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다란 창에 그려진 그림이 아름다와요
비개인 이튿날
고운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양털구름을 집어다가
내 커다란 베개의 속으로 쓰고 싶어요
차가운 가을비에 밤새 떨던
키다리 은행나무는 노오랗게 물들어가는데
그들만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들려요
곧 먼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지
아직까지도 푸른 기운이 감돌기는 하지만
아예 샛노랗게 되어 어느날 내게
이젠 안녕 하며
하나둘 떠나갈 테지요
붉게 타오르는 석양빛의
이제 그만 쉬라는 속삭임도 들리지 않는지
은행나무는 묵묵히 쉬지 않고
노란 옷으로 갈아 입네요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이
왜 이리도 아름다운가요
스러져가는 꽃대를 바라보며
타들어가는 은행잎을 바라보며
가을이
이별의 계절임을 알았어요
까닭모를 눈물의 정체는
그리움일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