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4

청계천을 따라 흐른 밤


BY 평화 2005-10-28

남편친구 가족들과 함께 저녁 약속이 광화문에서 있었다. 청계천의 개천 축제가 있어 거리가 많이 막혔고 우리는 적절히 차를 세워 둘 곳을 찾아 여기저기를 돌았고 간신히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약속장소까지 걸어서 이동을 했다. 가는 길에 청계천 행사를 구경나온 사람들로 종로부터 청계천 일대가 사람들로 붐볐으며 시내 한 복판을 흐르는 물 구경과 함께 사람들을 보는 구경도 좋았다.

 

저녁을 마친 후 산책 삼아 청계천 물길을 따라 청계천 거의 끝까지 걸어갔다. 광장에서 열린 민속놀이의 흥겨운 가락이 거리를 뒤덮고 청계천의 양 쪽 역시 사람들의 물결이 흘렀다. 꽃장식 전시회가 열려 각 작품마다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북적거리고 맑은 물 속에는 이미 많은 어린이들이 들어가 신나게 노는 중이었다. 물길 따라 흐르는 길마다마다 우리 고유의 풀들이 심겨져 있었고 그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워 벌써부터 지금의 모습이었던 것 같았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기벽화라는 '정조대왕능행 반차도'와 바로 길 옆에서 직렬로 떨어지는 작은 폭포가 인상깊었다. 벌써부터 그 키를 늘리고 있는 담쟁이와 장미 넝쿨은 아마도 내년쯤이면 벽을 뒤덮다시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군데군데 적절하게 해놓은 조명이 화사한 가을 분위기를 더욱 북돋았고 여기저기서 디카와 폰카로 사진들을 찍는 모습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약간씩 들뜬 모습으로 걷는 모습이 평화롭고 무엇인가 신나는 느낌을 주었다.   

 

급박한 산업발전의 요구에 청계천이 복개되었고 그 위로 고가가 지나고 고가 밑은 무엇인가 침침한 느낌을 주었던 지난 날 들이 마치 한순간의 꿈같이 여겨지니 참 사람의 마음이란...여기저기서 들리는 말들은 참 좋다는 것과 정말 잘한 일이고 역사적인 일이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참 좋네 라는 소리를 나도 모르게 몇 번씩이나 했다.

 

몇 십 년 간 잃어버린 채 지냈던 물과 풍경과 산책로와 숲을 이제야 제대로 찾은 것 같고 높아만 가는 빌딩 숲 속에서 한없이 낮아져 가는 듯한 고궁들에도 자연스럽게 원래의 모습을 되돌려 준 듯 싶었다. 특히 여기저기 사람들을 위한 축제를 위한 광장들이 들어서는 것이 고무적이다.

 

돌아오는 길에 차가 다니지 않아 널찍한 청계천 길을 걷다가 빌딩 옆 노상에 펼쳐진 거리 까페에 앉아 잠시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말쑥한 모습으로 바뀌어진 건물들과 거리의 분위기를 즐겼다. 상대적으로 사람들로 넘치던 종로거리가 갑자기 조용한 거리가 된 듯한 느낌도들었다.  '열린 청계 푸른 미래'라고 커다랗게 써 붙인 건물의 대형 현수막이 그리 흉하게 느껴지지 않고 신선하게 여겨지는 것도 청계천의 물을 따라 같이 흘렀던 탓이다.

 

오늘의 청계천처럼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막힌 곳이 열리고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막힌 휴전선이 열리고 답답한 경제가 열리고 그래서 푸르고 싱싱한 미래가 누구에게나 오기를 소망하며 돌아온 이 저녁, 손을 담가봤던 청계천의 물의 시원함이 내 마음도 시원하게 만들었다.

 

 

Decay starts when growth stops.
 성장이 멈출 때에 부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