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날카로운 햇살이 잠에 풍덩 빠져있던 나를 건져 내서는 흔들어댄다.
어젯밤 늦도록 씽크대수납장이며 냉장고며 밤늦도록 치웠건만
발에 걸리는건 옷이요, 식탁에는 밥풀 미끄러진 자국,
설겆이통에는 그릇이 밤새도록 때를 불리고 있다.
눈을 반쯤 뜨고선 쌀을 씻는다. 쌀은 미리 바가지에 담아서 물에 불려놓았다.
밥솥안엔 어제 한 눌은 밥이 한덩어리 붙어있다가 날 보고는 나 여기 있지롱~메렁 한다.
아~ 약올라~라하면서 밥을 떼어내고 밥솥을 씻는다.
밥을 안치고는 옷방에 가서 여기저기 박혀 있는 옷들을 집어들고 뚤뚤 말아 다시
한쪽 구석에 안 무너지게 잘 쌓는다.
아들 녀석 쫓아다니며 배고프다고 낑낑대며 보챈다.
목욕탕에선 그때까지 푸더덩 거리며 샤워소리가 요란한데.
드디어 딸깍 하고 문이 열리며 몸단장 막 끝낸 새각시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샤워는 커녕 눈꼽도 못뗐는데.
이만큼 속이 차오른다.
살랑이는 아침바람은 집안을 온통 휘젓고 다니면서 문을 쾅쾅 닫는다.
몇일전 사온 방문 괴는 조각이 생각났다. 빨리 괴라구 소리쳤다. 문소리만큼이나 시끄럽게.
남편 어디 있는지 모른다더니 언능 찾아서 괸다. 문이고 입이고 더 쾅쾅거리기 전에 괴어야한다.
나는 어제 설겆이를 안 하고 잤기 때문에 찌게 담을 그릇이 없다고 째지게 외친다.
내것과 아이들것만 담았다. 찌게를 먹지 않겠단다.
나는 어제 설겆이를 안 하고 잤기 때문에 고기 구울 후라이팬이 없다고 소리친다.
남편이 다른 후라이팬을 쓰라고 충고한다.
고기를 구우며 계속 궁시렁댄다.
남편이 오늘은 어버이날이라고 알려준다.(아들들 앞이니 스타일 구기지 말라 이거지.)
나는 어버이날이 아니고 어머니날이라고 정정해 줬다.
어머니날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우째 아들을 그렇게밖에 안 가르쳐주셨냐고 따질란다구
을러댔다.
남편은 찌게두 없이 밥을 뭐해서 먹었는지 다먹었다며 후다닥 일어난다.
조용히 씽크대로 가서 설겆이를 한다.
어머니 얘기가 나오면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나보다 더 시끄럽게 오버를 하며 난리를 치던가 아님(불조절이 잘 안되었을 때다.)
갑자기 침묵(고요) 모드로 들어 가던가.
오늘은 고요 모드다. 어머니날이라서 조심하느라 그런건가.
아들들 애비는 맛을 보건 말건 찌게와 고기를 조용히 입으로 밀어넣는다.
어쩌랴. 먹고 살라면 그래야겠지.
큰 아들 조용히 나가는 걸 현관까지 나가서 인사하고 가라구 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구. 내가 눈치를 보게 되네.
아들, 희떡한 표정으로 간다.
이어서 둘째 아들도 퇴장한다.
설겆이를 다한 모양이다.
나두 퇴장하며 \"나, 간다.\"고 알려준다.
방에서 모기만한 소리가 나온다. \"가든지, 말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왠지.
그 동안의 생활을 통해 깨달은건
남자에겐 가끔씩 오버를 해가며 정신이 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아들놈들이 보고 있으니 그것두 개운치가 않다.
놈들 장가 가서 마누라에게 휘잡히는 꼴을 내가 보게 되면 어떡하나 싶다.
진퇴양난이다.
십년동안 가르친건 설겆이 뿐인데 앞으로 뭘 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건지.
진도가 얼만큼 나갈 수 있을런지 의문투성이다.
학습진도가 너무 느린...
어쩜 앞으로 전혀 진도가 안 나갈지도 모른다.
내가 먼저 지치겠다.
아들들 때문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찌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