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우리부부는 부담없는 여행을 떠났다. 내가 직장에 다시 나가게 된후로, 둘만의 여행이 뜸했었다. 늘 시간에 쫓겼고, 몸은 물먹인 솜처럼 무거웠다.
추석때문에 주어진 황금같은 시간이, 망서림없이 여행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큰댁에 가서 형식적인 차례를 지내고 교회가서 성가대 서고, 집에와서 서둘러 준비를 마친시간이 3시가 넘고 있었다. 편하다는 이유로 바퀴 달린 여행가방을 들고 모자를 쓰고 나서니, 아이들은, "엄마 유럽 여행 가는거야?" 라며 호호 거렸다. 다 자란 아이들에게 부부의 금슬 좋은 것을 보여 주는 것도 부모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딸꺼지만 공주치마를 입고 운전하는 그의 옆에 앉으니, 그동안의 무겁게 느껴졌던 삶의 무게는 가볍기만 하였다. 차창을 통해 들어 오는 초가을의 바람은 기분 좋게 볼을 만졌다.
그래! 난 며칠동안 행복하게 가을을 데리고 올테다. 데려다가 나의 가을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드리라.....
차는 잘빠졌다. 안면도로 들어 가서, 지도에서 본 '안면암'을 갔는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않은 곳이어서- 포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아주 한적한 곳이었는데, 2층으로 지어진 절은 바다를 향해 있었고, 내려다 보이는 바다는 물이 빠져 있었지만 저멀리 보이는 작은 섬으로 건너 가는 물에 뜨는 다리가 있었는데, 얼마나 낭만적이던지.....
간간히 섬으로 간 가족들이 갯벌에서 아이들과 노는 모습이 보이고, 주황빛을띤 긴다리는 저녁빛과 꼭 닮아 있었다.
카메라 밧대리가 나가서 몇장의 사진을 찍고는 다음에 다시 한번 오기로 하고 그곳을 벗어 났다. 백사장항 으로 차를 몰았다. 다음주 부터 대하 축제가 열린다고, 그곳은 잔치 준비 하는 집들이 기대와 바쁨으로 수선거리듯이 많이 술렁였다. 명절날인데도 가게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우리도 숙소를 정하고 자연산 대하와 우럭 매운탕을 먹었다. 소금위에서 익어 가는 새우를 보면서 아이들을 잠깐 생각했다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사위와 큰아이가 집에 와서 동생들과 저녁을 먹는 모양인데.... 우리 부부는, "젊은애들은 앞으로 많이 먹을건데...뭐...." 라고 말하고 애들은 잊기로 했다. 모처럼 호젓한 여행인데 둘만 즐겁기로 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 바닷가로 나가서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불꽃놀이를 했다. 그인 원래 불꽃놀이를 좋아 한다. 우리부부는 동심으로 돌아 갔고, 하늘위에서 예쁘게 꽃모양으로 퍼지는 불꽃처럼 화사한 기분이 되었다. 행복한 마음이 차올랐다. 근심이나, 세상의 걱정이나, 생활의 때가 없어지는 시간이었다. 낯선곳에서도 잠을 잘자는 그인 나보다 훨씬 잘잤다. 난 여러번 깨어나곤 하면서 여행 첫날을 마쳤다 .
** 어제밤 일찍 잠을 잔 우리 그인 새벽부터 일어 나서 나가자고 했다. 둘째날의 여행은 빨리 시작을 했다. 안면도의 황도에 가면 일출을 본다기에 항구로 갔다.
새벽안개도 거치기 전에 대하를 잡으러 나가는 부부들을 보았다. 위험할듯 보이는 배에 부부가 둘이서 준비 하는 사람들이 몇팀이 있었는데, 같이 일하며 바다에서 사는 그들은 어떤 마음일까? 생각했다 제법 서늘한 새벽 바람을 맞으며 방파제에 우리 부부도 나란히 서서 그들을 보았다. 부부라는 이름은 같은데....
구름이 잔뜩 끼어서, 주위가 차츰 선명해지며 아침이 스멀스멀 닥아 왔지만 해는 볼 수가 없었다. 돌아 오며 한적한 우포나루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젓가락이 없어서 낚시가방 밑에서 겨우 찾아낸 일회용 젓가락을 분질러서 손에 겨우 잡고는, 바다를 손에 잡힐듯이 가까이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둘이서 먹는 컵라면은 아주 색다른 맛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잠을 자는 시간이어서 조용하고 한적한 바다에는 가끔 갈매기가 날며 꺼욱꺼욱 울었다. 욕심을 버리면 작은것에도 행복 할 수있다. 그것을 우리 부부는 잘 알고 있지만 때때로 그걸 그도 나도 잊을 때가 있다.
태안반도 쪽으로 오면서 수면위에 동동 떠있는 수초들이 예쁜 자그만 저수지에서 2시간 정도 낚싯대를 폈다. 입질도 잦고 그만큼 붕어도 많아서 내가 낚시를 한후로 가장 붕어를 많이 잡았다. 잡는대로 놓아 주었으니 그놈이 또 와서 무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우리부부는 재미 있고 신나는 낚시를 했다.
해변으로 통하는 도로로 계속 달리며 인터넷소개의 갈대숲을 보기를 기대 했지만 아직 갈대를 보기엔 계절이 이른듯 했다. 파도리 어은돌 해수욕장 모항리 신두리 황촌리 를 들러 해옥전시장을 들러 만리포 해수욕장 까지 들렀는데, 여름의 열기가 조금은 남아 있는 바닷가를 한참씩 바라보다, -그곳에서 건전지를 샀는데 주인 아줌마가 찍은 필름을 날려 버렸다. 안면암의 사진 은 그래서 날라가 버렸다- 원북면을 지나 이원면에서 유명하다는, 이원식당에서 원조라는 '박속 낚지 밀국수'를 먹었다. 어제부터 포만한 식사는 그동안 줄었던 체중을 다시 원점으로 돌릴듯 했다.-아주 맛있었다- 땅끝마을 까지 갔지만 우린 국내 최대의 좀부들군락지가 있다는 설곡마을은 찾지를 못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며 날도 흐리지만 여유로운 드라이브의 하루 였다, 장흥항에서 두번째날을 자려고 했지만 명절을 타는듯 그곳은 문닫은 곳도 많고 어둡고 적막 했다. 예전에는 북적였던 곳이었는데.... 그인 전어를 먹고 싶어 했지만 포기 하고 태안 시내와서 두번째 날을 마쳤다. 어제보다 더 좋아 보이는 모텔은 오히려 침대가 더 불편했다. ** 아침에 서산에 있는 '풍전지'에 낚시를 갔다. 넓고 경치 좋은 곳이었지만 녹조가 있어서 인지 붕어는 잡지 못했다. 유명하다는 '풍전뚝방집' 이라는 어죽 전문집에 갔었다. 차를 세우기 힘들정도로 차가 많았고 손님도 많은 곳이었는데, 맛은 훌륭했다. 특별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기분이 좋아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이 풍성한 기분이 되어 있는 부부의 온기로 따뜻했다. 충전기를 꽉 채워서 파란불이 들어와 있듯이.....
당분간은 활기 차게 도시생활을 보낼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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