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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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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의 여행


BY 봄나래 2006-05-17

 

 

            오늘 오랫만에 나들이 갔다 왔습니다.

 

            거의 주말마다 바쁘게 다니다 보니 남편과 함께 하지 못했고,

 

            내일 모임에는 또 남편을 집에 두고 동해안으로 가기로 되어 있어서,

 

            남편한테 점수를 좀 따야 되겠기에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많이 했죠.

 

            여름 잠바가 10년은 젊어 보인다.

 

            요즘 뜨는 동안(童顔)이다 하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내일을 위해서 완벽하게 연기를 했습니다.

 

            점심도 외식이 안 좋다며, 정성을 보이는 척 대충대충 뚝딱 해가지고 갔습니다.

 

            제천 청풍문화유적지로 갔습니다.

 

           청풍은 수몰되기 전, 남편의 근무지에서 남편과 함께 일년 간 살던 곳이라

 

           한번 가 본다고 한 것이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유적지 안에 옮겨놓은 문화재 건물은 낯이 익고 반가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 때 올라가서 놀던 한벽루 대청에 자리를 펴고 가져온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두릅전, 꽈리고추무침, 미나리무침, 물김치, 쌈, 정말 맛있게 먹고,

 

          우리가 살던 곳이 어디쯤일까 하고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집에 갔다가 이곳 청풍으로 올 때면,

 

          남편은 강가 나루터에 나와서 기다리다 나를 발견하면 두 손을 열심히 흔들었습니다.

 

          나는 아이를 업고 시댁에서 싸준 쌀, 반찬 따위를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 선착장에 내리면,

 

          남편이 뛰어와서 보따리를 받아서 가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남편이 그러대요. 그때는 당신이 참 고왔다고요.

 

          그 말이 세월의 서글픔을 느끼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