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 보름이면 이른 새벽 마당 가운데 볫집을 깔아놓고 밥상에 크다란 양푼에다 오곡으로 지은 밥을 가득담고 여려개의 숫가락을 꽂아놓고 아홉가지 나물.무우 곱게 채썰고 콩나물 꼬리를 따서 채 썰어 놓은 무우랑 같이 삶아 간을 맟추고 먹어면 뽀빠이 처럼 힘이 생긴다는 시금치.고구마 줄 껍데기 벗겨서 말린것 물에 불려서 볶고 햇빛좋은 여름날 호박이랑 가지썰어 말린것도 불리고 고사리 ,도라지 등 아홉가지 나물을 만든다,각 가정에서 준비하는 나물들이 다르긴하지만 준비된 밥과 나물을 상에 차려 마당가운데서 어머니는 동쪽을 향해 연신 손을 비비며 허리를 굽혀 절을 하시곤 했다. 가정의 편안함과 가족의건강함을 빌고 계셨다.
그러고 나면 밥을 대문 귀퉁이에다가 조금씩 두셨는데 이것은 집안에 잠재해 있는 지신들께 드리는 것이라 했다, 오곡밥 잡수시고 무탈하게 우리집 지켜달라고..밥을 먹기전 조리를 들고 이웃에 밥을 얻으려 다녔는데 셋집 이상 밥을 얻어 먹으면 그 해에는 피부병을 하지않는다 하셨다 .
우리집에도 아이들이 밥을 얻으려 왔는데 나도 조리를 들고 밥을 얻어와서 먹곤 했는데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지금까지 피부병 때문에 병원에 간적은 없다.정월 보름..그날 하루 만큼은 설날 보다 더 잔치 분위기다,온 동네가 떠들썩 했어니 설의 마지막 날이라하여 동네에선 농악놀이도 하고 집집마다 돌면서 그 집안의 한해 안녕을 빌어 주는데 자기들 집 차례가 되면 크다란 바가지에 쌀을 한 바가지 담아 그 위에 촟불을 켜고 막걸리도 준비 한다,그러면 농악패 들이 그 집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신나게 한판 놀이를 벌인다,
우라집에는 집안에 넓은 텃밭이 있었는데 설때가 되면 아버지 께서 구덩이를 파서 넓적한 널판지를 걸쳐 놓으시면 널을 뛰곤 했는데 널판지 양쪽끝에 한사람씩 딛고 서서 한 사람이 폴짝뛰어내리면 다른쪽 한 사람은 사뿐히 하늘을 치솟는다 이때 발 양쪽 끝을 가지런히 모아서 두 손은 너울짓 하는것처럼 해서 뛰어 내리면 널을잘 뛴다는찬사도 듣는다.
저녁이면 베를베고 비어있는논에 크다란 움막같은 불 집을 만들어놓고 불을 피워 지불놀이를 한다,짖궂은 남자 애들은 빈깡통에 불을 담아 빙빙 돌리면서 여자 애들을 겁주곤 했다.
사실 별로 무서운 것도 아닌데 어린 그때는 불이 내게로 쏟아질것같애서 =옴마야= 하고 비명을지르면서 겁을 내긴 했었다, 그리고 둥근 얼굴 같은 보름달이 해 맑게 떠 오르면 모두들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그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잘모르겠다.
아무튼 어린 우리들은 마냥 즐거웠다,
지금은 정월 대 보름이 되면 고장 마다 쥐불놀이 행사는 하는것 같지만 조리를 들고 오곡밥을 얻으려 다니는 그런것은 없는것같다,요즘이야 피부병이 생겨도 좋은 약 좋은 병원이 있어니 걱정이야 없겠지만 옛날에는 그렇게 하는것이 피부병을 예방한다는 핑게로 서로의 보름밥을 나누어 먹는 미풍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보름이 지나고 나면 곳괭이도 챙기고 호미와 낫도 챙겨두고 농부 들은 서서히 농사 지을채비를 하는것이다,
농사꾼들은 아마 보름달을 보면서 올해에도 풍년들게해 달라고 빌지 않았을까...
나는 조금전 마당에ㅡ 서서 차갑게 빛나는 달이지만 내 따뜻한 가슴으로 가정의 편안함과 가족의 건강함을 빌었다,
이 곳의 모든님들도 소원성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