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은 지금 연을 날리고 있읍니다.
\"난 연이 좋아, 연날리기가 너무 재밌어요.\"
이렇게 말합니다.
\"왜 그리 좋으니?\" 하고 물으면
날기 때문에 너무 좋다고 합니다.
학교에 갔다 오자마자 연과 얼레를 안고 나갔읍니다.
오늘은 그 놈의 초등 입학식이었읍니다.
알록달록 새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를 한손에 들고서
바쁘게 앞장서가는 놈의 모습을 보며
뒤에서 따라가는 내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해맑은 미소가 피어납니다.
유치원을 장장 4년을 다녔으니
유아교육학 학위라도 받아야 마땅한 유치원 졸업식 날이후
난 이제부터 초등학생이야를 입에 달고 다니는 녀석이
초등학생이라는 신분에 기분이 한창 상기되어 있는 녀석이
고단한(?) 인생의 본격적인 출발선상에 서 있는 녀석이
한없는 웃음을 머금게 하지만 왠지 가슴 한켠이 동시에 아려오는 까닭은...?
그놈의 유달리 약한 치아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미안하게 합니다.
그놈의 둥근 얼굴과 애교많은 눈꼬리를 바라보면 감사하게 됩니다.
칠년전 열달의 인고 끝에 비로소 품에 안은 조그맣고 연약하기만 하던 녀석이
또래보다 생일이 늦어서인지 항상 어려 보이고 조금 늦다 싶어
애꿎은 세월을 느리다고 탓하게 만들던 녀석이
입학을 1년 늦추고 나서 지난 한해동안 얼마나 영글고 야물었는지
괜한 걱정을 하던 엄마를 안도의 웃음짓게 만듭니다.
오늘 아침엔 입학식에 입을 멋진 옷이 없냐고 묻더니
옷을 갈아 입자 하니 농담이었다면서 얼른 가자고 재촉합니다.
입학식에 와 있는 같은 반 아이들의 깨끗하고 새로 장만을 했을 듯한 옷차림을 보니
녀석에게 미안해졌읍니다.
나도 입학식땐 새로 맞춘 노란 잠바스커트에 노란 챙모자를 입고 들어간 기억이 새로운데
녀석은 늘어진 후드티에 앞섶이 온통 지저분해진 누렁이 오리털잠바를 입었으니
어디에도 신입생의 긴장되고 참신한 모습은 없었지요.
내가 조금더 신경썼어야 하는 건데 말이지요.
참으로 게으른 엄마입니다.
입학식에 다녀와 점심을 먹자 마자 녀석은 연을 들고 나갑니다.
연을 날리면서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무슨 소원을 빌기라도 하는 걸까요?
긴꼬리를 휘날리며 연과 함께 달리는 아이의 모습은
바둑이와 놀듯
연과 친구가 되어 놀았읍니다.
어느새 다가온
바람도 친구되어 함께 뛰어가고 있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