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탓일까
늘 꾸는 꿈을 반복하고 반복해 꾼다
낭창한 허리에 검은머리를 틀어올린 맵시고운 그녀가 오늘 꿈속에선 한복을 곱게도
입었다.
내 사춘기를 그늘로 채우던 사람, 엄마의 한숨을 독차지 하던 그녀가 종종 꿈에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싶다
하얀 물방울 무늬의 양산은 참 곱기도 하였다
옆에서 걷는 아버지또한 다림이 자국이 선명한 양복을 입으셨고 그녀는 아버지의 팔장을
당당한 모습으로 끼고 걸었다.
중학교 이학년 시절 엄마는 무슨 이유에선지 아버지의 과거사를 풀고 계시던 쉐타처럼 슬슬
풀어 놓으셨다
결혼을 하시고 군인 이시던 아버지 면회를 갔더랜다
정문에선 아버지가 안계시니 집으로 모신다며 어느 한옥집으로 엄마를 차에 태워 모시고
가더랜다
부끄러워 동생이라 했던게..
당연히 부대에서 먹고자고 하신줄 알았는데 따로 방을 얻어 사시나보다 하고 따라갔더니
어느 여인이 나오고 그 운전병은 깍듯이 경례를 붙히더니 사모님,여동생이 오셨습니다 하더랜다
그여인은 아연해 하면서도 예우를 갖추어 방안으로 모셨고 엄마는 숨이 멎는 현실이 아찔하기만 하셨단다.
그 와중에도 귀한 물건들과 야무진 살림살이가 눈에 들어 오는데 엄마는 목이메워 아무말도
하실수가 없었고 그냥 애궃은 방바닥만 보았단다
\" 엄마앞에 무릎을 꿇더라 그러곤 하염없이 울면서 잘못 했다고만 하는데 뭐라 하냐. 니 아버지만 오길 기다렸지. 울면서 대략 하는말이 나 결혼 하기 삼년전부터 살림을 했다는데 대뜸 그리 좋은데 왜 그미모와 이런 살림솜씨도 있는데 결혼을 안했느냐고 물었더니 할머니가 반대를 하셨댄다 왜소한 엄마완 비교도 안되게 세련되고 우아 하기까지한 그여자가 글쎄 애를 못 나은댄다 별 방법을 다쓰고 백방으로 노력을 했는데도 아이는 가질수가 없게 되 있더래
참 하느님도 공평 하구나 싶더라. \"
그 이야기를 듣는순간 연결되는건 나도 그 여인을 봤구나 싶었다.
초등학교도 들어 가기전 엄마랑 그 여자네 집엘 간적이 있었다
수예품을 들고 엄마는 일감을 주는듯 이것저것 일러주고..
어린나이인데도 우리엄마가 저만큼 고왔음 싶었던 기억.
이야기를 하시면서 간간히 목이 메인지 엄마는 말씀을 나누어 하셨다
\"그리도 이쁘고 고운데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정들은 너희 아버지랑 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참 먹먹해 오더라 무슨놈의 팔자를 그리 타고나 나까지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나중엔 두손 붙들고 울었단다 그네랑. \"
나중에 오신 아버지도 우시더랜다.
\"나보고 미안해요 하며 우는데 밉지가 않고 둘이만 불쌍 한거여. 그 당시엔 나는 뭔일을 해도 먹고 살것 같은께 그냥 둘이 사시오 했단다 그리고 집으로 와 맘 정리를 하는데 둘이 와서는 빌더라 정리를 할테니 마음 돌리라고. \"
결국엔 정리를 하셨고 이듬해 오빠가 태어나고 내가 태어났단다.
항상 마음에는 그 여인이 남아 안쓰럽고 곱던 자태가 떠오르면 여자로서 질투가나 앙탈도 부리셨단다.
앙탈이래야 반찬수를 줄이거나 배고프다는데 부러 식사를 늦게 차린거밖엔 아는게 없었더랜다.
어린시절 밥상을 차리면 오빠와 아버지 할머니는 한상 이셨고 또다른 한상은 우리들 상 이였다
그상에도 밥을 올려놓고 드시질 않으시던 엄마.
그런 상처를 주고도 늘 당당 하시던 아버지 그렇게 모진 고통을 당하시고도 늘 죄인처럼 조심조심 사시는 엄마가 미웠다
\" 근디 지금도 만난다고 하는구나 니 어려서 잠깐 살림좀 봐준거 아는데, 새삼 니그 아버지가. 이해하라고 안하냐. 오래 못산다 하는게 암이래지. 들여다보구 다닌다고 이해하라 하는데 ..\"
사춘기 시절의 내겐 큰 상처였다
아버지의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느건 문제가 아니였다
남자의 대한 불신은 오래도록 나를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많이도 울었던 기억. 엄마보고 아버지랑 헤어지라 했던 기억은 지금도 아픔이다
두분다 가시고 안 계시지만 내안의 상처는 고스란이 남아 지금도 남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엄마더러 엄마처럼 난 살지 않을거라며 입바른 소리한죄로 난 이리 혼자인지도 모른다
그 엄마의 독백이 요즘들어 꿈속에 등장하는 이유.
그 여인네.
아버지.
나이탓일까.
꿈속에 아버진 여전히 멋지시고 자그마한 자태의 엄마는 여전히 천상 여자인데
나이든 내가 그 상항에 출연하는 아이러니는 뭔가 ? 싶다
갈데가 다 되어가는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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