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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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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남자


BY k1235k 2005-08-31

"당신은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이야. 옆구리가 터져 국물이 새버려 반품도 안 되는 꽁치
통조림 같은 사람이란 말이요."

 

너무 익어 물러버린 오이지에서 쉰 냄새가 코를 찔러 입맛이 싹 가신 터에, 밥상머리에
바짝 붙어 앉아 파리채를 휘두르며 불쑥 내뱉는 한마디가 염장을 지른다.
오달재는 숟가락을 소리나게 놓으며 눈을 가늘게 뜬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골적
으로 무시하는 아내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해주려다가 참기로 했다.
사실은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달재는 정년을 3년 남겨 놓고 지병인 당뇨와 고혈압이 악화되어 조기 퇴직하여 서너 달
입원치료를 받았다. 요즈음은 건강이 좋아져 운동 삼아 동네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아르
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일이 장난이 아니다.
한가할 때는 앉아서 조는 경우도 있지만 한꺼번에 자동차가 밀어닥칠 때는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려 넘어질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초죽음이 되어 귀가하는 날이면 아내는 영락없이 립스틱 짙게 바르고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을 입고 야한 웃음을 날리며 오달재 가슴을 내려앉게 한다.
천이 얇은 탓에 옷이 궁둥이에 끼인 줄도 모르고 유혹의 몸짓을 계속하지만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삼천만 명이 일으켜 세워도 서지 않을 위인이라느니, 찢어진 풍선보다 나을 게 없다느니,
살아있어도 무슨 낙으로 사느냐는 둥 한참을 쫑알거리다 잠이 들었다.

 

오달재가 이렇게 맥없고 대책 없이 고개를 숙인 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한 때는 오달재도 정력만큼은 변강쇠 뺨을 쳐도 왕복으로 치고 남을 정도로 강했다.
불혹의 나이임에도 밥상 밀쳐놓고 아내를 넘어뜨리는가 하면, 차를 마시거나 TV를 보다
말고 응접셋트 위에서 거사를 치르기가 일쑤이고, 귀가하자마자 밥하는 아내 허리를
감고 넘어져 밥을 태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쉰 살을 넘겼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고 퍼마시고 퍼내도 정력은 쉼 없이 솟았다.

회사 화장실 소변기 속에 들어있는 나프다링을 오줌줄기로 스리쿠션을 돌리는가 하면,
들이나 산에서는 잠자리와 나비를 오줌으로 쏘아 땅에 떨어뜨리는 가공할 힘에 친구들은
늘 부러워하였고, 땅바닥에 오줌을 눌 때면 어린 잡초는 뿌리 채 뽑혀나갈 뿐 아니라 바
닥엔 구덩이가 반 뼘은 파이는 게 예사였다.
방광도 사람의 것이 아닌 듯 했다. 아무리 큰 용량의 요강이라도 두 번만 오줌을 누면
요강이 넘쳐흐를 정도였다.

 

입원하기 직전까지 앞서가는 여자의 속옷 라인만 보아도, 다리를 포갠 여자의 허벅지만
보아도, 가지런한 치아와 도톰한 입술만 보아도, 버스나 전철에서 여자와 몸만 닿아도,
출렁거리는 여자의 가슴만 보아도 심장이 뛰고 하체가 후끈거렸었다.

 

그러던 오달재의 몸이 목석이 된 것은 당뇨와 고혈압치료를 받은 후부터 였다.
예전엔 아내의 머리가 산발을 하여도 예뻐 보였는데 지금은 아내가 샤워를 하고 촉촉이
젖은 머리를 흔들며 콧소리를 내어도 소 닭 보듯 하여지고, 애로비디오를 한 시간이나
보며 지난날을 회상하여 보지만 하체엔 북풍한설만 몰아친다.

 

남자는 마른 집단 한단 들 힘만 있어도 여자를 밝힌다고 하는데 오달재는 젖은 볏단을
들고남을 힘이 있는데 어찌하여 여자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오랜 시간을 고개 숙여 있다보니 소방차 호스 같은 소변줄기가 고장이 났나보다.


소변기 앞에 서면 나프다링을 춤추게 하든 힘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소변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보지 않고 감각으로는 알 수 없으며, 자칫 늦게 잡거나 조정을 잘못하면
소변이 아래로 떨어져 발뒤꿈치를 적시는 일이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소변을 다 보았는지 조금 더 나올 건지 느낌마저 개운치 않다.
그러다 보니 상하좌우로 현기증이 날만큼 흔들고 털어서 넣어도 쟈크를 올리고 나면
잔뇨 서너 방울이 떨어진다. 속옷이 얼룩이 졌다며 아내의 잔소리가 그칠 날이 없다.
아내의 잔소리가 늘어나는 만큼 오달재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정력에 좋다는 개구리, 까마귀, 너구리까지 먹어보았지만 효험이 없어 일나거라 인지
비아거라 인지를 장기 복용하지만 한번 숙인 고개는 치켜들 줄 모른다.
외국에 출장 갔던 사위가 물개불알을 사왔는데 목욕재계한 후 먹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