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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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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지은 따뜻한 아침밥과 친정엄마의 먹으라는 잔소리가...


BY first아줌마 2006-05-03

 결혼하기 전, 나는 한 번도 아침을 거른 적이 없었다.

아침을 빵이나 라면을 먹은 적도 없었다.

전업주부였던 우리 엄마는 항상 제일 먼저 집을 나서는 사람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서 밥을 했고, 출근/등교시간에 맞게 가족들을 깨웠다.

출근/등교시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아침상은 최소한 3~4번을 차리셔야 했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되었지만 아침시간의 10~20분의 잠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이런 밥상을 받아 놓고도 나는 짜증을 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침에 겨우 눈 떠서 밥을 먹는 것은 때론 곤욕이었다.

가끔 먹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고, 그 시간에 더 자고 싶을 때도 있었다.

밥을 조금 먹거나 물 말아 먹으면 엄마는 옆에서 잔소리를 하셨다.

“아침밥은 든든히 먹고 나가야 한다.\" 고.

겨우 눈 뜬 상태에서 세수만 간신히 한 상태에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게 밥 먹고 있을 때,

엄마가 옆에서 말 거시는 게 나는 가끔 귀찮았다.


철이 들어가면서 항상 먼저 일어나서 밥을 챙기는 엄마가 이 세상에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알았다. 주위사람들이나 친구에게 물어보면 우리 가족처럼 아침밥을 제대로 먹고 다닌 사람이 별로 없었다.


결혼을 했다. 우린 맞벌이다.

신랑은 아침에 밥을 안 먹는다. 빵 아니면 먹지 않는다.

시엄마가 신랑 청소년기부터 일을 하셨기에 밥을 잘 챙겨주지 못했기에 빵 먹는 습관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이젠 시엄마가 아침에 밥으로 바꾸려고 해도 신랑이 먹지 못한다.


나는 신랑과 시엄마를 따라 아침에 빵을 먹는다.

처음엔 참 괴로웠다. 그다지 빵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아침에 빵이라니..

그래서 밥을 먹어보려고도 했지만 참으로 번거로웠다. 다들 빵을 먹는데 혼자 밥 먹기도..


밥이라는 것도 한 번에 몇 인분씩 해서 1인분씩 비닐봉투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 놓은 것을 전자레인지에 해동해서 먹는 것이었다. 예전 드라마에선 갓 지은 밥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아니다. 참 맛이 없다. 특히 전자레인지 해동시간을 잘못 맞추면 딱딱한 밥을 먹어야 한다.

매일 퇴근해서 또는 출근 전 일찍 일어나서 하면 되겠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귀찮기도 하고 나 혼자 챙겨먹는 거 같아 기분이 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엌살림은 내 영역이 아니다.

내 영역이 아니라고 하면 우습긴 하지만 두 여자가 같이 사는 집에서는 분명 주와 부가 있어야 한다. 음식 솜씨도 없고 직장에 다니는 내가 섣불리 부엌살림을 맡을 순 없다.


가끔 아침밥이 무지 그리울 때, 빵에 많이 질려 먹지 못할 때, 나는 빵 대신 해동된 밥을 먹는다.

국이나 찌개가 있으면 그것과 함께... 없으면 계란에 비벼서나 물에 말아서라도...


친정엄마가 예전에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밥 먹어라. 먹어라. 하는 소리가 얼마나 좋은 소리인지 나중에 결혼하면 안다.”고

이제 나는 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좋은 소리였는지를...


나는 친정엄마에게 매우 감사함을 느낀다.

약 30년 동안 따뜻한 아침밥을 먹게 해 주셔서..

나는 그립다. 갓 지은 따뜻한 아침밥과 친정엄마의 먹으라는 잔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