 이사엔 선수들이다. 숙련된.
서울, 부산, 광주, 강릉 모두 하루 24시간이면 다 끝낸다.
언젠가 성당에 가는길 차안에서 \" 이사\"에 대한 경험담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들었다.
이사에 얽힌 에피소드들. 모두 다양했다.
어느 교감선생님 사모님 이야기. 몇년에 한번씩 열번도 넘게 이사하셨다고 했다.
셋방살이부터 시작해 학교를 옮길때마다.
그 순간
내 머리를 탁 치는 한마디.
\"너희가 게맛을 알아? \" 였다. (광고문구)
내식대로 표현하면 \" 너희가 이사를 알아?\" 하고 싶은 거였다.
우리딸 21살. 지금 이 아파트까지 21번 이사.
신혼초 몇년은 내가 직장생활하느라 주말부부였으니 그땐 빼고.
우리끼린 말한다. 팔자가 사나워서라고.
전국 방방곡곡 팔도를 거의 섭렵하다시피 살았으니.(팔자가 웬만한건 정말 아닌듯)
처음엔 이사할때가 되면 온동네 가게 다 뒤져 박스를 사 모았다. 튼튼한 노끈도 같이.
며칠씩 짐을 싼다. 어차피 남편이란 존재는 도움이 안된다.
그리고 용달차에 짐싣고 낯선곳으로 간다. 씩씩하게.ㅎㅎ
평상시엔 느끼지 못했던 가구나 가전제품이 이사가려고 내어 놓으면
왜 그리 초라하고 볼품없는지.
먼지가 꼬질꼬질. 유행에 뒤떨어진 구식 전기제품.
농뒤에 먼지는 왜 또 그리 많은지.
아, 그 난감함과 창피함(살림 못사는것이 증명되었으므로).
몇년전부턴 소득의 증대에 힘입어 우리도 포장이사란걸 하게 되었다.
그때 느낀 홀가분함. 편리함. 으쓱함.ㅎㅎㅎ
아, 역시 나라는 잘살고 볼일이야 라고 스스로 만족해한다.
꼬질고질해진 가구와 유행에 뒤진 가전제품들.
이사하지 않으면 참고 쓸수있는것들이 재활용통속으로 사라지고
기회는 찬스다 라고 말하며 평상시 밉보였던 낡은것들을 잽싸게 교체도 한다.
그래서 깨지는 경제적 손실은 나중에 견딜일이다.ㅎㅎ
지금도 1,2년만 살면 이사가고 싶다.
팔자다. 아주 무서운 팔자.
그런데 난 즐긴다. 이 팔자를. 우린 전국에 추억이 있어 라고 스스로 위안도 한다.
전국구야, 우린. 하고 말이다.
전국의 작은 도시들의 맛있는집.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유원지와 명산.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精). 작은 시골 학교. 그학교 아이들의 수줍음.
가끔 아이들 어릴때 다니던 시골학교에 들러본다.
교실까지 가보고 아이들이 너무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그 작은 책상들. 초라한 교실벽. 1,2,3반도 안되는 교실수.
모두 소중한 추억이다. 그리고 우린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반성해본다.
그 작은 교실에서와 같은 꿈이 그대로 존재하는지.
그때의 그 어리숙한 순수함은 그대로인지.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날개짖하며 살아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