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례 남편이 나가는 시간에 역까지 데려다 주어 남들보다 1시간이나
일찍 나가지만 오늘은 혼자로 가는데도 한산한 길에 습관이 되어
버린탓에 일찍 집을 나섰다.
옆은 녹색은 공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의 대학안을 통하여 난길을 지날땐
연두빛의 물안개가 가득한 학교안을 바라보며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던 미련이 살며시 고개를 치든다.
“아이들 대학 들어갈때 나도 공부를 시작하여야지”
“집도 가까운 이곳에서 하였으면”. 항상 생각 안에 있었다.
꼭이나 배워서 무얼한다는 생각은 없었어도 “배워서 버리는 것은 괜찮다”고 하던 엄마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어 한번은 그 학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졸업을 할무렵인데도 생각은 떨져내지 못하는데 아직도 시작을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포기상태로 들고 있으니 쓸쓸하고도 씁씁한 마음이다.
얼마를 더 달리니 “공동묘지”가 나온다. 두어 정거장쯤이나 길게 늘어져
있으니 상당히 넓은 셈이다. 언제인가 딱 한번 들어가 볼기회가 있었는데 밖에서 보는것 보다도 안으로 엄청나게 넓은 곳이였다.
한국은 산속에 무덤들이 있지만 이곳은 시내 가까운데도 넓은 분포도를 갖고 있는 곳이 여러 군데가 있다.
“여지껏 하지 못한 것에 미련두면 뭐하나 언제인가 모르지만 이같은 곳에서 편안히 쉬게 될것을”… 다시금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얼마를 지났나, 푸른 잎새들이 쉴새없이 연한 녹색의 입김을 품어내고
있는 . 한 사이드로 국립공원의 숲들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곳을 지난다.
유심히 나무사이를 들여다 보면 아래에 정자도 있고 화장실처럼 생긴 작은 집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계곡이 눈에 띄기도 한다.
매번 볼때마다 다른 색상을 띄고 있는 이곳을 한산한 새벽에 지나는 것은
제법 즐거운 일이다.
버스는 멀미를 하지 않을까 싶어 처음에는 기차를 이용하였는데 어느 한 날 버스를 타보고는 기차는 졸업을 하게 되었으니까.
간밤에 혹시 비가 왔던가?
진회색과 시꺼먼 구름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진한 오랜지빛 태양이 어쩐지 이 새벽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꼬불꼬불 한 길을 내려와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서야 차선이 넓어진다. 그리곤 멀리 높다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난 내릴 차비를 한다.
양쪽으로 무성한 건물사이로 난길은 한밤의 찬 기운이 몽땅 모여있는 것처럼 가장 걷기 싫은 길이다. 뼈속까지 스며드는 찬기운이 정말 싫은데 통학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남학생들의 짧은 바지에 반 스타킹은 더욱 으시시한 느낌을 준다.
건물사이를 빠져나오면 6차선의 하이웨이.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차다.
행길건너 국민학교를 가로질려 길로 나서면 검붉은 색들로 단풍든 나무들 아래 쌓여있는 흙색의 잎들이 발아래에서 마른 소리를 내고있다.
동백이 꽃피우고 있는 교정을 지나 사무실로 들어서 불을 킨다.
그리고 커텐을 열고 밖을 내려본다.
별로 자라지 못하고 있는 나의 화단에서 옮겨온 꽃나무들이
추운듯 움츠리고 있다.
전에 없이 느껴본 연한 녹색의 이른 아침,
약간은 으시시한 느낌과 함께 차분함으로 마음이 가라 앉기도 하는 시각,
곧, 가장 먼곳에 사는 아이들의 빠른 등교에 사랑의 웃음으로 인사하며
하루의 시작을 맞을 것이다.
내게준 이 하루에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