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곱 달 전의 일이 되었군요.
자고 일어나 보니 집앞의 길이 사라져 버렸더군요.
감쪽같이.
그래요 그 표현이 옳은 것 같군요.
밤새 중장비 소리가 저 만치서 들리는 듯 했었지요.
그런데 그게 내 가슴을 후벼 파는 소리라는 걸 안 건
동튼 아침이 되어서 였지요.
길은 움푹페여 깊숙한 웅덩이가 되었고 웅덩이 속에서 파헤쳐
진 흙과 돌이 집앞을 가로 막았지요.
꼼짝마라.... , 너희들은 더 이상 못 간다.
그랬지요.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되었지요.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레카차로 끌어 내려 왔지요.
그리고 할매들을 등짝에 업고 길이 아닌 길을
걸어 마을 아래로 내려 왔지요.
후~ ~
다리가 후들거립디다.
등짝의 할매가 무거워서가 아니었어요.
이웃집 마당에 서 있던 포크레인에 묻어 있는 시뻘건 흙을
보는 순간부터 다리가 떨리는 겁니다.
그때 쯤 어느 창 너머에서 쾌재를 부르며 그 광경을 보고 있을
이웃집 남자의 얼굴을 생각하니 더욱 다리가 후들거렸지요.
시간이 약이라는데 아직 일곱 달의 시간은 망각이라는 약효를
발휘하기엔 부족한 시간인가 봅니다.
아직도 자판을 부드리는 손이 바르르 떨리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지난 날들을 되돌아 봐야겠습니다.
맹지에다 집을 정한 것, 병든 노인을 모시는 곳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길 때문에 다툼이 심해
사람이 죽었다는 동네.......미리 점검했어야 했는데...
오늘 낮에는 진빵을 먹었습니다.
혼자서 말입니다.
그때 모실 형편이 안되어 헤어짐이 두려워 우는 할매들을
이곳 저곳으로 보내게 되었지요.
그리움에 목이 메어 다 넘기지 못하고 자판 앞에서 맘을
다스려 봅니다.
우리 할매들 진빵을 좋아해 간식으로 자주 먹곤 했는데....
오늘은 나 혼자서 먹습니다.
혼자서 말입니다.
찐빵속에 꽉찬 팥 알갱이 마냥 오늘은 그분들 생각에
가슴이 꽉 차오릅니다.
가슴이 아려 옵니다.
그분들은 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 졌으면 하는 바램을 이 시간 가져 봅니다.
이 진한 그리움은 젊은, 건강한 나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니까요.