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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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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BY 도로시 2005-09-13

나에게 첫사랑은 풀꽃향기나는 싱그러움을 간직한 단어지만 그와 동시에 손끝에 베인 상처처럼 지금은 흔적하나 없어보이지만 가끔씩 그 쓰라림이 가슴으로 전해오는 그런 것이다...

...

사랑을 하기에 난 너무나 내성적이였다.

아니, 남자만나기가 겁이 났다....

때문에, 꽤 늦은나이에 난 첫사랑을 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처음 그를 만나게 되었고, 그의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느낄수 있었다.

과학도이지만 또한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무엇하나 빈틈이 없어 보이는 그였다.

감성적이고 즉흥적이였던 나는 그가 조금씩 내 마음에 들어오는것을 느꼈다.

이해인님의 시 "인연" 이라는 시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정호승님의 시와 김용택님의 시를 좋아하는 나는 그에게 시와 나의 사적인 글들을 보내면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몇개월후...그의 생일날 교보문고 앞에서 오프라인의 첫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쿵쿵쿵....내 가슴속에서 누군가가 심하게 몽둥이질을 하는것 같았다.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고, 그의 모습을 본 순간 멎어버렸다.

그가 나를 보았고, 잠시 멈칫하더니  씩~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내게 다가왔다.

몇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그때의 모습이 아직도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비원에서의 산책...

두 손 꼭잡고 흙내음, 풀내음 가득한 곳에서 저벅저벅...우리 둘만의 발자국소리...

손에선 땀이 비오듯 흘렀지만 놓지않았다...

하지만 나의 감정이 무르익을 무렵...그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겐 여자친구가 있었다.

나를 알게된지 바로 몇개월전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여자...

같은 기독교인으로써 믿음으로 시작된 관계로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할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순간, 내 가슴속에서 견고히 지어지고 있던 성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나는 뒤돌아 마구 뛰어가고 있었다.

그가 나를 세웠다.

넌...넌...나의 욕망이야... 나도 어찌할수 없는 욕망...

나는 울고 있었다.

그의 안타까운 눈빛을 뒤로하고 버스를 탔다.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했다.

결코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그를 놓치고 싶지않다는 생각도 들기시작했다.

누군가 이 이야기를 듣는 다면 그를 양다리 걸치는 비겁한 놈이라고 욕할지도 모르나, 난 그를 안다.

그의 마음을 알것 같다.

아니, 그렇게 이해하고 싶었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

그 이후 우리는 슬픈연인이 되었다.

같이 영화를 보고 같이 뮤지컬을 보고 같이 밥먹고 같이 술을 마시며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사랑...사랑이 이런것일까...

그냥 같이 있고싶은것...

그 어떤것도 바라지않고 그 어떤것에게도 방해받고 싶지않고 둘만이 있고 싶은것.

하루종일 바라보기만해도 그래도 그리움에 눈물이 흐르는것...

난 그가 밉지않다.

그저 나의 사랑이 안타까울뿐이였다.

지하철에서 다른 연인처럼 수다떨고 장난치고 ...그 벌칙으로 사람많은 지하철 안에서 나를 안아주었던... 기억은 아직도 나를 웃음짓게 만든다.

나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골목길에서 수줍음 많은 그가 나에게 정열적으로 키스하는 모습에서 나는 그의 욕망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그저 욕망뿐인가...

나는 참을성이 없었다.

우리의 미래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동안 그에게 힘든 내색한번 안하고 참아왔던 내 자신이 싫어졌는지도 모른다.

그해의 마지막이 되는 날 ...추운 겨울...

그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눈,코, 입에 천천히 키스를 하고,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나를 잡을수 없었던 그...그래도 잡아주기를 바랬던 나...

우리는 헤어졌다.

각자의 갈길로 간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인연의 끝이다...

난 노을을 사랑한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슬금슬금 눈가에 눈물이 고여지고...그리고 그가 생각난다.

브라운 아이즈의 음악을 들으면 나의 갈색눈빛이 생각난다는 그...

그도 가끔씩 내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