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오셨다.
삼일만 가시겠다던 어머닌,
남편 약은 거의 열흘치를 챙겨 보내셨다.
은근한 바람의 표현방법이다.
집을 사주어 만만하게 생각하는 큰 동서네에
아버님을 모셔 놓으려다
내가 나서니
얼른 비행기표 예약 바꾸려던 어머니.
두 아들네에 며칠씩 맡기면 좋겠다고 얼른 생각하신 것이리라.
이번엔 우리집에서 계속 모시겠다고 하자
속상한 기색.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오시는 시간에 맞추어
공항에 나가겠다고 하자
남편, 공항이 어머니 댁 바로 앞인데 뭘 나가냐며 택시 타고 오시란다.
사흘 후 시간 맞추어 자기가 아버님을 댁으로 모시고 가겠다며...
차가운 남편의 반응에
아직은 예약 변경 못하고 계신다.
어머님께 안부 전화 넣어 보라는 내 말에
묵묵 부답이던 남편.
저녁에 어머니께서 전화 하셨을때
아버님 바꾸어 드릴까요?
아니 그럴거 없다. 여기 너무 좋~다.
해방된 밝은 음성.
며칠 더 쉬다 오세요 소리는 안나왔다.
그 말을 기대하셨을 줄 알면서도...
친정엄마라도 그랬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바로 옆에 사는 친정 엄마는
아직 한번도
내게 아버지 부탁한 적이 없다.
아버지 불편치 않게 모든 걸 다 준비해 두고 몰래 다녀 오신 적은 있지만,,,
후에 알게되어 그럴 수 있느냐고 성화를 부려도 내외분, 그게 더 편하시단다.
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는 일손
하나라도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는 금쪽같은 내새끼
그런가 보다.
생각이 어른들 부터 다르니
내 맘이 두 어른한테 마냥 같지 않음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자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