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르릉...\"
발신자 번호창에 그의 번호가 뜬다.
\"여보세요.\"
\"나야.\"
\"왜요?\"
\"응............ 술 먹지 말라구...\"
\"먹고 싶음 먹는 거지 왜?\"
\"너 저번에 술 먹고 무지 웃겼어 ㅋㅋ\"
\"내가 뭘 어쨌게?\"
\"아니~ 사실 귀여웠어ㅎㅎ.\"
지난 주의 일이다.
너무 허하고 잠도 오지 않는 밤이었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소주 세병이 뒹굴고 있었다.
별로 맛이 없어 쳐박아 둔 쥐포 세마리를 살짝 구워서 호올짝 호올짝 거리기 시작했는데 어느 덧 댕댕~ 빈병 소리만 그득했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세병씩이나 먹을 수 있었을까?!!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하긴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봐주자...
얼큰~하게 취해 소파에서 흔들흔들 앉아있다보니 생각나는 그...
전화를 했다.
어라? 전화가 자꾸 끊긴다.
그녀의 짓이다.... 생각하니 괘씸해서 계속 건다.
계속 끊긴다. 어쭈? 계속 걸었다.
갑자기 집 전화벨이 울렸다.
\"나야. 전화벨은 안 울리고 문자로 자꾸 번호만 뜨네?\"
\"걔가 끊은 건 아니구?!!\"
\"아냐, 일하러 나갔어. 걔가 착신금지해놨나 보다.\"
세상에나... 집 전화번호와 내 번호를 끔찍한 그녀가 착신금지를 걸어놓았던 것이다.
\"무슨 일인데?\"
그때부터 인정사정 없이 시작된 술꼬장...
\"씨팔 저팔....쪽팔려서.... 짜증나... ...\"
욕을 하다보니 눈물이 난다.
\"야, 나 새끼들 못 키우겠다. 내가 느그들한테 맡기기 싫어서 델꾸 죽을라고 했는데 피지도 못하고 죽으면 너무 불쌍할 거 같아서 나만 죽을란다. 그러니까 네가 델다 키워라~!\"
\"너 죽으면 나 따라 죽어버릴거야!\"
\"웃기고 있네. 걔가 있는데 네가 날 따라죽냐? 네가 날 따라죽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사정사정 고분고분 남편은 나를 설득하고 달랜다.
술취함을 핑계로 30분동안 계속 된 그와의 통화...
정말 미치도록 비참한 것은 30분동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이 행복했단 사실이다...
도대체 내가 알콜에 홀릭한 것이냐,
그에게 홀릭한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