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너,자꾸 그러다 사고나면 니가 잭임질겨?
눈 부신 흰 손을 들어 자꾸만 바쁜 나를 부르는
조팝 나무를 향해 소리를 한번 지르고 다시 출발하는 출근길.
빠른 길을두고 언제나 나는 야산을 끼고 도는 시골길을 택한다.
한 5분거리의 이 짧은 길에서도 나는 아찔함을 몇번씩 경험하며
거리와 시간을 무시하고 출근을 한다.
밤새 잠이없는 어떤이가 연두색 색종이를 오려 투명끈을 달고
온갖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모빌들.
정갈한 그이의 손길로 얼마나 닦아댔는지 반짝반짝 윤기 흐르는
연두빛.
가을이면 유난히 큰 사과가 열리는 과수원 그 넓은 밭이 샛노란
민들레꽃이 장관이다.
노란꽃에 잘 어울리는 흰나비가 되어 그렇게 한폭의 그림이 되고싶다.
흰 민들레 꽃위에 노란 나비가 되어 죽어도 좋겠다.
흰 민들레 꽃위에 노란 나비의 죽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같은 꽃인듯 보여도 어쩜,흐드러진 산 벚꽃도
조금 엷게 조금짙게 똑같은꽃이 없다.
그렇게 가끔 나는 싸이코가 된다.
어느 단풍이 무지 곱던 가을날.
퇴근하는 순간부터 저녁노을이 너무 예뻐 숨이 막혀오던날.
나무 숲에 가려져 보이는 붉은 해가 조금더 달려가니 아파트 공사장
높은 타워크레인 꼭대기에 올라 앉아있다.
어느새 나도 타워 크레인 꼭대기에 내 몸을 태우고 붉은해와 둘이서
오르락 내리락 시소를 탔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오는길 고운 산위에 하루를 살고난 흔적으로
버섯구름 하나를 남겨두고 어쩌면 툭 터져 곱디고운 붉은물을 주루룩
쏟아버릴것 같은 그 고운 붉은 노을이 서산을 막 넘어가려한다.
어떤 분이 길가에 차를 세우고 셔터를 눌러댄다.
나도 그 차뒤에 차를 세우고 그 분옆에가서.
\"아잣씨,너무 이쁘죠?\"
\"아!!예예!!\"
하더니 주섬주섬 장비를 챙겨서 떠나 버린다.
\"아잣씨,내가 좀 사랑하면 안되겠니?\"
그 가을의 어느날 오십이 다 되신 어떤분이 커다란 나뭇잎을 책갈피
에 끼워 말려주셨다.
그 나뭇잎은 반절쯤 벌레먹은 나뭇잎.
벌레먹은 나뭇잎이 그렇게 예쁘게 마른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 잎에 예쁜 마음을 적어 돌려 드리고 싶었지만 그분 마음보다
더 순수한 글을 쓸수가 없어 그만 두었다.
올 봄 목련꽃이 이쁜 봉오리를 막 피우기 시작할무렵 목이 빠져라
목련나무를 올려다 보는 나게게.
\"조용히 보세요.목련꽃이 놀라면 확 피어버릴지도 몰라요.\"
하고선 총총히 사라지던 어떤분을 무지 사랑하고 싶었다.
강아지 세마리를 낳은 어미개가 정말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어
줬음 좋겠다싶은 이쁜 강아지들을 데리고 해바라기 하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넋을 놓고 보다가 용서 할수 없었던 미운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그가 말했다.송아지 눈을 봤던 강아지 눈을 봤던 니가 전화를
해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그렇게 강아지 눈을보고 나는 용서 할수없다고 생각한 어떤 사람을
용서하고 말았다.
이제 담장위로 붉은 장미가 피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찔레꽃도
피고 색이 너무 히어서 푸른빛이 나는 목이긴 그 새도 올텐데.
나는 점심 찬꺼리를 사들고 늦은 출근을 탓할 우리 사장 눈을피해
살금살금 사무실을 지나 주방으로 간다.
하지만 난 다른건 몰라도 우리 사장 한사람 꼬실 여우기질은 타고
났으니 자!!주방아줌마 꿈 그만 꾸시고 민들레 꽃봉오리 뜯어내고
새콤달콤 초무침 열사람 먹을 점심 준비나 하시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