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공항에서 포옹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72

카페 일기(한 달은 가고...)


BY 개망초꽃 2006-05-19

카페에서 일을 한지 한달이 넘었다.

월급도 무사히 받았다.

워낙 돈 없이 시작한 카페라 월급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요즘은 주인은 월급을 못가지고 가도 일하는 사람 월급은 밀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으니

받으면서도 착잡했다.


한 달 동안 변화된 것이 많다.

일단 봄이 여름에게 바통을 넘겨주었고,

꽃도 별로 없던 가냘픈 화초가 꽃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있다.

한달이란 시간동안 계절의 변화는 엄청나다.

뜨거운 커피를 시키던 손님들이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시키고

난로는 한쪽 구석에 밀려나고 에어컨을 시험 가동 했다.

목련꽃이 꼼지락거리며 늦게 피더니 꽃은 벌써 지고 풍성하게 잎을 이고 있다.

퇴근시간이 되면 어둑어둑 밤그림자가 지더니

이제는 대낮처럼 반짝이는 길을 걷는다.

추위를 남달리 타는 나는 한 달 전엔 바지를 많이 입고 다녔는데

이 달 들어서는 꽃잎처럼 한들거리는 치마만 입고 다닌다.


초보였을 때는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어기적거렸는데

전날 술 먹던 테이블이 몇 자리나 그대로 놓여 있어도

세 시간이면 화장실 청소까지 싹 끝낼 수 있다.

일순서가 착착 진행이 된다.

일순서가 화장실이 맨 끝인데…….왜 그렇게 되었는지…….


주인인 친구는 돈도 없이 경험도 없이 배짱도 없이

되겠지 뭐, 하나로 일을 시작했는데,

\'되겠지 뭐\' 가 \'후회 되겠지\' 로 바뀌고 있다.

개인적인 사생활로 친구는 요즘 한숨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 대부분이다.

얼른 정신 차리고 카페에 신경을 많이 쓰라고

내가 부탁도 하고 다독이기도 하고 잔소리도 하는데.

\'되겠지 뭐…….산입에 거미줄 치기야 하겠어.\'

내가 생각을 바꾸니 하루가 한가하고 편하다.


꽃씨를 뿌린 것들이 싹이 나고 제법 자기 모습을 나타낸다.

올라온 새싹 중에 여름날 노랗게 피는 금계국이라 단정하고 사방에 심었는데

건물주인 아줌마가 금계국을 보고 금잔화 아니냐고 해서 나도 헷갈린다.

나는 코스모스처럼 낭창거리는 금계국은 좋아하고, 금잔화는 맘에 없다.

조금 더 자라봐야 금계국인지 금잔화인지 밝혀질 듯하다.


종일 손님 없는 날은 심심해서 짜증이 난다.

일이란 것이 너무 바빠도 문제지만 너무 심심해도 문제 중에 문제다.

차라리 바쁜 게 훨씬 정신적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건 하루 종일 사람 코빼기도 못 보니.

노숙자 아저씨에게 동냥만 하는 날도 있는데

그땐 내 돈이 나가야한다. 여기까지 온 분을 빈손으로 보낼 수는 없고…….


시간은 꽃처럼 빠르고 이슬처럼 한순간일 때가 많다.

카페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 큰 살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엄두가 나지 않더니

살림살이는 겁이 안 나는데

장사가 안 될까 봐 더럭 겁이 난다.

시간이 지나면 장사가 잘 되던지 말아 먹던지 둘 중에 하나로 명확하게 밝혀질 것이다.

내가 사방에 심은 모종이 금계국인지 금잔화인지 밝혀지듯이…….


금계국과 코스모스를 심고 다녔더니

어떤 할머니 두 분은 “참 착하다. 좋은 일 하고 계시네…….”

\'그렇게 말씀하시는 노인 분들이 참 좋으신 분이시네요.\'

지나가던 초등학생은 “아줌마 뭐하세요? 거기다 꽃을 왜 심으세요? 아줌마 땅이세요?”

요즘 것들은 말도 잘하고 호기심도 많고 용기가 건방지다.

\'내 맘대로 꽃 심는다, 우쨀래? \'


우쨋거나 저쨋거나 한 달이 가서 월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