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중성, 혹은 다중성.
작은일에 연연하고, 큰일에 대범하다.
사소한 일에 목숨걸고, 중요한 결정은 빠르게 판단한다
아무것도 아닌것에 상처받지만, 한번 내린 결론에는 냉혹하게 돌아선다.
그것이 나였다!
그런 다중성은 대체적으로 내 인생에 도움이 됐다.
냉정하게 돌아서야 할때 연연하지 않는,
내 자신이 대단하다고 느낄때도 있을만큼
잊을뿐만 아니라, 기억조차 않는다.
술이나, 여자때문에 내가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면
내가 너무 무책임한 거라고 생각했다.
거의 2년동안 괴로웠지만, 이혼이라는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인생의 패배의 쓴잔을 그렇게 쉽게 들이킬 내가 아니었다.
난 여자가 아니라 엄마였기 때문에......
그렇게 즉흥적으로 내릴 결론은 아니었을텐데,
내 자신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며칠이고 떠오르지 않았다.
잊고 싶었던 걸까?
1주일은 지났을까?
아니야 열흔은 지났을거야?
오늘에서야 내가 이혼을 선택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떠올랐다.
참으로 대단한 나!
어쩌면 기억조차 안할 수 있는지 .
자존심 따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건 아니었다.
그건 나 자신과, 내 피붙이들을 지키고 싶은 책임감이었다.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내 부모님께서 가슴아프실까봐 차마, 말씀 드릴 수 없는,
내 아들들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평생 안고 갈까봐 밝힐 수 없는,
처절하고 처절한 비극이었다.
난 20년동안 속아서 살아온 느낌이었다.
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인격파탄,,,,,,
혐오스런 기억이 다시 떠 오른다.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럽다.
타인은 모두 비도덕적이고, 자신만이 도덕적이다.
타인의 판단은 결격이고, 자신의 판단만이 옳다.
그런사람이었다.
난, 다시는 돌아 가지 않을 강을, 단호하게 건넜다.
나와 내 피붙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나의 망각때문에
하마터면 용서할뻔 했던 그를
영원히 용서 할 수 없는 이유를 재확인 하고야 말았다.
나의 망각때문에
하마터면 나의 부족한 인내심이었다고 뉘우칠뻔 했는데,
아직까지 살아온 내인생에서,
이혼은 내가 내린 판단중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재확인 하고야 말았다.
난
내가 이혼을 선택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악몽을,
망각의 늪에 빠트리고,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