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으로 채색되어 있는 새벽녘에 세상속으로 나선다.
그래서 친구 같은 산으로 오른다,
산은 내게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을 준다,그래서 편안 한 마음으로 산을 찿는다,
어릴때부터 산을 잘 다녔다,가을이면 산에 잡풀을 베어 말려서 겨울에 땔감으로 사용했는데 아버지께서 산에 가셔서 나무 풀을 베는 날이면 어머니께서는 도시락을 싸서 아버지께 갔다드리라하셨다.도시락을 가지고 아버지께 가져가면 아버지께서는 풀을 베시다 떨어져 있는 밤을 주워 두셨다가 도시락에 담아 오시기도 하시고 점심을 가져간 내게 주시기도 하셨다.
큰댁에 제사를 모시려 가는날이면 호롱불을 들고 나를 데리고 산을 하나넘고 큰댁에 갔다 .
이렇게 나는 어릴때부터 내 가까이에 산이 있었다,
정기 산행이다,
치가 떨리도록 악에 받친다는산이란다 그래서 치악산이라고 산악회장의 우스갯 소리에 새벽잠을 설치고 나온 회원들은 잠시 입가의 근육을 풀수 있었다.
산세가 험하다 그러나 이쪽 저쪽 둘려보니 험한 산세지만 장엄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 어디가 정감 스럽지 않을까....
산을 오르면서 회장이 했던말이 실감이 난다 ,치가 떨리도록 악에 받친다는말이..
내린 눈이 녹아 얼어서 딛는 길이 미끄럽다 보니 조심스럽다,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추위도 매섭다 . 시어머님의 시집살이 보다 더 매섭다,
여려 지방에서 산꾼들이 치악산엘 가려고 많이들 오고보니 좀 복잡하다,
장갑을 껴도 손끝이 시리워 하나 더 포개어꼈다.
모두들 말이 없다 너무 추워서 무언으로 반기는산에 무언으로 오르고 있다.
오랜만에 왔다는 어느 회원은 아예 길위에 주저 앉아 숨을 할딱인다.그 옆에 남편분이 걱정스례 바라보고 있다.=고생할것 와 왔노=하는 어느 남자 회원의 말에 =안왔어면 더 후회 할걸 =한다 맞는 말이다 몸은 고단하다 발을 옮기는 다리의무게가 점점 많아 짐이 느껴진다 .
하지만 다리의 무게와는 상관없이 마음의 무게는 가벼워 짐을 또 한 느낀다,
이런 마음으로 산을 찿는것이다,
정상이다,사방으로 확트인정상 정성스례 쌓아올린 두개의 돌탑.바람은 칼날같다,
산신제를 모신다고 기다리고 있으려니 발끝과 손끝이 얼어 버릴것같다,
산신제 모시고 차려졌던 떡을 나누어 먹어니 넘 맛있다.
조금 양지진 곳에 도시락을 풀었다.분명 보온통에서 꺼낼때는 약간의 김이 났는데 입으로 들어가는순간에는 차갑게 식어있다. 사람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이렇게 식어버린다면 정으로 사는세상이 될수는 없겠지.그래도 모두들 즐거운 표정들이다 .
치악산에왔었다는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데 모두들 웅크리면서도 포옴은 잡는다,
하산하는길이다,
오를때와는 다르게 하산길에는 눈이 쌓여있다.
쌓인 눈을 밝고 오려니내 발밑에서 뽀드득 거리는 소리 앞서 가는이의 발밑에도 뒤에서 오는이의 발밑에도 뽀드득 거리는 소리는 우리네 삶의 희노애락의 전주곡처럼 때로는 웃으로 때로는 울음으로 그렇게 음율적인 삶의 한 가닥처럼,,
넓은 도랑물은 꽁꽁 얼어서 빙판이 되었다.
나 혼자 였다면 아니 남편은 있어도 괜찮다,쭈르륵 미끄럼을 타고싶다,,,
에구 나이를 생각해야지 주책스럽긴 ㅎㅎㅎ
한참을 내려오니 자그만 빙벽이다,
빙벽을 보니 사람의 산이란 책속에 설악산 토왕폭 빙벽에 암벽 등반을 하다가 정말로 산 사람이 되어버린 젊은 영혼들이 생각 난다,하지만 빙벽을 보니 강한 충동이 느껴진다,
산은 내가 이곳에 왔었다는것을 산을 오르기 위해 내 뿜던 내 거친 숨결을 내 발자욱을 기억해줄 것인가.나는 언제까지나 내가 다녀 왔던 내 흔적을 두고온 산들을 기억할 것인가?
이런 회의 적인 생각들을 하면서 다시 어둠으로 감싸여진 세상속으로 돌아왔다.
2006 1월 22일.치악산 산행을 갔다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